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센터 관계자는 "증권사가 먼저 권유할 수 없는 상품인데도, 고객들이 알아서 1억원 이상을 사겠다고 문의해온다"며 "대기번호까지 주고 홍콩시장에서 좋은 상품을 찾으면 고객과 연결시켜 준다"고 설명했다. 국내 기업의 해외채권은 증권거래신고서를 작성하지 않는 상품이라 증권사가 판매 권유를 할 수 없지만 이미 강남 큰손들 사이에서 소문이 나 인기가 높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 및 대형 증권사 PB센터를 중심으로 국내 기업이 국외에서 발행하는 달러표시채권(KP·코리안페이퍼)을 사겠다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된 상황에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유동성 자금이 이 같은 상품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환차익까지 고려하면 원화로 발행되는 국내 회사채보다 실질금리가 1~2%포인트 가까이 높고, 장기채는 비과세·분리과세 혜택까지 누릴 수 있어 투자 매력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 해외채권 발행 기업은 대부분 신용등급이 높다는 것도 이점이다.
실제 중소기업진흥공단이 2006년 발행한 10년 만기 달러표시 해외채권은 현재 홍콩 등 국외시장 유통수익률이 연 1.4% 선이다. 하지만 원화환산 수익률은 연 3.15%에 달해 이 기업의 국내채권 수익률(1.22%)보다 1.93%포인트나 높다. 같은 해 발행된 한국서부발전의 해외채권도 원화환산 수익률이 연 2.81%로 원화채 수익률(1.24%)보다 1.57%포인트 높다. 임정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초과 수익률이 평균 1%포인트를 넘는 등 투자 메리트가 두드러지는 상품은 만기가 6개월 안팎 남은 해외채권 단기물"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중소기업진흥공단과 한국서부발전의 해외채권 모두 다음달에 만기가 돌아온다.
만기 예정일이 한두 달 안팎으로 다가온 한국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 해외채권도 유통수익률이 각각 0.76%와 1.01%에 불과하지만 원화환산 수익률은 각각 2.57%와 2.5%에 달한다.
특히 전문가들은 "수익률이 낮더라도 세금은 피하고 싶다"는 슈퍼리치들의 성향 역시 국내 기업의 해외채권 인기에 한몫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기업의 외화채권에는 15.4%의 이자소득세가 부과되지만 1999년 이전에 발행된 채권은 이자소득세 14%가 면제되고, 투자자는 나머지 1.4%의 농어촌특별세만 내면 된다. 만약 10년 이상 장기채에 투자한다면 분리과세 혜택이 적용되며 자본차익과 환차익은 비과세된다.
한 시중은행 센터장은 "주로 50억~100억원대 자산가들 사이에서 꾸준히 투자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최근 들어 회사채 비수기에 주식투자 역시 변동성이 높다보니 안전자산인 채권으로의 수요는 높지만 외화채권 우량물 대부분을 기관들이 충당하고 있어 개인이 할당받을 수 있는 물량이 거의 없어 대기하는 경우가 적지않다"고 전했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공기업 해외채권보다 높은 수익을 얻으려면 국내 금융사가 발행한 해외채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2017년 2월 만기 예정인 BNK부산은행의 해외채
[고민서 기자 / 김태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