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잠실) 이상철 기자] 이상군 투수코치가 급히 통역을 데리고 마운드에 올랐다. 5회 들어 에릭 서캠프가 첫 연타를 허용한 뒤. 하지만 이 코치는 더그아웃에 들어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마운드를 방문했다. 박용택에게 또 안타를 허용하자마자. 이번에는 이 코치의 손에 야구공이 쥐어져있다.
한화는 1회부터 매서운 타격을 선보였다. 테이블세터 정근우와 이용규는 공격을 활로를 열었다. 연타는 기본. 4회까지 매 이닝 찬스를 만들면서 5점을 뽑았다. 선발투수 류제국이 올해 가장 빨리(1⅔이닝) 내려간 가운데 유원상, 허프 등을 줄줄이 호출했다.
↑ 한화의 에릭 서캠프(오른쪽)는 14일 잠실 LG전에 선발 등판했다. 그의 KBO리그 데뷔 무대였다. 하지만 그는 아웃카운트 2개를 못 잡으며 승리투수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사진(잠실)=김재현 기자 |
아웃카운트 2개만 더하면, 서캠프는 파비오 카스티요처럼 데뷔 무대서 승리투수가 될 수 있었다. 서캠프는 69개의 공을 던졌다. 많은 투구수는 아니다. 후속 타자인 이천웅, 정성훈은 서캠프를 상대로 무안타였다.
그러나 그럴 ‘여유’가 없었다. 한화는 팀의 1승을 중요시 했다. 유난히 LG를 만날 때마다 혈투를 치렀던 한화다. 13일까지 9경기 중 2점차 이내 접전이 7번이었다. 한화 선수들은 “LG와 경기를 하면, (다른 경기보다)훨씬 더 힘들다. 한 계단 싸움이니 더욱 치열하다”라고 했다. 4점차도 안심할 수 없는데 더욱 좁혀질 경우, 이기고 있어도 압박감은 더욱 클 수밖에.
한화는 이날 승리할 경우, LG를 밀어내고 7위로 전반기를 마감하게 된다. 시즌 첫 승을 올렸던 지난 4월 5일(1승 2패) 이후 100일 만이다. 거꾸로 패할 경우, 9위로 미끄러질 수 있다. 최하위 kt와 승차가 0.5경기로 좁혀질 수도 있다. 이제야 싸울 태세를 갖췄다며 후반기 반등을 꾀하는 한화가 총력을 쏟는 건 당연한 선택일지도.
서캠프의 데뷔 무대부터 퀵후크를 강행했던 한화. 예상치 못한 3루수 송광민의 실책이 있었지만, 빠른 교체는 결과적으로 그리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송창식은 2⅓이닝 3탈삼진 2사구 무실점으로 LG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교체 흐름이 상당히 매끄러웠다. 박정진도 아웃카운트 4개(2탈삼진)를 책임지며 권혁에게 바통을 넘겼다. 9회 추가 실점이 있었지만, 김성근 감독이 전반기 최고 수훈선수로 꼽은 불펜 자원들의 빛난 활약상이었다.
↑ 한화의 윌란 로사리오는 14일 잠실 LG전에서 7회 쐐기 1점 홈런을 터뜨렸다. 사진(잠실)=김재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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