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산통합 실무를 맡고 있는 박 부장은 "전산통합이야말로 하나·외환은행 통합 과정의 '화룡점정'"이라며 "전 직원이 오류 발생률을 '0'으로 만든다는 목표로 막판 점검에 혼신의 힘을 쏟고 있다"고 강조했다.
옛 하나은행과 옛 외환은행의 정보기술(IT) 시스템을 하나로 합치는 KEB하나은행의 전산통합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전산통합은 옛 하나은행과 옛 외환은행의 진정한 통합을 이루기 위해 반드시 달성해야 할 과제다. 지난해 9월 이뤄진 통합법인 출범이 양 은행이 법률상 하나가 된 '형식적' 결합이라면 전산통합은 옛 하나은행·옛 외환은행 고객들이 다니던 지점에 상관없이 어디서나 은행 업무를 볼 수 있게 되는 '실질적' 결합이다. KEB하나은행은 옛 하나은행(수신·여신 등)과 옛 외환은행의 경쟁력 있는 업무(외환·수출입 등)만 각각 결합해 통합 IT시스템을 구축했다. 또 현재 두 개로 나뉜 인터넷뱅크·모바일뱅크가 하나로 합쳐져 진정한 통합 서비스를 구현한다. 전산통합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서울스퀘어빌딩 내 KEB하나은행 IT본부에는 말소리조차 내기 힘들 정도로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특히 양 은행의 고객 정보를 정리·통합하는 '데이터클리닝실'은 출입 통제가 엄격해 들어가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서울스퀘어빌딩은 한 층 면적이 900평인데 KEB하나은행 IT본부는 이 중 6개 층을 사용한다. 명동 본점 기준으로 계산하면 무려 15개 층에 해당하는 공간이 오로지 통합작업만을 위해 쓰이고 있는 셈이다. 통합작업에 투입된 인원은 본점 인력만 1200여 명으로 외주 인력(18개사)까지 합치면 총 2000명에 달한다. 해당 직원들은 지난해 9월 1일부터 약 9개월에 이르는 기간에 제 시간에 퇴근해 본 적이 없을 정도로 작업에 매달려 왔다.
실제로 사무실 곳곳에는 직원들이 잠을 청했던 '접이식 침대'가 놓여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실내에서 장시간 일하는 직원들을 위해 공기청정·채광 등 근무 환경에 신경을 쓴 탓인지 다행히 크게 답답한 분위기는 아니었다.
박호경 KEB하나은행 정보전략팀 차장은 "각층마다 화장실을 10칸씩 늘리고 샤워실도 새로 만들었다"며 "매일밤 직원들 간식으로 라면 2000개, 삶은 계란 4000개 정도가 필요해서 트럭 몇 대가 저녁마다 음식을 싣고 온다"고 설명했다. 이번 통합작업을 총지휘하는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은 일주일에 한 번꼴로 직접 현장을 찾아 직원들을 격려했다. 함 행장은 방문할 때마다 작업의 모든 과정을 직접 챙기는 한편 직원들에게 홍삼 등 건강보조제를 챙겨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또 이례적으로 외주 직원들의 관혼상제까지 은행에서 챙기라고 지시할 정도로 사기에도 많은 신경을 썼다
KEB하나은행이 이번 통합작업에 이처럼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것은 지난해 7월 하나·외환카드 전산통합 과정에서 겪은 전산오류 악몽을 씻기 위해서다.
김재영 KEB하나은행 통합지원단 전무는 "당시
통합작업은 현충일 연휴 기간인 6월 4일부터 7일 오전 6시까지 진행된다. 해당 기간 KEB하나은행의 인터넷뱅킹·모바일뱅킹·폰뱅킹·현금자동입출금기(ATM) 사용 등 대부분의 금융 거래가 일시 중단될 예정이다.
[정지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