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유로존(EU) 탈퇴(브렉시트)가 현실화되자 유럽펀드 투자자들은 패닉에 빠졌다. 최근 브리메인(영국의 EU 잔류) 가능성이 높게 첨져지자 잠시 유럽펀드에 유입됐던 자금도 썰물처럼 빠져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앞둔 지난 22일부터 3일간 국내에 운용 중인 유럽펀드에 221억원이 순유입됐다. 특히 22일 하루에만 설정액이 105억원 급증했는데, 유럽펀드에 일일 기준 100억원 이상이 들어온 것은 지난 1월 이후 처음이다. 펀드 수익률과 유출입 현황이 시장 마감 후 하루 뒤에 반영되는 특성상 브렉시트 당일인 24일 발표된 데이터에서도 유럽펀드에 47억원이 들어온 것으로 집계됐다.
사실 유럽펀드는 2분기 들어 자금줄이 완전히 막힌 상태였다. 최근 3개월 동안에만 1500억원이 빠져나갔고, 특히 지난달부터 이달 21일까지는 40일 연속으로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암흑기를 겪고 있었다. 이 때문에 브렉시트 변수가 사라지면 유럽펀드의 숨통도 다소 트일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했다. 국내 투자자들도 영국에서 실시간으로 전해지는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반응했다.
지난 13일 영국에서 발표된 TNS와 유고브 조사 모두 EU 탈퇴 의견이 잔류보다 7%포인트나 높자 14~16일 유럽펀드에서 198억원의 자금 유출이 이뤄졌다. 하지만 지난 18일 발표된 서베이션 조사에서는 브렉시트 반대가 45%로 찬성(42%)을 앞서는 결과가 나오자 20~21일 이틀간 38억원이 빠지는 정도에 그쳤고 22일부터 순유입으로 돌아섰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국내 투자자들이 베팅한 브리메인은 무산되면서 유럽펀드 투자자들은 당분간 큰 혼란이 불가피해졌다. 실제 브렉시트 현실화가 뚜렷해진 24일 오후 시중은행과 증권사 창구에는 유럽펀드 투자자들의 환매 문의가 급증했다. 유성천 KB자산운용 리테일본부장은 "브렉시트가 실물 경제를 흔드는 대형 악재로 보는 투자자들은 많지 않아 대량 환매는 없었다"면서도 "그러나 글로벌 증시가 우려감에 급락하면서 투자 여부를 묻는 문의는 평소보다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 규모 유럽펀드인 슈로더유로(9578억원)를 판매하는 한 증권사 PB는 "독일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는 유럽펀드 특성상 독일 증시가 급락하면서 문의가 늘어난 것이 사실"이라며 "다만 대량 환매 여부는 앞으로 유럽 증시 움직임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소나기를 피할 마땅한 대안이 없는 상황이라 일단 지켜볼 것을 권고하고 있다. 홍융기 KB자산운용 멀티솔루션본부장은 "불안감에 브렉시트 당일 펀드 환매를 했어도 기준가 반영일은 며칠 뒤이기 때문에 현 브렉시트 정국을 피할 방법은 사실상 없다"며 "장기적 시각을 갖고 증시 회복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투자 방향을 재점검해 보라"고 조언했다. 파라스 아난드 피델리티 유럽 주식 부문 헤드는 "내수경제 비율이 높은 미국 기업과 비교하면 유럽 기업들은 글로벌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며 "일부에서 예측하는 정도로 기업
[채종원 기자 / 이용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