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EU 탈퇴 결정은 브렉시트를 반대해 온 힐러리 클린턴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와 브렉시트에 찬성해 온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대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브렉시트 직후인 지난 24일(현지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서부 해안의 본인 소유 턴베리 골프장 재개장식에 참석한 트럼프는 “브렉시트 투표와 미국 대선이 똑같다(Parallel)”면서 향후 대선 과정에서 자신감을 표시했다.
트럼프와 영국 브렉시트 진영은 구호는 물론 지지층의 정서와 구성 측면에서도 상당한 공통점이 있어 최근 힐러리에 열세를 보여 온 트럼프가 브렉시트 투표를 계기로 반전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비해 힐러리는 성명을 통해 “브렉시트를 통해 새로운 불확실성이 발생했다”며 “미국은 영국과 EU 사이에서 균형된 외교를 통해 불확실성에 대비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오랜 경험과 리더십있는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표심만 놓고 본다면 트럼프에 유리한 측면이 많다. 트럼프 지지자와 브렉시트 지지자가 ‘기득권에 대한 분노’와 ‘기성정치에 대한 불만’ ‘외부 이민자에 대한 반감’ ‘국가 이기주의’ 등의 공통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Make America Great Again)’는 트럼프의 구호와 ‘우리나라를 되찾자(Take back our country)’는 브렉시트 지지자들의 구호도 유사하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과 영국에서 세계화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분노가 시작됐고 인구적 다양성 확대로 이민 문제 논란이 과열됐다”며 “트럼프와 브렉시트 찬성파는 이민 문제가 그들의 강력한 정치 무기가 되리라는 것을 발견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미국 정치권에서는 브렉시트가 전례없는 일인데다 실제로 실현되기까지는 많은 과정이 남아 있어 당장 미국 대선에 미칠 영향을 가늠하기는 쉽지않다고 신중한 입장이다. 특히 브렉시트 자체가 미국의 이익과는 상반되는 측면이 많아 오히려 브렉시트에 찬성해 온 트럼프에 불리한 여론이 형성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브렉시트로 인해 유럽 내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미국 기업의 유럽 매출이 감소할 경우 미국으로서는 브렉시트가 달가울 리 없다. 브렉시
단순히 민심의 공통적 요소보다는 미국의 이해관계가 대선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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