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맞벌이 부부인 김신영씨(38세)는 친정부모께 부탁해 오후 3시가 되면 어린이집에서 아이를 데려온다. 전업주부들이 이때가 되면 맡겨둔 아이들을 대부분 데려가기 때문이다. 김 씨는 “친구들과 떨어져 홀로 교실에 남겨진 아이가 마음에 너무 걸리고 퇴근시간을 기다리는 보육교사 눈치 탓에 결국 부모님께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7월 맞춤형 보육제도 도입을 앞두고 정치·사회적 이해 대립이 거세지고 있지만 정작 맞춤형 보육이 실시될 경우 그동안 맞벌이 부모가 겪어온 어린이집 관련 ‘육아 스트레스’가 상당수 해소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됐다.
육아정책연구소는 20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육아선진화 포럼’에서 “현재 획일적인 종일반 체제로 운영되는 보육 시스템으로 인해 취업 여성들이 일평균 2시간 남짓 ‘보육 공백’으로 인한 고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맞춤형 보육 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김은설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이날 기조발제를 통해 ‘2015년 보육실태조사’를 분석한 결과 “취업 여성들이 원하는 어린이집 이용시간은 일평균 9시간 6분이지만, 현재 7시간 38분 밖에 이용하고 있지 못하다”며 “이 때문에 보육공백과 함께 이를 메우기 위한 추가 지출이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3년 무상보육 도입 이후 ‘눈칫밥’을 먹게 된 취업 여성들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아이를 일찍 하원시키고 있다는게 김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상대적으로 전업주부들의 어린이집 하원시간이 빠르고, ‘같은 값’이면 어린이집도 이용시간이 짧은 아이들을 선호하는 상황에서 취업 여성들이 오히려 설 자리를 잃었다는 설명이다.
복지부가 어린이집 하원시간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업주부들은 78.9%가 오후3~4시에 아이를 데려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시간 취업여성들은 57.4%만이 아이를 하원시키고 있었다. 또한 오후 6시 이후에 아이를 데려가는 비율을 보면 직장 어린이집은 23.8%에 달했지만, 다른 형태로 운영되는 어린이집에선 6~9%에 불과했다..
김 연구위원은 이어 “취업 여성들의 평균 근로시간은 2009년 8시간에서 지난해 9.4시간으로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어린이집 이용시간은 평균 14분 가량 짧아졌다”며 무상보육 도입 이후 이같은 ‘눈칫밥’이 오히려 심해졌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종일반과 맞춤반을 구분해 부모 특성에 충실한 보육이 이뤄지면 취업 여성이 오후 7시 30분까지 눈치볼 필요없이 당당히 자녀를 맞길 수 있게 된다”며 “전업주부의 경우에도 0~2세 기준 일평균 6시
윤희숙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정복지정책연구부장도 이날 토론을 통해 “맞춤형 보육은 그동안 양적확대에 치중해온 보육을 질적으로 높이기 위한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전정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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