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대 국회 개원 첫날인 30일 여야는 일제히 의원총회를 열었다. 왼쪽부터 더민주·새누리·국민의당 의총 모습 |
그러나‘상시 청문회법(국회법 개정안)’으로 여야와 청와대가 교착상태에 놓여있는데다 각 당이 내놓은 중점 법안들도 타협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총선 후 형성됐던 ‘협치’ 분위기가 유지될 수 있을 지 미지수다. 이날 김도읍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야당에서 여당으로서 수용하기 어려운 요구들을 해오고 있다”며 야당을 비판했고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는 “경제 상황이 우려되는 바가 많은데 대통령은 보이지 않고 경제부총리와 경제수석이 뭘 하는지 모르겠다는 아우성이 나온다”며 청와대와 정부를 겨냥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총선 민의에 대한 거부이며 대통령은 또 분열과 대결, 편가르기에 나섰다”고 비판했다.
◆ 새누리당, 김희옥 인준 의총..계파청산 의지 다져
총선 참패의 후유증을 한 달 반 동안 떨쳐내지 못하던 새누리당은 20대 국회 첫 의원총회를 통해 ‘정상화’를 최우선의 가치로 꼽았다. 또 애를 먹었던 혁신위원회와 비상대책위원회를 단일화하기로 하고 김희옥 전 공직자윤리위원장을 혁신비대위원장에 내정하는 방안을 사실상 추인했다. 지난 24일 정진석 원내대표·김무성 전 대표·최경환 의원의 3자회동에서 합의한 당 정상화 방안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혁신위·비대위 투트랙 구성이 중진연석회의를 통해 마련됐지만 전국위원회기 성원 미달로 무산돼 실패했다. 저로서는 상상 못한 일”이라면서 “지금와서 누구를 탓하겠나. 대의멸친(큰 의로움을 위해서는 사사로운 정을 끊음)이라는 말처럼 (혁신비대위 구성으로) 이제 새누리당에서 계파 이야기는 그만 나왔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김희옥 혁신비대위원장 내정자는 “분파 활동으로 분당이나 탈당 주장하는 현상이 있다면 국민의 사랑은 영원히 돌아올 수 없다”며 “혁신비대위를 가동하면 부정적 의미의 분파 활동을 통합하고 갈등과 분열을 가져오는 구성원에게 윤리기구 등을 통해 제명 등 강한 제재를 할 수 있도록 제도화해 운영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계파를 뛰어넘어 어렵사리 마련된 혁신비대위에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비박계 김성태 의원은 “새누리당에 보수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한 계파청산에 가장 많은 주문이 있었다”라며 “앞으로 새누리당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계파정치에 함몰된 정치를 청산하기로 했다. 그런 의미에서 김희옥 혁신비대위원장에도 다들 동의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다음달 2일 전국위원회를 열어 이날 추인 방안을 최종 확정하게 된다.
◆ 더불어민주당, “삶에 도움되는 정당”…거부권 정국 털고 민생행보
123명의 의원중 114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은 청와대의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에 대한 원칙있는 대응을 주문하면서도 민생 문제를 챙기는 데 소흘히 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을 펼쳤다.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는 “정치 쟁점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국민과 약속한 대로 민생에 충실한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상호 원내대표도 “우리가 민생에 전념할 수 없도록 하는 방해와 꼼수가 있지만 오직 국민의 민생을 위해 봉사해야 한다”면서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정당이라는 방향을 잃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날 의총에서는 계파정치의 폐단을 없애고 대 언론관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개진됐다. 전현희 의원은 “계파다툼이 (국민들에게) 얼마나 볼썽사납게 보이는지 알고 있기 때문에 이제 우리 모두가 국민계파가 돼야 한다”면서 “언론지형이 야당에 불리하더라도 언론은 우리가 만나는 첫번째 국민이기 때문에 절대 적대시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29일 이종걸 전 원내대표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향해 “대통령이 되면 국민이 시궁창에 버리는 이름이 될 것”이라고 독설을 해 논란이 된 것과 관련해 ‘설화’를 경계하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이 전 원내대표는“미안하게 생각한다”며 재빨리 사과했고 우상호 원내대표도 “(그 발언은) 실수한 것 같다”며 주의를 환기시켰다
이날 의원총회에서 더민주 의원들은 세비를 모다 부실채권 123억원 상당을 구입해 소각하기로 하고 촛불로 종이를 태워 채권 소각하는 모습을 형상화한 퍼포먼스를 펼쳤다. 또 최운열 의원·김종대 전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을 팀장으로 하는 경제민주화·건강보험료 TF도 본격 가동하기로 했다.
◆ 국민의당, “정쟁으로 국회를 버리지 않겠다”
국민의당은 이날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안철수 상임공동대표는 의총장에서 당 의원들을 향해 “20대 총선의 민심은 정치를 바꿔달라는 국민의 요구이고, 기존 관행대로 낡은 정치를 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기존 정당과 차별화를 하기 위해 국회 개원시 각당이 앞다퉈 내놓는 ‘1호 법안’도 발표하지 않기로 했다. 김성식 정책위의장은 “‘1호 법안’식 단편적 접근은 하지 않겠다”며 “20대 국회 기본정책방향을 설정해 각 분야별로 ‘정책 패키지’를 제시하겠다”고 설명했다. 국민의당은 공정성장과 질적성장, 불평등 격차해소 등을 6대 기본정책방향으로 선정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누진소득세 강화 ▲기업소득환류세제 개편 ▲근로장려세제(EITC) 지원폭 확대 ▲기초연금 증액을 묶어 하나의 정책 패키지로 내세울 계획이다.
국민의당 지도부는 소속 의원 ‘군기잡기’에 나서기도 했다. 안 대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은 초선 의원들에게 자신을 돌아보는 의정활동을 하겠다는 각오로 국회의원 배지를 꼭 착용하라고 했다”고 강조했다. 김성식 정책위의장은 의원들에게 “정책역량강화 워크숍을 위해 6월 한달 동안 화·수·목요일 3일은 오전 7시까지 나오라”며 “메모를 해두라”고 주문했다.
국민의당은 또 “정쟁으로 국회를 버리지 않겠다”며 민생·현안 투트랙 접근을 추구하겠다고 밝혔
[박승철 기자 / 김명환 기자 / 김강래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