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세대·빌라 등 무자격업체 시공 ‘시한폭탄’

다세대주택과 빌라, 소규모 빌딩 등 중소 건축공사들을 무자격 업체들이 시공해 큰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무자격업체들의 세금 탈루 규모도 연간 3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12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원장 이상호)은 ‘건설업 등록증 불법 대여 근절 방안’보고서에서 최근 건설업 등록증의 불법 대여를 통한 무자격 업체들이 다세대주택, 빌라 등을 주로 시공해 국민 안전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건설산업기본법 제41조에 따라 다중·공공이용시설을 포함해 일정 규모 이상 건축물은 건설업 등록업자가 시공하도록 규정됐지만 건설업 등록증 불법 대여를 통한 무자격 업체들의 소규모 민간건축물 시공이 빈번했다.
일례로 지난해 2월 발생한 건설업 등록증 대여 사건의 경우 건설업 등록증을 건당 200만~300만원 수수료로 총 7336회 불법 대여해 4조원대 매출이 발생하고, 상당 규모 불법 등록증 대여와 불법 시공이 이뤄졌다. 당시 186억원 부당이익을 챙겼고, 등록증 대여에 따른 탈세액도 국세청 추산 8100억원에 달했다.
김광림 국회의원실 자료와 대한건설협회 분석을 이용해 재추정한 결과 건설업 등록증 불법 대여 무자격 업체들은 연간 2조∼3조원대 매출 누락으로 법인세·부가가치세 및 산재·고용보험료 등 각종 세금 탈루 규모도 연간 2900억∼4350억원에 달해 국가재정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나경연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업 등록증 불법대여 공사 현장의 경우, 건설 기술자 미배치, 공사 감리의 부실, 품질 및 안전 관리의 부실, 하자보수 책임자 미확보 등으로 부실시공과 소비자(국민)의 피해 가능성이 높다”며 “무등록 업자가 주로 시공하는 원룸과 빌라 등 소규모 건축물들은 태풍·폭우·지진 등에 특히 취약해 사회적으로 문제가 확산될 수 있고 실제 현장에서 부실 시공, 산업 재해 등 안전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14년 214명의 사상자를 냈던 경주 마우나리조트 사고의 시공을 총괄했던 업체도 등록증 대여 업체로 밝혀졌다.
건설업 등록증 불법 대여의 가장 큰 원인은 건축주 입장에서는 금전상 이익 때문으로 분석됐다. 무자격업체에 공사를 맡길 경우 건설업 등록업체보다 상당히 저렴한 비용으로 시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나경연 연구위원은 “건설업 등록증 불법 대여에 대한 가장 실효적인 대책은 동일한 업체 명의로 과다 착공한 사례를 대상으로 현장 배치 기술자의 중복 여부를 상시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적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라며 “자본금 규모, 기술자 수 기준 등을 엄격하게 검증해 시장에서 불법으로 건설업을 영위하고 있는 업체(무자격 업체)가 적발되면, 건설업 재등록을 금지하거나 재발급 가능 연수를 10년 이상으로 하는 등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한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