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예능에서 조금씩 드라마로 옮겨가는 ‘육아’, 왜 드라마 관계자들은 ‘육아’라는 콘텐츠를 집어들 게 된 걸까.
2013~2015년 사이 ‘붐’이 일었던 ‘육아 예능’이 예전만큼의 화력을 잃은 가운데 조금씩 ‘육아 드라마’가 나오고 있어 눈길을 끈다. 육아를 전면으로 내세운 MBC ‘마이 리틀 베이비’, ‘워킹맘 육아대디’나 이혼남녀의 육아 고민이 꽤나 비중 있게 다뤄진 KBS2 ‘아이가 다섯’ 등이 그렇다.
사실 ‘육아’라는 콘텐츠는 예능에서 다수 사용됐기 때문에 시청자들에게는 ‘피로감이 쌓인’ 콘텐츠다. 그런데도 왜 하필 이 드라마들은 ‘육아’를 전면에 내세워 드라마를 만들게 됐을까. 드라마 ‘마이 리틀 베이비’의 김호영 CP는 순순히 “저만 해도 ‘또 육아?’란 생각을 처음엔 했다”고 말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많이 사용된 만큼 ‘입증된’ 콘텐츠라는 점에서 분명한 강점이 있었다고.
김 CP는 “워낙 육아가 TV에 많이 등장했기 때문에 식상할 수는 있겠지만 시청자들의 분명한 관심사 중 하나다. 예능으로 ‘검증’된 아이템이기도 하고, 미국에서는 꽤나 많은 ‘육아 드라마’들이 오랫동안 인기 장르로 자리 잡았다는 것도 주목할 만한 사항이었다”고 말하며 실제 육아를 하는 시청자들의 고민을 심도 있고 재밌게 담아내면 분명히 가능성이 있을 것이란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워킹맘 육아대디’ 이숙진 작가는 “제가 ‘일하는’ 아이 엄마로서 아픔도 많이 겪고, 고민도 많았기 때문에 이를 토대로 하는 드라마를 써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작가는 “무엇보다 ‘육아’는 엄마 혼자가 아닌, 아빠들도 함께 해야 하는 거라고 말하고 싶었다. 기존 일일드라마와는 다른 걸 해 보고 싶기도 했고, 젊은 시청자들과도 공유할 수 있는 소재가 ‘육아’라고 생각했다”고 육아를 소재로 한 이유를 설명했다.
예능에서는 ‘육아’가 그저 ‘해보는’ 것에 그쳤다면, 드라마 속 ‘육아’는 직장 생활 혹은 가족사 등 ‘현실’과 맞물려 다양한 고민을 담는 소재로 변모하고 있다. ‘마이 리틀 베이비’에서는 남자 주인공이 조카를 위해 ‘맘 커뮤니티’에 가입해 ‘분유 싸움’을 벌이고, 조금이라도 더 싸고 좋은 유모차를 구입하기 위해 발로 뛰는 모습이 등장한다. ‘워킹맘 육아대디’에서도 ‘아빠의 육아휴직’을 소재로 삼아 부부가 함께 고민하는 육아에 대한 이야기를 그릴 예정이다.
‘마이 리틀 베이비’의 김호영 CP는 “특히 ‘한국 사회’에서 아이를 키우는 것에 대해 그려보고자 했다”고 말하며 “‘맘커뮤니티’, 그 안에 권력을 가진 ‘돼지엄마’ 등 우리나라에만 볼 수 있는 육아 문화들이 있다. 우리나라 육아 문화는 ‘과한’ 부분들이 없지 않다. 실제로 한국에서 아이를 키우면서 겪을 수 있는 어려움을 디테일을 살려 그려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워킹맘 육아대디’의 이숙진 작가는 아이를 키운 ‘엄마’로서 그런 ‘어려움’들을 절실하게 느낀 장본이기도 하다. 이 작가는 “국공립 어린이집을 보내려고 하면 대기 순번이 2년이나 기다려야 하는 게 지금 ‘육아맘’들의 현실”이라고 말하며 “첫째로 ‘워킹맘 육아대디’에서는 우리나라의 ‘육아 제도’ 부분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숙진 작가는 “첫째를 낳고 키우다 갑자기 둘째를 가져 연속된 육아휴직을 쓸 수 없는 아내를 대신해서 아빠가 육아휴직을 신청하는 설정이 등장한다. 육아휴직이라는 게 당연히 써야 하는 제도이지만 눈치를 보고 결국 쓰지 못하는 게 지금의 ‘엄마’들의 현실이다. 할 얘기가 많은 주제라고 생각한다”고 ‘육아’라는 주제에 대한 가능성을 설명했다.
최근 이처럼 ‘육아’를 전면에 내세운 드라마들이 나오고 있는 현상에 대해 이숙진 작가는 “이렇게 ‘육아’가 전면에 나온 적은 거의 없다고 본다”며 “그만큼 드라마계에서는 ‘육아’라는 소재가 신선하게 작용할 것 같고, 이 소재가 통할 만큼 시청자들의 사고방식도 많이 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마이 리틀 베이비’의 김호영 CP는 “‘육아’라는 소재만으로 드라마를 끌고 가는 게 쉽지 않았고, 스토리상으로 이를 풀어내는 게 쉽지 않아 끝까지 ‘제대로’ 그려내지 못했다는 아쉬움은 있다”고 말하면서도 “‘마이 리틀 베이비’의 재방송 시청률이 가장 많이 나온 시간대가 아침 9시에서 11시대인데, 3040 여성시청자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시간대를 적용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면 충분히 ‘육아 드라마’도 정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진단했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