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7월 치열한 '면세점 유치 전쟁'에서 승리한 호텔신라,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하나투어 등의 주가가 1년 만에 반 토막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새롭게 시작한 서울 시내면세점이 회사 수익의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호텔신라의 주가는 6만47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지난해 7월 10일 신규 서울시내면세점 사업권 획득 이후 13만8000원까지 치솟았던 것에 비하면 절반 이하 수준이다. 63빌딩을 면세점으로 전환하는 등 야심 차게 면세점 시장에 진출한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주가도 한때 20만원(작년 7월 17일)까지 올랐지만 현재는 4만9650원이다. 여행과 시너지를 기대했던 하나투어도 주당 18만원까지 근접했던 1년 전과 달리 7만원대까지 떨어졌다.
좀처럼 이 기업들의 주가가 반등하지 못하는 원인으로 서울 시내면세점이 꼽힌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호텔신라의 2분기 매출액(9619억원)은 전년 동기 대비 13.9%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229억원)은 22.2% 하락할 것으로 추정했다. 한화갤러리아도 2분기 매출액이 전년과 비교해 83% 늘어나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95.6% 줄어든 2억원에 불과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나투어는 해외여행객 증가에도 불구하고 2분기 13억원의 영업손실을 예상했다.
기업들의 내실 부족에 대해 최민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신규 서울 시내면세점들이 프로모션 확대 등으로 계속 적자를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화갤러리아의 갤러리아면세점63점과 하나투어의 SM면세점은 2분기에 각각 72억원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됐다. 호텔신라가 운영하는 HDC신라면세점도 10억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현대산업개발과의 합작사인 HDC신라면세점은 빠르게 안정화돼 가고 있다"며 "최근의 주가 하락은 국내 면세점 시장의 불확실성에 의한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향후 관세청이 서울 시내면세점 4개를 추가로 선정하는 것도 악재다. 비록 국내 면세점 시장은 출입국자 수 증대에 힘입어 성장 추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이미 포화 상태에 다다랐다는 의견도 나온다.
신규 면세점과 기존 영업점 간의 시장 우위를 유지하기 위한 단기간 출혈 경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때문에 증권사들의 목표주가도 조정에 들어갔다. 미래에셋대우는 호텔신라의 목표주가를 14만원에서 11만원으로 내렸다. 키움증권은 하나투어의 목표주가를 13만원에서
다만 호텔신라의 HDC면세점이 신규 면세점 업체들 중 상대적으로 매출(일매출 11억원)이 우수해 3분기에 흑자로 전환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호텔신라는 높은 바잉파워와 집객력으로 실적이 개선되면 주가 상승이 가능할 수 있다"고 밝혔다.
[채종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