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난 세계’로 대중의 마음을 훅 파고든 소녀는 가요계 역사에 획을 그은 국민 걸그룹, 소녀시대로서 국내외에서 맹활약을 펼쳤다. 걸그룹 세대교체 바람에도 굳건히 No.1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소녀시대의 리드보컬, 태연은 어느새 홀로 커다란 무대를 너끈히 채우는 아티스트로의 어엿한 성장을 보여줬다.
지난 9, 10일 이틀간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태연의 단독 콘서트 ‘TAEYWON, Butterfly Kiss’는 여성 솔로 가수가 단독 콘서트를 열기 녹록치 않은 현실에서 꽤 의미 있는 행보로 기억될 만하다.
단순히 팬덤만으로 가능한 일도 아니며, 탄탄한 라이브 실력은 물론 2시간 넘는 시간을 채울만한 레퍼토리가 담보되어야 하는 일. 게다가 태연은 애초에 솔로로 데뷔해 활동하던 게 아닌 만큼, 걸그룹으로 활동해온 그가 지난 10년간 묵묵히 쌓아온 솔로곡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무대였다.
오프닝 무대를 마친 후 “혼자서 큰 무대를 채우려 하니 생각도 많아진다”고도 했지만 태연은 다채로운 음악과 퍼포먼스가 어우러진 무대로 그만의 감성과 매력을 풀어냈다.
최근 발매한 미니 2집 수록곡 ‘Up & Down’으로 공연의 포문을 연 태연은 ‘Good Thing’, ‘Fashion’에 이어 ‘Talk Talk + Night’, ‘Rain’ 등 다수의 앨범에 수록된 곡들을 차례로 선보였다.
소녀시대, 태티서 그리고 솔로 가수로서 다방면에서 활약한 덕분에 레퍼토리는 더없이 풍성했다. 특히 OST 여왕답게 ‘만약에’, ‘들리나요+사랑해요’ 등 다수의 인기 드라마에서 사랑받은 OST와 ‘제주로 푸른밤+아틀란티스 소녀’ 등 CM송을 선보이며 특별한 재미를 선사하기도 했다.
또 태연은 팬들에게 전하는 곡 ‘비밀’에 이어 자작곡 ‘Pray’를 최초로 공개, 이목을 집중시켰다. 첫 자작곡 ‘Pray’에 대해 태연은 “정말 힘들었을 때 이 길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만든 곡이다. 결국 음악으로 치유하며 회복했다”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공식 무대의 피날레는 솔로 데뷔 타이틀곡 ‘I’였다. 두 시간 넘게 홀로 진행한 공연에서도 흔들림 없는 가창으로 ‘명불허전’ 탱구(태연의 애칭)의 진가를 과시한 태연의 청아하면서도 깊은 내공이 담긴 보이스가 올림픽홀 가득 울려퍼진 순간, 현장은 ‘또 기다릴게. 더 기대할게’라는 글귀가 적힌 종이로 가득했다. 태연과 팬들이 함께 만든 이 장관은, ‘디바’ 태연의 롱런을 기대하게 했다.
발라드에서도, 댄스에서도 완벽하게 빛났다. 함께 무대를 꾸미는 댄서들보다 작고 가녀린 태연이었지만 그에게서 뿜어져나오는 아우라와 파워만큼은 과연 호스트다웠다.
바로 이 순간을 위해 수백 번 넘게 불러왔을 그의 땀과 눈물의 결실은, 가수 태연의 진짜 행보는 어쩌면 지금부터 시작인지도 모르겠다.
psyon@mk.co.kr/사진 SM엔터테인먼트[ⓒ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