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는 27일 박동훈(64) 전 폭스바겐코리아 사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 전 사장은 2005년부터 2013년까지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에서 폭스바겐 차량 수입·판매를 총괄했다. 현재는 르노삼성 대표를 맡고 있다.
검찰이 적용한 혐의는 대기환경보전법 위반, 사문서 변조 및 변조 사문서 행사,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이다.
박 전 사장은 폭스바겐 독일 본사에서 유로5 차량의 배출가스를 조작했다는 사실을 인지했으나 이를 숨긴 채 2011년 7월부터 2013년 8월까지 2년간 문제의 차량을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그러나 검찰조사에서 “배출가스 조작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부인했다.
검찰이 박 전 사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면서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의혹 불똥이 르노삼성으로 튀었다. 그가 지난 2013년 9월 르노삼성 영업본부장(부사장)으로 옮긴 뒤 올해 4월부터 한국인 최초로 르노삼성 사장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르노삼성 분위기는 27일 저녁 어수선했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박 사장이 피의자로 소환된 뒤 구속영장이 청구될 가능성은 있다고 여겼지만 막상 현실이 되니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박 사장이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한데다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가 없어 구속영장 청구는 없을 것으로 여기는 직원들이 많았다”며 “구속영장 청구가 QM6의 성공적인 론칭에 악영향을 주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밝혔다.
어수선했던 분위기는 반나절만인 28일 오전에 가라앉았다. 올해 기대주 QM6의 론칭이 코앞으로 다가와 시간을 허비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박 사장이 이날 정상 출근해 구속영장 청구에 대해 내색하지 않고 평소와 다름없이 QM6 판매 준비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것도 한몫하고 있다. 박 사장은 폭스바겐 디젤게이트로 벌어진 이번 일은 르노삼성과 별개의 일로 자신이 온전히 혼자 안고 가겠다는 뜻을 주위에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내부에서는 29일 열릴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구속영장이 발부될 경우 힘든 시기를 벗어나 막 기지개를 켜고 있는 르노삼성에 찬물을 끼얹을 것으로 판단해서다.
실제 박 사장은 르노삼성 ‘구원투수’다. 그가 온 뒤 르노삼성은 침체에서 벗어나 활기를 되찾았다. 그는 2013년 르노삼성에 합류한 뒤 르노 ‘캡처’를 ‘QM3’라는 차명으로 들여와 국내에서 소형 SUV 붐을 일으켰다.
올해 돌풍을 일으킨 SM6도 그의 작품이다. 르노삼성은 올 상반기 내수시장에서 전년동기보다 25.9% 많은 4만6916대를 판매했다. 상반기 전체 판매량의 57.9%는 SM6에서 나왔다. 여기에 QM6로 탄력을 이어가면 ‘올해 내수 10만대, 내년 판매량 3위’라는 그의 목표도 가능할 것으로 여겨졌다.
부산공장 생산능력도 향상했다. 부산공장은 2010년 생산량이 27만대에 달했지만 이후 판매 부진에 빠지면서 2013년에는 13만대로 반토막났다. 생산량 회복을 위해 르노-닛산그룹 내 닛산과 북미수출용 로그 위탁생산 계약을 맺고 2014년 9월부터 생산에 들어갔다. 그 결과, 지난해에는 생산량을 20만5000대까지 끌어올렸다.
올해에는 생산 목표를 25만대로 설정했다. 올 상반기 생산대수는 전년 동기보다 11.6% 늘어난 11만9406대다. 게다가 닛산이 엔화 강세로 일본공장 생산량을 줄이면서 부산공장에 증산을 요청, 생산 확대 준비에 나선 상태다.
르노삼성은 르노-닛산그룹 내 일본 요코하마 닛산 공장, 중국 둥펑 르노 공장과 첨단엔진 부품 유치전에서도 최근 승리했다. 내실을 다져왔던 부산공장의 생산성, 박 사장의 치밀한 르노닛산 그룹 설득 작업, 부산시의 연구개발 보조금 지급이 일궈낸 성과다.
르노삼성은 협력사 발전에도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동반성장위원회가 지난달 발표한 ‘2015년 동반성장지수 평가 결과’에서 르노삼성이 우수 등급을 받은 게 이를 증명한다. 협력사들은 성과 공유제, 해외 판로 지원, 인력 개발 및 교류 지원, 에너지 절약 지원 등 동반성장지수 평가 항목에서 르노삼성을 높이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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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뉴스국 최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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