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사기·배임 혐의’ 고재호 전 대우조선 사장 법정에 선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대우조선해양 최고경영자로 재직하면서 5조원대 회계 사기를 저지르고 수천억원대 성과급 잔치를 벌인 혐의 등으로 고재호 전 사장(61·구속)이 재판에 넘겨졌다. 이로써 공개수사 착수 50여일 만에 대우조선해양 비리 핵심으로 지목된 남상태 전 사장(66)과 고 전 사장이 모두 법정에 서게 됐다.
대검찰청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27일 고 전 사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배임 및 자본시장법·외부감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고 전 사장은 프로젝트 예정 원가를 임의로 줄이거나 자회사 손실을 장부에 반영하지 않는 방식으로 순자산 기준 5조7000억원대 회계를 조작한 혐의(자본시장법·외부감사법 위반)를 받고 있다. 모두 20조원대 사기 대출을 받고 기업어음·회사채 등을 발행한 혐의(특경법 사기)도 있다. 또 실제로는 적자가 났는데도 부풀려진 경영 실적을 토대로 3년간 임직원 성과급 4960억원을 지급해 회사에 손실을 끼친 혐의(특경법 배임)도 적용됐다.
고 전 사장은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특수단은 실무진과 당시 최고재무책임자(CFO) 김갑중 전 부사장(61·구속기소)으로부터 “고 전 사장의 지시에 따라 거짓 회계가 이뤄졌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그러나 고 전 사장은 “나는 회계 지식이 부족해 잘 몰랐고, 김 전 부사장 등이 적절히 처리할 것이라고 믿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특수단 관계자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대우조선해양의 이중장부와 내부 회의자료 등에 따르면 고 전 사장이 회계사기를 지시한 정황이 드러난다”고 밝혔다. 또 “고 전 사장은 선박관리본부장 등 핵심 보직을 거치며 조선업계에서 30년 이상 근무했고 국내 유수 대학에서 경영학 석사(MBA) 과정도 이수했다”며 “이미 상당한 회계 지식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특수단은 고 전 사장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 등은 수사를 계속해 혐의가 드러날 경우 추가 기소할 방침이다. 앞서 지난 18일 구속기소된 남 전 사장에 대해서도 추가 비리와 회계사기 혐의 수사가 진행 중이다.
[정주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