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의 중요성을 깨달은 달팽이’는 손자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 쓰여진 짤막한 우화다. 정원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손자가 ‘달팽이는 왜 이렇게 느리게 움직이는 거예요?’라는 질문을 던졌고, 작가는 언젠가 꼭 대답을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이 책이 그 답이 됐다.
달팽이는 자신들이 옹기종기 모여살고 있는 들판이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다고 믿었다. 세상 구경은커녕 아스팔트 도로도 나가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달팽이는 자기들이 느린 것에 대해 한숨을 지으며 체념하는 분위기였지만, 그중에는 이유를 알고 싶어 하던 달팽이가 있었다. 서로를 그저 달팽이로만 부르는 이들 사이에서 자신만의 이름을 갖고 싶어하던 이 달팽이는 차가운 멸시와 조롱을 받으면서 고향 ‘민들레 나라’를 떠나게 된다.
들판에서 만난 거북이에게 어디에서 오는지 묻자 “자신은 인간의 망각으로부터 오는 길”이라며 “사람들은 나를 기억이라고 불렀지. 그런데 정작 나를 잊어버리고 말았단다”고 답한다. 거북은 달팽이를 ‘반항아’라고 부르기 시작한다. 외로운 여행 끝에 ‘세상의 끝’에 이르게 된 달팽이는 인간들이 도로를 확장하기 위해 자연을 파괴하는 걸 목격하게 되고, 동료들에게 위험을 알리기 위해 돌아가기로 결심힌다. 작은 몸으로 느릿느릿 움직이면서도 외톨이 달팽이는 앞으로 나아가기를 멈추지 않는다. 칠레의 민주화를 위해 싸워온 세풀베다는 이렇게 달팽이라는 존재를 통해 이름없이 역사의 뒤편에서 치열하게 살아온 이들을 향한 애정을 동화에 담아냈다.
미국 최고의 아동문학상은 뉴베리 상을 두 차례나 탄 미국의 ‘국민 동화작가’ 케이트 디카밀로의 신작은 1975년 미국 플로리다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저마다의 목적을 품고 ‘리틀 미스 센트럴 플로리다 타이어’ 대회에 나가 상금을 받으려는 세 소녀의 우정을 다룬다.
레이미는 바람이 나 집을 나간 아빠를 돌아오게 하기 위해, 루이지애나는 보육원에 가지 않고 동물원에 맡겨진 고양이를 되찾기 위해, 베벌리는 강압적인 엄마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대회에 나가려 한다. 대회 출전을 위해 필요한건 배턴을 높이 던져 올리는 ‘배턴 트월링’이다. 챔피언을 지낸 아이다 니 선생님의 집에 세 소녀는 모이게 된다. ‘이상하게 빛나고 파란’ 여름날의 여행을 통해 아픔을 가진 소녀들은 부조리한 세상에 대해 눈을 뜨게 되고, 결국 서로를 구원하게 된다.
작가는 아버지의 부재 속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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