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전 후한 전력을 평가받았던 팀은 아니다. 그러나 LG가 4위권에서 기대 이상으로 버텨주고 있는 데에는 타선에 생기를 불어넣은 채은성(26)의 성장도 한 몫을 하고 있다.
13일 현재 3할대 타율(0.306)을 유지하면서 외인타자 히메네스에 이어 팀내 2위의 타점(34개)을 올리고 있는 채은성은 물 흐르듯 부드러운 스윙이 돋보이는 타자다. 힘을 모으고 전달하는 스윙의 전과정에서 요철이 없는 매끈한 흐름이 장점이다.
투수가 던지는 빠른 볼을 공략하기 위해서 타자에겐 그 볼을 쳐서 이겨낼 힘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힘을 만들어내기 위한 몸의 활용법이 바로 힘의 ‘힘의 연결고리’ ‘힘의 연결순서’로 풀이되는 키네틱체인이다.
↑ LG 채은성은 몸을 잘 활용하는 스윙의 부드러운 흐름이 돋보이는 타자다. 사진=천정환 기자 |
이 타이밍의 흐름은 특히 변화구를 대처하는 모습에서 타자간 차이가 드러난다. 속구를 받아칠 때와 변화구를 받아칠 때의 차이를 스윙 내에서 ‘쉼표’로 만들어낸다면 힘을 제대로 쓸 수 없는 타격, 힘의 손실이 생기는 스윙이 된다. 스윙의 흐름을 부드럽게 유지하면서 (멈춤이 없이) 타이밍을 살짝 끌어주는 것이 효과적인 대처가 될 수 있다.
빠른 볼과 변화구에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 흔히 ‘히팅포인트’를 말하는 지도자들이 많았다. 빠른 볼은 히팅포인트를 앞쪽에 두고, 변화구는 조금 뒤쪽에서 쳐야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최근에는 타자가 최대의 힘을 배트에 실어낼 수 있는 최적의 히팅포인트는 구종에 따라 다르지 않다는 분석이 더 힘을 얻고 있다. 사실 투수가 던진 시속 145km의 속구가 홈플레이트에 도달하는 시간과 130km대 이하 변화구가 들어오는 시간의 차이는 고작 0.1초 내외다. 구종에 따라 능란하게 히팅포인트의 위치를 조정하는 미션은 불가능에 가깝게 느껴진다. 이보다는 스윙의 타이밍에 집중하는 방법이 좋아 보이는데 일관되고 부드러운 스윙을 보여주고 있는 채은성의 템포감은 그래서 더욱 돋보인다.
채은성은 전략을 단순화하면서 2스트라이크 이전까지는 속구에 타이밍을 맞추고 타격한다고 한다. 올시즌 초구 타율이 4할대 중반을 넘어서고 있는 그의 비결은 적극적인 타격과 몸을 잘 활용할 수 있는 부드러운 스윙 타이밍이라고 생각된다.
타석에서 ‘단순하게 생각하라’는 조언을 많이 듣지만, 실제 타자들이 실천해내기란 참 어렵다. 머리로는 그러고 싶어도 몸은 고민이 많다. 힘을 만들고 전달해내는 스윙의 전 구간에서 흔들림 없이 확신에 차고, 멈춤 없이 흘러가는 스윙 타이
육성선수로 들어왔던 채은성이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도 꿈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훈련하던 새내기 시절이 떠오른다. LG의 중심타선을 채우고 있는 오늘의 모습이 감동적인 만큼 내일의 LG를 더 튼튼하게 만들 타자로 계속 성장하기를 응원해본다. (SBS스포츠 프로야구 해설위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