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온한 호주 해안가의 한 휴양도시에 박쥐 10만 마리가 몰려들어 도시가 거의 마비됐습니다.
주민들은 사실상 집안에 갇혀 큰 불편을 겪고 있는데요.
김희경 기자입니다.
【 기자 】
나뭇가지마다 시커먼 무언가가 매달려 있습니다.
하늘은 시도 때도 없이 검은 점으로 메워집니다.
다름 아닌 박쥐떼입니다.
박쥐 10만여 마리가 시드니에서 남쪽으로 300km 정도 떨어진 베이트먼스 베이를 일주일 전부터 점령하다시피한 것입니다.
박쥐 떼는 소음과 먼지, 악취뿐 아니라 정전사태까지 일으키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집 밖으로 나가기가 무서울 정도로 불편하다고 말합니다.
▶ 인터뷰 : 루이스 / 베이트먼스 베이 주민
- "매일 아침 예외 없이 현관 앞을 쓸고 세차를 해야 합니다."
관광객의 발길도 끊겨 지역 경제 타격에 대한 우려도 나옵니다.
이들 불청객은 호주 박쥐 가운데 가장 큰 몸길이 25cm 안팎의 '회색머리 날여우 박쥐'로, 호주 내 전체 객체수의 20~25%를 차지합니다.
이 박쥐들은 계절을 바꿔 이동하는데, 수년 전부터 서식지로 삼으면서 갈수록 늘었다는 분석입니다.
호주에서 이 박쥐들이 법적으로 보호받고 있는데다, 준비됐을 때에만 이동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현재로는 인내가 유일한 방법이라고 동물보호단체들은 말합니다.
이에 따라 해당 주 정부는 사실상 '비상사태'로 규정하고 다른 곳에 서식처를 마련하기로 하는 등 우리 돈으로 30억 원 가까이 투입할 계획입니다.
MBN뉴스 김희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