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새누리당 내홍 사태를 놓고 ‘더이상의 분열보다 화합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유승민 의원의 새누리당 복당 허용 논란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이 문제로 여당 내분이 확산되는건 옳지 않다는 입장을 간접 피력한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이 때문인지 대다수 청와대 참모들도 빠른 사태 수습을 희망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일부 친박계 의원들이 “좌시할 수 없다”며 반발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태가 ‘추가 폭발’없이 ‘봉합 모드’로 들어간 이면엔 이같은 청와대 분위기가 자리잡고 있다는 설명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19일 “조선·해운 등 산업 구조조정과 영남권 신공항 발표, 맞춤형 보육 실시, 야당의 법인세 인상 주장 등 중차대한 민생 정책 이슈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점화되고 있는 시점 아니냐”며 “여당이 모든 정책 역량을 한 곳으로 모으기는 커녕 정치적인 일로 이렇게 분열하고 갈등하면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은 얼마나 불안해 하겠는가를 생각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유승민 의원 복당이 예민한 문제이긴 했고, 혁신비대위 회의 과정상 부적절한 일도 있었던 건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이 문제가 산적한 민생 문제를 덮어버릴 순 없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청와대 분위기와 관련해 여권 한 관계자는 “무엇보다 박 대통령 뜻이 중요했겠지만, 김재원 신임 정무수석 취임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며 “이번 사태와 관련해 김 수석은 당내 화합을 강조하는 행보가 두드러졌다”고 말했다.
이런 기류 때문인지 지난 17일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면담을 거절했던 김희옥 위원장은 이날 오전 자신의 집 근처 카페에서 정진석 원내대표를 만났다. 김 위원장은 공개회동에서 “여러 상황이 유감스럽고 말할수 없는 자괴감이 든다”며 심경을 토로했다. 또 “이건 민주주의가 아니고 애당심도 없었고 신뢰도 없고 윤리와 기강도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다시 당의 화합을 이끌어내고 어떻게 혁신으로 나갈 수 있겠나”라며 따지기도 했다.
정 원내대표는 시종일관 머리를 조아리며 김 위원장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정 원내대표는 “복당 처리 과정에서 너무나 거칠고 불필요하고 부적절한 언사를 행한데 대해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지난 주말 저 스스로도 많이 반성했고 아무쪼록 마음을 푸시고 8월9일 전당대회를 원만히 치를 수 있도록 당무에 복귀해주시기 바란다”며 혁신비대위 정상화를 요청했다.
김 위원장은 “사과는 진정성이 있다면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위원장직 복귀 문제 관련해서는 “좀 더 고심하고 고민하겠다”며 즉답을 유보해 여지를 남겼다.
공개회동에 이은 비공개 만남은 24분만에 끝났다. 비공개 회동에서 김 위원장은 “당의 기강이 이렇게 엉망인데 내가 다시 들어가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 당이 이렇게 어려울 때 나로 인해 혼란이 더 가중되는 게 아닌가 우려된다”라고 말했다고 지상욱 당 대변인이 전했다.
회동후 김 위원장은 당무 복귀에 대한 기자들 질문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이 회동장을 빠져 나갔다.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가 불과 2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김 위원장이 ‘임시직’의 한계를 체감한 만큼 향후 자신의 거취에 대해 장고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정 원내대표가 김 위원장의 당무 복귀에 확답을 받지 못하면서 친박계의 공세수위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지난 17일 유승민 의원 등 탈당파 의원 7명에 대한 일괄복당 결정에 거센 불만을 제기한 ‘강성’ 친박계는 이날 결론이 나지 않자 20일 오후 모여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김 위원장 거취와 관련해 청와대는 적극적인 설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청와대의 한 참모는 “중대한 시기에 여당 지도부가 또 공백 상태가 되어선 안되지 않겠느냐. 계속 자리를 지켜주시도록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주말새 김 위원장을 상대로 직·간접적인 설득작업이 이뤄졌던 것으로 전해진다.
청와대에선 정 원내대표 행보에 대해 상당한 불만과 실
[남기현 기자 / 안병준 기자 / 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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