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만에 영국 역사상 두 번째 여성 총리 등장이 확정적이다.
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영국 언론에 따르면 이날 치러진 보수당 차기 대표 선출을 위한 2차 예비투표에서 테리사 메이 내무장관과 앤드리아 레드섬 에너지 차관이 최종 후보로 결정됐다. 메이 장관은 보수당 의원 330명 가운데 199명의 지지를 받아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며 차기 총리직에 성큼 다가섰다. 또다른 여성 후보인 레드섬 차관은 84표로 메이의 뒤를 이어 2위를 기록, ‘여성 대 여성’의 대결 구도를 확정지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캠페인을 주도했던 보리스 전 런던시장을 배신하고 경선에 단독 출마한 마이클 고브 법무장관은 46표를 받는 데 그치며 탈락했다. 1위에 오른 메이 장관은 이날 결과를 접한 뒤 “EU를 지지하든 반대하든 보수당의 지지를 두루 받은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우리는 EU 탈퇴시 최고의 딜을 이끌어낼 수 있는 증명된 리더십을 필요로한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두 후보 중 누가 차기 총리직에 오르더라도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 이후 26년 만에 여성 총리가 탄생하게 된다. 특히 ‘이튼-옥스포드’ 출신 남성 중심의 폐쇄적인 영국 정치계 관행을 무너뜨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다.
새 총리는 지난달 23일 치러진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에 따라 EU와 탈퇴 협상을 이끌고 국론이 분열된 영국을 다시 통합해야 하는 막중한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사실상 차기 총리가 기정사실화된 메이 장관이 EU잔류파라는 점에서 향후 EU탈퇴협상을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메이장관이 2차 투표에서 60%가 넘는 보수당 의원들의 지지를 확보한 것처럼 상당수 의원들도 잔류를 원하고 있다. 메이 장관은 “브렉시트는 브렉시트다. 총리가 되면 국민투표 결과를 수용하겠다”고 했지만 “EU탈퇴를 위한 리스본 조약 50조를 올 연말까지는 발동해서는 안 된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민투표 이후 재투표 청원 열기가 높고, 브렉시트에 찬성한 유권자들 중 다수가 후회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이어서 메이 장관이 총리가 되면 브렉시트가 새 국면을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메이 장관은 지난 2010년부터 내무장관직을 수행하면서 영국 최장 내무장관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금욕적이면서 업무에는 상당히 깐깐하지만 능력있는 장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원칙주의적인 성격과 성실함 덕분에 위기에 내몰린 영국을 수습할 적임자라는 대체적인 평가지만 외교 경험이 없고 카리스마도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최종 보수당 당수 선출은 보수당 의원 들 뿐 아니라 12만5000여명의 전체 당원을 대상으로 하는데 최종 결과는 9월 9일 발표된다. 한
[강다영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