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11일 프로야구 종합)
‘해방’의 날이다. 지긋지긋한 연패의 사슬을 끊자, 어둡던 그림자가 걷혔다. 5연패의 한화를 비롯해 4연패의 LG, 3연패의 KIA가 다함께 웃었다.
연패가 끝나면 연승도 끝나는 법. 5월의 무적 팀이었던 NC는 자체 최다 연승 신기록에 1승만 남겨두고 ‘8경기’에서 멈췄다. 한화와 3연전을 싹쓸이 했던 kt도 쉼표를 찍었다.
LG는 삼성에 당한대로 돌려줬다. 전날 선발 전원 안타(총 17안타)를 몰아친 삼성에 호되게 당했던 LG는 2배로 앙갚음했다. 안타 22개와 홈런 2개, 4사구 4개를 묶어 16-2 완승을 거뒀다.
1회와 2회에 2사 후 적시타를 치며 달라진 집중력을 예고한 LG는 3회(5득점)와 4회(4득점) 타순을 한 바퀴 돌며 장원삼을 무너뜨렸다. 히메네스는 홈런 10개로 하루 만에 김재환(두산)과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사연 많은 이형종은 데뷔 첫 홈런을 잠실구장 하늘 위로 날렸다.
↑ 즐거운 퇴근길. LG는 11일 삼성을 상대로 선발 전원 안타(총 22안타)를 기록하며 16-2 대승을 거뒀다. 사진(잠실)=천정환 기자 |
무너진 선발 마운드를 일으켜 세운 건 소사. 7회까지 무실점(8이닝 2실점)으로 막으며 에이스의 진가를 발휘, 시즌 2승째(2패)를 거뒀다. 지난 4월 7일 광주 KIA전 이후 34일 만에 승리투수.
두산에 첫 연패 및 싹쓸이 패를 경험케 한 게 6연패의 롯데였듯, 잘 나가던 팀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지뢰를 밟는다. NC에겐 대전이 그 장소였다. 한화는 5연패를 벗어나는 9승을 거두면서 8연승의 NC에 12번째 패배의 폭탄을 선물했다. 수요일 4연패도 마감.
한화는 4-1로 앞선 5회 불펜을 가동했다. 그러나 로사리오의 실책 속 박정진과 윤규진은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되풀이 되는 그림 같았다. 하지만 뜻밖의 변수는 NC 선발 스튜어트. 초반부터 크게 흔들리던 스튜어트는 5회 조인성과 이용규에게 잇달아 적시타를 맞으며 추가 실점, 6실점(5자책)을 기록했다.
마지막 승부처는 8회. 한화가 6-4로 쫓긴 가운데 2사 만루서 박석민의 안타가 터진 것. 3루 주자 나성범이 득점한 데다 2루 주자 테임즈까지 홈으로 쇄도했다. 동점 위기 상황서 좌익수 장민석이 빠르고 정확한 송구로 포수 조인성에게 전달, 테임즈를 아웃시켰다. 정우람은 9회 삼진 2개 포함 3개 아웃카운트를 잡고서 1점 차 승리를 지켰다.
고척에서 3연패의 뺨 맞고 3연승의 광주로 돌아온 KIA는 kt를 울렸다. 타선의 응집력이 돋보였다. 0-2로 뒤진 1회 오준혁-필-나지완-이범호의 4연속 안타로 2-2 동점을 만들더니 3회에도 2루타 3개와 안타 2개, 견제 실책 1개를 묶어 6-2로 승부를 뒤집었다.
KIA의 2번부터 6번까지 5명의 타자는 멀티히트(안타 11개)를 기록하며 승리의 주역이 됐다. 4타수 3안타의 맹타를 휘두른 이범호는 통산 2500루타(통산 25번째)를 기록했다. 6⅓이닝 8탈삼진 3실점의 지크는 3패 후 3승으로 불운의 아이콘에서 복덩어리가 됐다.
kt는 믿었던 ‘호랑이 사냥꾼’ 밴와트가 3회도 버티지 못하고 강판(2⅓이닝 6실점 5자책)한 데다 결정적인 순간마다 김상현이 미스 플레이를 펼쳤다. 추격의 불씨를 당긴 5회 1사 만루서 병살타를 친 데다 이어진 수비서 서동욱의 번트 타구를 3루로 악송구를 하며 추가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kt는 수요일 4연패 중.
↑ ‘동점은 안 돼.’ 한화는 11일 대전 NC전에서 6-4로 앞선 8회 2사 만루서 박석민의 안타 때 홈으로 쇄도하던 2루 주자 테임즈를 아웃시켰다. 사진(대전)=김영구 기자 |
1회부터 대니 돈과 김민성의 연속타자 홈런으로 기선을 제압하더니 2회, 3회 추가점을 올리며 달아났다. 그리고 4회 2사 1루 후 2루타 2개와 안타 1개, 볼넷 2개로 차근차근 점수를 쌓다가 박동원의 3점 홈런으로 K.O. 펀치를 날렸다.
신재영(5이닝 2실점)은 3수 끝에 5승을 거뒀다. 신재영의 볼넷 구경은 이날도 어려웠다. 22타자를 상대하면서 볼넷은 1개도 허용하지 않았다. 반면, 왼 햄스트링 통증 회복 후 1군에 돌아온 송승준은 뭇매(3⅔이닝 9피안타 2피홈런 8실점)를 맞으며 시즌 첫 패전의 멍에를 썼다.
누군가 연승과 연패가 끝나도 또 다른 누군가는 연승과 연패를 한다. 인천에선 새로운 연승 및 연패의 팀이 나왔다. 전날 4연패를 끊은 두산은 독주 체제다. 이틀 연속 SK를 꺾고 승차를 3.5경기로 벌렸다. 문학 5연승 행진. 두산의 벽에 번번이 막히는 SK는 3연패 수난이다. 시즌 전적 1승 4패.
두산 보우덴과 SK 세든의 투수전으로 펼쳐지던 엉뚱한 방향에 의해 균형이 깨졌다. 허경민의 병살 타구를 2루수 김성현이 1루수 글러브가 1루측 더그아웃으로 던진 것. 리드를 잡은 두산은 이후 홈런 3방을 터뜨리며 SK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특히, 양의지는 4회와 6회 연타석 홈런(개인 5호)을 쏘아 올린 데다 3회 수비 시 보우덴의 폭투에 빠른 커버 플레이로 3루 주자 김성현의 쇄도를 잡으며 수훈선수가 됐다. 보우덴은 7이닝 무실점으로 5승째(1패)를 올렸다. 평균자책점 1위인 보우덴은 1.95에서 1.64로 낮췄다.
지난해 두산의 지휘봉을 잡아 한국시리즈 우승을 지도했던 김태형 감독은 176경기 만에 100승을 달성했다. 류중일 삼성 감독과 역대 최소경기 2위. 1위는 169경기(2009년 삼성 재임 시절)의 선동열 전 KIA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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