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인에 집단공격 당한 교민 이씨 "어리석음에 질 수 없어"
↑ 사진=연합뉴스 |
터키에서 록밴드 음악을 듣는 모임 중 터키인들로부터 집단공격을 당한 교민 이석우씨가 이번 공격 후 처음으로 입을 열었습니다.
이달 17일 밤 라디오밴드 새 앨범을 함께 모여 듣던 중 '라마단 기간에 술을 마신다'며 터키인들이 몰려와 폭력을 행사한 지 사흘만입니다.
이석우씨는 20일 페이스북 계정에 가수 이상은씨의 곡 '외롭고 웃긴 가게' 유튜브 영상과 함께 영문으로 올린 글에서 "우리는 이런 어리석음에 질 수 없다"고 말하고, "그 무엇도 이런 만행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는, 진정한 무슬림은 다른 어떤 종교(인)보다 더 관용적이라고 믿는다고 한 뒤, 이번 일이 터키라는 나라 전체를 비판하는 데 이용돼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이씨는 그러면서 "어느 나라나 맞서 싸워야할 이런 어리석은 자들이 있는데, 마침 우리가 운이 없어서 그런 사람들과 맞닥뜨렸던 것"이라고 했습니다.
건물주인이 가게를 비우라고 했다는 등 일부 현지 매체의 보도와 관련 이씨는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하고, "가게를 닫을 계획이 없다"고 했습니다.
이씨는 이날 레코드숍이 있는 베이올루구(區)의 아흐멧 미스바 데미르칸 구청장과 면담했다. 구청 측은 화해의 자리를 제안했습니다.
면담 후 구청 밖에서 연합뉴스 특파원과 만난 이씨는 "폭행으로 멍이 들었지만 몸은 괜찮은 편"이라고 말했습니다.
구청 측이 제안한 화해의 자리를 받아들일지, 영업을 언제 시작할지 등에 대해선 "아무 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고 짧게 대답한 뒤 자리를 떴습니다.
이씨의 음반매장 벨벳인디그라운드는 사흘째 문이 닫혀 있었다. 어두운 내부에는 음반들과 탁자의 형체가 보였습니다.
이날 오후에도 터키 방송 카날디(채널 디) 취재진이 레코드숍 주변을 기웃거리며 이씨의 소재를 묻고 있었습니다.
이웃에서 일하는 터키인들은 이씨가 언제나 밝은 표정으로 인사하는 친절한 사람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레코드숍에서 주류를 제공하지도 않았는데 이런 일을 당해 안타깝다고도 했습니다.
인근 식품점 '힐랄마켓'에서 만난 직원 누리씨는 "이씨는 단골이기 때문에 잘 안다"면서 "그날 그렇게 많은 사람이 올 줄 몰랐다고 하더라"고 했습니다.
인근에서 앤티크 소품점 '오스마늘리 안티크 팔라스'를 운영하는 여성 튈린씨는 "30명 가량이 모여서 음악을 듣고 술을 마셨는데, 대낮부터 음악소리가 너무나 컸다"면서 "라마단 기간에 저러다 무슨 일이 나겠다는 느낌이 들더라"고 말했습니다.
이씨의 레코드숍은 이 지역 '자미'(이슬람 사원)에서 약 30m 떨어져 있습니다.
손님들은 터키인과 외국인이 섞여 있었고, (한국인처럼 보이는) 아시아인은 눈에 띄지 않았다고 튈린씨는 기억했습니다.
'폭력은 나쁘지만 록밴드 모임도 실수를 했다'는 이웃들의 반응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양비론
이씨의 상점 근처에서 만난 한 터키인은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하며 "에르도안 대통령이 어제 '둘 다 잘못이다'고 하지 않았느냐"면서, "이 사건에 터키 매체의 눈과 귀가 쏠려 있는데, 주민들이 다른 얘기를 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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