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사장이 무려 36조원을 들여 세계 최대 반도체 설계회사를 사들이기로 했다. 인공지능(AI)을 인류 역사상 최대 패러다임 전환이라고 지목하며 지난달 은퇴까지 번복한 손 사장이 단행한 첫 대규모 투자라 전세계 정보기술(IT) 업계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통신·방송’ 융합으로 주목받았던 1조원 규모 SK텔레콤·CJ헬로비전 합병을 공정거래위원회가 불허해 대조를 이뤘다.
소프트뱅크는 18일 영국 반도체 설계회사 ARM을 약 240억파운드(36조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인수금액은 지난 15일 ARM의 시가총액(168억파운드)를 감안할 때 약 50%의 프리미엄이 붙은 것이다. 소프트뱅크는 지난달 24일 브렉시트(영국의 EU탈퇴) 이후 엔화 대비 파운드 가치가 약 30% 급락하면서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자 서둘러 인수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매출이 약 10억 파운드에 직원이 4000명 수준인 ARM은 삼성전자, 애플, 인텔 등 반도체 제조회사에서 해마다 받는 로열티가 주 수입원이다. 스마트폰, 태블릿 등 모바일 기기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ARM 기술을 적용한 반도체 칩 수요도 급증하고 있어 ARM 가치도 날로 높아지고 있다. 손 사장은 지난달부터 알리바바 지분 일부 매각, 핀란드 모바일게임사 슈퍼셀 매각, 겅호온라인엔터테인먼트 매각 등을 통해 약 18조 원의 현금을 확보한 바 있다.
이날 공정거래위원회는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을 최종 불허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양사간 기업결합으로 유료방송시장·이동통신시장에서 경쟁제한 우려가 심각하다. 자산 매각 등 일부 조치로는 해결할 수 없는 수준”이라면서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주식 취득을 금지하며, CJ헬로비전과 SK브로드밴드 간 합병도 금지한다”고 밝혔다. 통신방송 융합 분야 국내 1호 M&A가 결국 무산된 셈이다. 공정위는 두 기업이 합병하면 23개 방송구역 중 21곳에서 유료방송 점유율이 1위가 돼 경쟁을 제한하며, 이로 인해 케이블 TV 요금 인상도 우려된다고 분석했다. 또한 알뜰폰 1위 사업자 CJ헬로비전과 이동통신 1위 사업자 SK텔레콤이 합쳐지면 이동통신 요금이 올라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은 공정위 결정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면서도 이를 수용한다고 밝혔다. 곽은경 자유경제원 시장
[도쿄 = 황형규 특파원 / 서울 = 이선희 기자 /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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