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친박 보이콧, 계파 충돌에 분당설까지…'지도부 실종'
4·13 총선 참패 후 지속된 새누리당 '지도부 실종' 상태가 17일 최대의 고비를 맞았습니다.
지난 3일 정진석 원내대표를 선출하면서 봉합 국면에 접어드는가 싶었지만 이날 정 원내대표의 비상대책위원장 선출과 혁신위에 전권을 주기 위한 당헌·당규 개정안이 친박(친박근혜)계의 보이콧 속에 무산됐기 때문입니다.
친박계는 상임전국위와 전국위원회 불참을 통해 정 원내대표 비대위원장 선출은 물론 정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으로 내정한 김세연 김영우 의원, 이혜훈 당선인 등의 추인도 무산시켰습니다.
내정된 비대위원들이 김무성 전 대표, 유승민 의원과 가까운 강성 비박(비박근혜)계 인사라는 게 주된 이유였습니다.
또 혁신위에 당론 결정을 포함한 '비상 전권'을 부여하는 당헌·당규 개정안도 백지화함으로써 결국 비박계 김용태 혁신위원장의 사퇴라는 결과까지 이어졌습니다.
이에 따라 이미 총선 과정에서 '정신적 분당' 상태라는 내홍을 겪은 새누리당이 결국 박근혜 대통령 임기 후반을 맞아 대통령의 탈당과 분당 사태까지 치닫는 것 아니냐는 추측마저 나오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이날 오후 예정됐던 상임전국위와 전국위는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개회 선언도 하지 못한 채 해산됐다. 상임전국위원 재적 52명 가운데 이날 참석 위원은 20명 안팎으로 절반도 채우지 못했습니다.
특히 친박계로 분류되는 위원 상당수가 참석하지 않았으며, 일부 비박계 위원도 개인 일정을 이유로 불참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에 따라 총선 참패 후 비대위 체제 전환과 혁신위 활동을 통해 당의 쇄신과 재건을 도모하려 했던 애초의 계획은 물거품이 됐습니다.
앞서 친박계 당선인 20명은 "인선을 원점 재검토하라"는 내용의 연판장까지 돌리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비대위 구성은 추인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결국 보이콧이라는 실력 행사를 통해 원천 봉쇄했습니다.
비박계 홍문표 사무총장 대행은 전국위 회의장에서 "이런(산회) 보고를 드릴 수밖에 없어 저도 한스럽다"면서 "성원이 되지 않아서 회의를 이루지 못하는 이 참담한 오늘의 현실을 어떤 말로도 형용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상임전국위원인 정두언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정당이 아니라 패거리 집단"이라면서 "새누리당은 자유민주주의냐, 아니냐를 따지는 게 아니라 특정인에 대한 충성심이 정체성"이라고 비판했습니다.
↑ 새누리 친박 보이콧/사진=연합뉴스 |
비대위와 혁신위 추인이 불발되자 혁신위원장에 내정된 김용태 의원은 즉각 기자회견을 열어 사퇴를 선언했습니다.
김 의원은 "새누리당은 국민에게 용서를 구할 마지막 기회를 얻었었다. 그러나 오늘 새누리당에서 정당 민주주의는 죽었다"면서 "앞으로 국민과 당원,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무시한 사람들과 싸우겠다"고 강조했습니다.
혁신위 출범을 무력화한 친박계와 일사전의 각오를 다진 것입니다.
3선 중심의 비박계 의원들은 긴급 회동을 열어 상임전국위·전국위 개최 무산의 원인 규명과 사태 수습을 위한 당선인총회 소집을 요구키로 했습니다.
상임전국위와 전국위는 수적 열세로 개최가 무산됐지만 4·13 총선 패배 이후 쇄신의 명분은 비박계가 쥐고 있다고 보고 대국민 홍보전을 강화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이에 대해 친박계 역시 비박계의 '일방통행'을 두고 볼 수 없다며 좌시하지 않겠다며 벼르고 있습니다. 총선 패배의 책임을 친박계나 청와대에만 묻는 것을 더는 묵과하지 않겠다는 기류가 강합니다.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지낸 김선동 당선인은 "수평적 당·청 관계나 계파 청산이 혁신의 본질인 것처럼 얘기하는데 이 게 전부가 아니다"라면서 "과거 천막당사 시절에는 민생 현장을 샅샅이 훑고 상임위원회의 입법 활동에 전력하는 데서 혁신을 시작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다른 친박계 의원은 "총선 패배의 원인이 김무성 유승민에게도 있는데 그 틀 안에 있던 사람들이 비대위에 들어가서 무엇을 논의하겠느냐"면서 "
한 여권 핵심 관계자는 "정 원내대표의 독단적·독선적인 당 운영을 더 두고 볼 수는 없다"고 경고했습니다.
양 계파는 최악의 경우 분당 사태가 예견되는 데 대해서도 "각오하겠다"며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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