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클린턴을 민주당 대선 후보로 지명할 것을 제안합니다"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버니 샌더스가 경쟁자 힐러리 클린턴을 최종 후보로 지명하는 장면입니다. 이로써 미국은 주요 정당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대통령 후보가 탄생을 했지요.
경선의 패자가 승자를 대선 후보로 지명할 것을 제의하는 형식입니다. 8년 전, 힐러리 클린턴 후보는 자기를 누른 버락 오바마 후보를 대선 후보로 제안했었습니다.
민주사회주의를 표방하며 정치혁명을 선언했던 샌더스는 경선 초반 유력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을 위협하는 유일한 정치인이었습니다. 그랬던 그가 깨끗이 패배를 인정하고 승자를 추천한 이유는 '대선 승리'와 '단합'을 위해서였습니다.
'정치는 1%의 이상을 위해 99%의 현실과 타협한다'
-드라마 '대물' (SBS. 2010)
드라마이기는 하지만 의미있는 명대사로 꼽히기에 소개해 드립니다.
샌더스는 자신이 모든 걸 걸었던 경선의 패배를 인정하고 힐러리와 함께 새로운 미국을 만드는데 힘쓰기로 했습니다. 승복하는 문화, 이것이 타협의 정치이자 '민주주의의 시작'인거죠.
우리는 어떨까요? 지난 2012년 대선 후 당시 민주당 문재인 의원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문재인 / 당시 민주당 의원 (2013년 10월 23일)
"'지난 대선이 불공정했다'라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사실상 대선 불복이었죠.
'역사에 가정이란 없다'고 하지만, 지난 2002년 정몽준 후보가 노무현 후보와 대통령 후보를 단일화한 뒤 만약 지지를 철회하지 않았다면, 그러니까 끝까지 지지를 해줬다면, 지금 정몽준 의원은 어떤 모습으로 남아있을까요?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당시 박근혜 후보가 이명박 후보에게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탈당했다면 그랬더라도 지금 대통령이 될 수 있었을까요?
영국 이코노미스트 산하 연구기관인 EIU가 발표한 2015년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지수는 전 세계 167개국 중 '22위', '미흡한 민주주의' 국가로 평가됐습니다. 특히 선거 과정에서 낮은 평가를 받았지요.
경쟁자들이 서로에 대해 열띠게 비판·토론하고 그 뒤 선거에 의해 승부가 났다면 그 결과에 승복하는 게 우리가 배운 민주주의의 기본적인 원칙입니다.
다음 달이면 주요 정당의 새 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가 열리지요. 아직까지는 새로운 비전을 내놓고, 그 비전을 국민에게 설명하고 설득하는 정당은 없습니다. 여전히 자신들 패거리의 세력을 과시하고, 기득권을 놓치지 않으려는 모습만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서로를 죽일듯이 공격하고 비난하다가도 결과에 승복하고, 타협하고, 단합하고 있다는 얘기가 미국의 정치판이 아닌 대한민국 여의도에서 들렸으면 하는 '소원'을 가져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