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혜옹주’의 완성본을 처음 본 박해일이 허진호 감독에 대해 ‘사람의 감정을 제대로 요리할 줄 아는, 묘한 기술을 가진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는 허 감독의 연출력에 대한 존경의 표시이자, ‘덕혜옹주’에 대한 만족감의 표현이었다.
지난 27일 ‘부산행’과 ‘인천상륙작전’에 이은 또 하나의 하반기 기대작, ‘덕혜옹주’가 언론시사회를 통해 공개됐다. 이전 두 작품이 화려한 스케일과 신선한 소재, 모험에 가까운 도전 정신을 내세웠다면, ‘덕혜옹주’는 슬픈 역사가 주는 먹먹함, 깊은 울림에 주력했다. 역사를 기반으로 한 스토리, 연출자의 눈, 그리고 배우들의 열연까지. 오롯이 기본에 충실했다.
영화는 역사가 잊고 나라가 감췄던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의 삶을 담는다. 일제는 만 13세의 어린 덕혜옹주를 강제로 일본 유학길에 오르게 한 뒤 갖가지 핑계로 조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게 한다. 조선 왕실의 상징적 희망이었던 그녀의 삶은 조선을 삼키려는 일제의 야망에 의해 처절하게 짓밟힌다.
물론 관람 내내 흘러 내리는 눈물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아픈 역사에 대한 애틋함과 분노, 고통스러웠던 선조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역사를 소중하게 대하지 않은 것에 대한 미안함, 한 여자의 기구한 삶이 주는 아련함 등 눈물의 의미는 정말이지 다양했다. 극이 진행될수록 감정은 보다 입체적으로 움직여 어느 한 장면에서도 몰입도가 떨어지지 않는다.
북받치는 내면의 감동은 역시나 배우들의 열연 속에서 정점을 찍는다. 특히나 그동안 다양한 변신을 보여줬던 손예진의 내공은 이번 작품에서 제대로 빛을 발휘한다. 그녀가 출연 하는 모든 장면에 박수를 보내고 싶을 정도로, 작품과 캐릭터 속에 완벽하게 일체된 모습. 특히 슬픔의 끝에서 절망에 빠진 ‘노인 옹주’를 연기 할 땐 극한의 먹먹함을 느끼게 한다.
영화 ‘덕혜옹주’는 오는 8월 3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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