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무고'로 인해 한순간 나락으로 떨어졌던 배우 이진욱이 극적으로 회생했다. 거짓 뒤에 가려졌던 진실을 통해서다. 외상은 극복했지만 내상 회복까진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악몽은 지난 7월 중순 시작됐다. 지인과 함께 만난 여성 A씨와의 저녁식사 후 A씨의 집을 찾아가면서부터였다. 문제의 '그날'로부터 이틀 뒤, 이진욱은 성폭행 혐의로 피소됐다.
이진욱은 합의 하에 이뤄진 성관계였다면서 혐의를 부인했고, 피소 이틀 뒤인 16일 A씨를 무고 혐의로 맞고소했다. 몇 차례 경찰에 출석해 DNA 채취 및 거짓말탐기지 조사 등을 받았다.
그 사이 A씨의 변호인은 “신뢰가 깨졌다”며 자진 사퇴했고, A씨는 앞선 진술을 번복하다 끝내 무고 혐의를 시인했다. 이진욱은 20여일 만에 최종 '혐의없음' 처분을 받으며 성폭행 혐의 오명을 벗었다. 피의·피해자의 신분이 180도 바뀐 것. 단 3주 만에 벌어진 경악스러운 사건의 결말이다.
소속사 씨앤코이앤에스는 3일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성폭행으로 피소된 이진욱 사건이 '혐의없음'으로 최종 검찰 송치됐음을 알리며 "고소인에 대해 응분의 법적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라 강조했다.
경찰 조사 결과에 대해 "'진실은 거짓을 이긴다'라는 것이 증명됐다"는 논평을 내놓은 소속사는 "이진욱이 경찰 조사 직전 언급한 바와 같이 무고는 정말 큰 죄다. 한 사람의 인생, 특히 연예인인 이진욱에게는 인생을 송두리째 날려버릴 수 있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이진욱의 억울함을 믿어 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 인사를 드리면서, 이제 이진욱은 일상으로 돌아가 배우로서의 본업에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고 향후 계획을 덧붙였다.
진실의 승리라는, 사필귀정이라 해도 진짜 문제는 지금부터다. 이진욱이 무고의 피해자임은 자명하지만 이미 그를 향한 시선은 양분되고 있다. '애꿎은 피해자'라며 응원을 펼치는 지고지순한 팬들이 적지 않은 반면, A씨와의 행위 자체로 "확 깬다"는 분위기도 만만치 않다.
A씨가 경찰에 제출한 속옷에서 이진욱의 DNA가 검출된 사실, 사건 초반 여자친구였다는 측근의 해명과 달리 실제로는 A씨와 이진욱이 초면이었다는 점 등이 시간차를 두고 밝혀지면서 이에 대한 뒷말이 적지 않았다.
한마디로 건실한 '젠틀남' 이미지에 상당한 타격을 입은 것. 어쩌면 그 이미지는 상당 부분 파괴됐다. A씨에게 물리적으로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한다 해도, 예전같은 환호와 러브콜을 회복하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 지 가늠하기 힘들다.
이진욱은 최근 광고계에서 특히 잘 나갔다. 흥행성이 보장된 배우라기 보단 이미지가 괜찮은 연예인이었다. 이 때문에 광고계에서 러브콜이 이어졌고, 럭셔리 세단 등 고급 브랜드의 광고모델로 주가를 높였다.
“이번 피소로 인해 얻게 된 광고 중단, 활동 제약에 대한 피해 추정금액만 100억원 이상”이라는 소속사의 주장은 엄살이 아니다.
꾸준한 작품 활동으로 묵묵히 다져온 입지를 회복하는 방법은 결국 연기 뿐이겠으나 차기작 스케줄이 계획했던
폐부까지 찌르고 들어온 깊은 내상을 회복하느냐는 '배우 이진욱' 그 자신에게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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