새누리당이 박근혜정부의 집권 후반기를 뒷받침하고 정권 재창출의 책임을 짊어지게 될 새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를 9일 개최했다. 이날 새누리당은 서울 잠실체육관에서 ‘제 4차 전당대회’를 열고 당 대표와 선출직 최고위원 4명(여성최고위원 1명 포함), 청년최고위원 1명 등 지도부를 구성했다.
이날 탄생하는 새 지도부는 12년 만에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로 꾸려진다. 직전과는 명칭부터 다르다. 기존의 ‘당 대표최고위원’이 아닌 ‘당 대표’가 된다. 새로 개정된 당헌·당규에 ‘당 대표는 당무를 통할한다’는 규정이 신성됨에 따라 권한도 보다 커진다. 사무총장 이하 당직자에 대한 임명도 최고위와 협의하는 방식으로 문턱이 낮아졌다. 반면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 경선으로 뽑은 탓에 당 대표 경선에 탈락한 인원은 아무런 당직을 맡지 못한다.
지도체제의 전환은 당 운영의 폐단을 바로잡기 위해서 이뤄졌다. 대표최고위원을 포함해 최고위원들이 같이 경쟁하다 순위별로 자리를 차지하다보니 계파 관계에 따른 격론이 벌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결국 ‘봉숭아 학당’으로 전락했다는 비아냥마저 얻은 이같은 모습은 끝내 4·13 총선 과정에서 당의 ‘공멸’을 가져왔다.
4·13 총선 참패 이후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새누리당은 비상대책위원회까지 꾸리며 줄곧 ‘계파 청산’을 당면과제로 삼았다. 그러나 번번히 주류·비주류 간의 신경전에 휘말리며 숙제를 풀어내지 못했다. 이번 전대를 통해 당의 선장이 정식 임명되면서 ‘집안싸움’이 종지부를 찍을 지 주목된다.
당 대표에 도전한 후보들은 이날 저마다 ‘계파 갈등’ 타파의 적임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정현 후보는 “공천 제도를 고쳐서 다시는 이 당에서 공천파동·계파전쟁이 일어날 수 없게, 능력있는 사람을 뽑는 탕평인사·배려인사를 하겠다”라며 “이를 토대로 새누리당을 민생과 경제와 안보에 있어서 따뜻한 혁신 보수정당으로 만들겠다. 대한민국 정치 변화 위해서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라고 호소했다. 이주영 후보도 “이번 전대가 계파 청산이 될 줄 알았지만 또다시 ‘친박·비박’흙탕물에 빠졌다. 비박의 ‘상왕정치’, 친박의 ‘오더정치’야 말로 당의 반혁신이다”라며 “저는 어느 누구의 지시나 간섭도 받지 않고 국민의 마음을 다시 찾아오는 당 대표가 되겠다”라고 천명했다.
주호영 후보 역시 “서로 냉소와 질시를 걷어내야 하는 동지 관계인 우리가 싸울 시간이 어디있나? 공천파동 당사자인 저 주호영이 화해를 제안한다”라며 “국민들의 관심을 되돌리고 내년 대선에서 성공하기 위해선 당을 혁신하고, 특권을 타파하고, 진지하게 솔선수범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선교 후보는 “상향식 공천으로 희망에 부풀어 있던 한 원외위원장이 전략공천이라는 낙하산에 밀려났다. 결국 지난 총선에서 우리는 국민들에게 절망과도 같은 벌을 받았다”라며 “지난 총선에서 우리가 둘이 됐더라도 오늘은 하나가 되는 날이 돼야 한다. 절박함과 절실함을 가진 제가 바꾸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치권 안팎에선 이번 전대는 계파 대결이 치열했던 선거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전대 시기를 결정한 지난 6월 13일부터 계파간 견제가 첨예했기 때문이다. 친박계와 비박계는 유불리를 따져 전대 시기에 비토를 놨고, 당 비대위는 시작부터 힘이 빠졌다. 권성동 전 비대위 사무총장이 투표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도입하려 했던 ‘모바일투표제’도 친박계의 반대로 무산됐다. ‘1인 1표제’ 하에서의 표 분산을 막기 위한 컷오프만이 도입됐지만, 결과적으로 발동되진 않았다. 친박계 핵심인 서청원·최경환 의원이 고심 끝에 불출마했기 때문이다. 덩달아 서 의원이 출마하면 맞불을 놓겠다던 나경원 의원도 출마를 포기했다. 후보 등록 막판에 저울질을 하던 김문수 전지사, 홍문종 의원도 불출마를 택했다. 이에 이번 전대는 출마보다 ‘불출마’에 더 관심이 쏠리는 기묘한 선거가 됐다는 분석도 있다.
주요 주자들이 나서지 않은 탓에 전대는 ‘백가쟁명’식으로 흘러갔다. 컷오프 발동 직전인 후보 6명으로 시작한 당권레이스는 2번의 ‘비박계 단일화’를 통해 후보가 4명으로 줄어들면서 기류가 바뀌었다. 후발주자였던 주호영 후보가 당초 ‘2강’으로 꼽혔던 이정현·이주영 후보마저 넘보는 세력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특히 김무성 전 대표는 주 후보를 위한 비주류 ‘총동원령’을 내렸고, 전대 전날에는 “(주호영 당 대표가)국민에 대한 예의”라고 강조해 힘을 실어줬다. 이에 맞서 친박계에선 친박계 후보 1명을 밀어야 한다는 ‘위기 의식’이 싹텄다. 결국 이날 투표 결과도 이같은 ‘오더 투표(
막판까지 치열한 경쟁 속에 마침내 멤버를 확정한 새누리당 차기 지도부는 이전부 중으로 지명직 최고위원과 사무총장 등 핵심 당직 인선을 끝낼 것으로 보인다.
[김명환 기자 / 최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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