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은 기업은행이 모델포트폴리오(MP)를 변경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투자자들에게 개별 통보해 변경할지를 묻지 않은 것은 명백한 '약관 위반'이라고 보고 있다. 금융회사가 알아서 굴려주는 일임형 ISA는 금감원 모범규준상 3개월에 1회 이상 MP를 변경하고 이를 투자자들에게 고지해야 한다.
금감원은 실태 파악을 위해 현장 특별검사를 검토 중이며, 약관 위반이 최종 확인되면 기관 제재 등을 내릴 방침이다. ISA 수익률 공시 실무를 맡고 있는 금투협은 매일경제가 '뻥튀기 공시' 의혹을 보도한 지난달 30일 'ISA다모아' 사이트에서 기업은행 상품 수익률을 몽땅 삭제하고 전면 재점검 작업에 들어갔다. 이날 기업은행은 애초보다 절반 이상 떨어진 정정 수익률을 언론에 배포했으나 이마저 펀드평가업체가 산정한 수익률과 다르다는 지적이 업계에서 제기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31일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ISA 일임형 수익률 과장 논란에 대해 기업은행에서 경위서를 제출받아 파악 중"이라며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현장 검사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문제가 된 기업은행 ISA 약관에는 3개월에 최소 1회 이상 MP를 재조정하고 투자자에게 통보해야 한다고 적시돼 있으나, 기업은행은 매월 MP를 변경하긴 했지만 이 사실을 투자자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며 "이것은 명백한 약관 위반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조사 결과 기업은행 ISA 운영 과정에서 문제가 최종 확인되면 행정 제재에 나설 방침이다.
또 다른 은행이나 증권사에 대해서도 MP 조정 및 통보 등 ISA 운영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순차적으로 표본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은행이 MP를 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기존 고객에게 알리지 않고 실제 계좌에도 적용하지 않은 채 이론적인 수익률만 높게 공시했다면 고객과의 책임 문제도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의 ISA 운영 시스템 전반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금투협은 기업은행 측에서 ISA 관련 자료 전부를 다시 받아 재점검 작업에 나서기로 했다. 금투협 관계자는 "기업은행에 일임형 ISA MP의 상품군, 수수료, 수익률과 관련된 모든 자료를 정식 공문 형태로 다시 제출하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기업은행 측은 매일경제 보도가 나가자 지난달 30일 "금투협의 공시 기준을 잘못 해석해 오류가 발생했다"며 정정 공시할 수익률을 보도자료 형태로 배포했다. 문제가 제기된 '고위험스마트 MP' 수익률을 2.05%에서 0.84%로 1%포인트 이상 낮추는 등 7개 MP의 평균 수익률을 기존 0.79%에서 0.48%로 내렸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기업은행이 정정한 수익률에도 일부 착오가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펀드평가사 제로인 펀드닥터 기준으로 총보수 0.1%를 차감한다고 가정해 계산했을 때 고위험스마트 MP는 0.7%, 고위험플러스 MP는 -0.4% 등 기업은행이 정정 공시한 숫자보다 최고 0.3%포인트 가까이 차이가 난다는 분석이다.
금투협 관계자는 "기업은행 ISA MP 내에 어떤 상품이 어떻게 운영됐으며, 수익률은 어떻게 계산했는지 세부 내역까지 면밀히 확인한 뒤 정정 공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기업은행에 개설된 일임형 ISA 계좌는 2만2500개로 136억원 상당이 운영되고 있다. 출시 첫날에만 270여 개 계좌가 개설돼 2억원의 투자금이 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업계 일각에선 이번 논란을 계기로 ISA 수익률 공시를 MP가 아니라 실제 가입 고객 평균 수익률 기준으로
이에 대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애초 실제 수익률 기준으로 공시하는 방안도 검토했다"며 "그러나 각기 다른 투자 자산이나 가입 시기 등을 감안한 가중평균 수익률을 구하는 데 너무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들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최재원 기자 / 배미정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