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김진선 기자] 연극 ‘히스토리 보이즈’는 ‘배움’과 ‘감정’ ‘성장’에 대해 재고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1980년대 영국의 공립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8명의 학생들과 서로 다른 선생님이 그려내는 지적이면서도 위트 넘치는 대사가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시험이 전부가 아니라며, 시험과 별개인 수업으로 학생들의 ‘인생’에 초점을 맞춘 문학 선생님 헥터는 시험 문제를 겨냥한 수업을 강조하는 역사 선생님 어원과 대조적이다. 아이들은 두 선생님의 수업방식을 비교하면서, 나름의 재미를 찾기도 하지만,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고민에 빠지기도 한다.
‘히스토리 보이즈’에는 문학 인용구가 등장해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점점 빠져들게 만드는 힘이 있다. 셰익스피어 ‘오델로’에 나오는 “흐르는 물 같은 불 웅덩이로 나를 깨끗이 정화해 주시옵소서”나, 하우스만의 ‘가장 사랑스러운 나무, 바로 지금, 벚나무’등의 등장은 작품이 가진 무대를 더하기 때문. 이 외에도 오든, 필립 라킨, T.S 엘리옷, 윌트 휘트만, 토마스 하디 등의 언급은 ‘히스토리’(He+Story), 즉 그, 혹은 누군가의 이야기에 대한 히스토리(History)에 집중하게 한다.
8명의 학생이 주거니 받거니 자유롭게 내뱉는 대사나, 노래, 영화 한 장면을 재연하는 모습도 극의 재미를 높인다. 또 인물들 하나하나 각자의 드라마가 담겨, 자신을 투영시킬 만큼의 여유도 느껴진다.
이태구, 심희섭, 손승원, 박은석 뿐 아니라, 이강우, 오정택, 윤지온, 이휘종, 김바다, 이동혁 등의 신예의 등장도 신선하다.
‘히스토리 보이즈’는 극이 될수록 빨려 들어간다. 어려웠던 문구나 작가, 역사에 대한 설명이 극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하나의 작품이 된다. 밀물이 밀려오든 잔잔하게 스며들다가, 찬찬히 썰물이 지나가도, 잊을 수 없는 흔적을 남기듯, ‘히스토리 보이즈’는 조용하지만, 짙은 여운을 남긴다.
김진선 기자 amabile1441@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