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마시며 담배 즐기는 ‘흡연카페’ 여론 분분

↑ 최근 서울 용산구 남영동에 문을 연 ‘커피&스모킹’ 매장 앞 광고판. ‘흡연과 음료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용산구 내 유일한 공간’이라고 적혀 있다. <서진우 기자>

지난 1일 서울 용산구 남영동에 위치한 한 커피 매장에선 손님들이 자유롭게 테이블 앞 의자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담배까지 피고 있었다. 이 매장의 이름은 당당하게도 ‘커피&스모킹’. 매장 앞 광고판에는 ‘흡연과 음료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용산구 내 유일한 공간’이라는 문구도 적혀 있었다. 이 매장 점원은 “지난달 중순 가게를 열었는데 흡연층과 비흡연층이 구분돼 있어 누구나 많이 찾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점심시간대에는 주로 흡연자들이 2층 10여 개 테이블에 가득 들어차 흡연과 함께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최근 건물 안에서도 자유롭게 담배를 피며 커피를 마실 수 있는 ‘흡연 카페’가 늘고 있어 주목된다. 지난해 1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에 따라 일반 식당이나 커피전문점에서도 테이블을 갖춘 공간에선 흡연이 불가능하다. 별도로 마련된 전용 흡연실이 있더라도 그 곳엔 테이블이나 의자가 없어야 한다.
하지만 최근 늘고 있는 흡연 카페는 테이블 앞 의자에 앉아서도 담배를 필 수 있다. 그 이유는 이들 매장이 일반 카페와 외관은 비슷해도 영업 방식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이곳에선 종업원이 커피를 제조해 테이블까지 갖다주는 ‘서빙’을 일절 하지 않는다. 고객은 일단 커피값을 계산한 후 종이컵을 받아들고 매대 앞에 마련된 커피머신에서 직접 커피를 내려받는다. 그리고 테이블까지 고객 스스로 커피를 들고가 담배도 피면서 커피를 마신다.
현행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르면 휴게음식점에 흡연실 설치는 가능하되 의자나 테이블 같은 영업 설비를 그 안에 마련할 수 없다. 하지만 최근 생겨난 흡연 카페는 식품자동판매기영업으로 사업자 등록을 하고 있다. 점원이 서빙하지 않고 고객이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듯 컵만 받아 커피머신에서 커피를 내려마시고 직접 테이블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그같은 식품자동판매기업소는 휴게음식점에 포함되지 않아 이곳에선 흡연이 가능하다.
사실 이같은 흡연 카페는 지난해 말 프랜차이즈 형태로 처음 등장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경기도 용인에 1호점으로 나온 ‘스모킹 카페’다. 올해 2월부터 대전, 부산, 수원, 인천, 거제, 천안, 평택 등으로 번져 현재 전국 8개 매장으로 늘어났고 모두 개인 사업자가 가맹본부와 계약을 맺고 운영하는 가맹점이다.
스모킹 카페 가맹본부인 윈윈코리아의 황기주 대표는 “내가 국내에서 가장 먼저 흡연 카페 아이디어를 내 ‘스모킹 카페’라는 상표에 대한 특허도 출원해 놨다”며 “지난 2년간 철저히 준비해 세운 매장”이라고 말했다.
흡연 카페의 등장에 애연가들도 속속 이곳을 찾고 있다. 황 대표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경기도 수원점의 경우 하루 평균 500여 명, 주말엔 1000명까지 찾아온다”며 “윈윈코리아에 들어오는 가맹점 개설 문의 전화도 하루 30여 통에 달한다”고 말했다.
스모킹 카페는 지방에 이어 서울에도 곧 문을 연다. 지난달 30일부터 서울 종로구 혜화동 대학로입구에 매장 설치 공사가 시작돼 다음달께 스모킹 카페 첫 서울 가맹점이 들어설 예정이다. 스모킹 카페는 올 연말 50호점 개설이 유력하며 내년에는 500호점 돌파도 목표로 잡고 있다.
흡연 카페에 대한 여론은 분분하다. 일각에선 법 사각지대에 놓인 편법 변종 매장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아울러 일부 매장에서 점원이 고객 편의를 위해 직접 커피를 흡연 테이블까지 가져다 주는 위법 사안도 발생할 우려가 있다. 이에 대해 황 대표는 “우리 매장은 위법도 편법도 아닌 엄연한 합법일 뿐 아니라 철저한 매장 교육을 통해 점원 서빙을 금지하고 있다”며 “오히려 거리에서 무분별하게 담배를 피워 하수구가 막히고 건물 주변이 더러워지는 단점을 막고 흡연가들에게 편안한 휴식 장소를 제공하는 장점이 훨씬 크다”고 강조했다.
관계 당국은 흡연 카페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건강증진과 관계자는 “엄밀히 말해 (법령에는) 휴게음식점에서 흡연이 불가능하고 돼있지, 식품자판기판매업소에서 흡연이 가능하다는 건 아니다”며 “관련 법령 정비 등 조치를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매장 전층 면적을 다합친 연면적이 1000㎡ 이상인 곳에선 영업 형태와 상관 없이 테이블을 갖춘 흡연실은 불법이기 때문에 매장 면적에 대한 조사도 진행할 방침이다. 용산구 보건소 관계자도 “흡연 카페가 주변 금연시설이나 공공장소에 간접흡연 피해를 준다면 행정규제를 가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서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