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드라마는 울림이 있었고, 배우들의 연기는 탁월했다. 대본, 연기, 연출 삼박자를 이뤘다는 평을 받는 tvN 금토드라마 ‘기억’은 안방극장에 깊은 감동을 안기며 조용한 마무리를 알렸다.
7일 방송된 ‘기억’에서는 알츠하이이머에 걸린 변호사 태석(이성민 분)이 기억을 모두 잃기 전 밝히고자 했던 두 가지 진실, 아들 동우의 뺑소니 사건의 진범과 희망슈퍼 살인사건의 진범이 세상에 공개되는 과정을 그려냈다.
자신을 위해서라는 어른들의 강요에 등 떠밀려 유학길에 오르게 된 승호는 비행기를 타기 직전 몸을 돌려 경찰서로 향했다. 그리고 그 곳에서 15년 동안 자신을 억눌렀던 뺑소니사건을 자수한다.
죄를 고백하고 진실을 알리면서 15년 간 억눌렸던 죄책감에서 일부 자유로워 진 승호는 그 길로 자신을 필요로 하는 네팔에 자원봉사를 떠났다. 그동안 어른들의 잘못된 판단과 지시로 인해 어두운 그림자를 보였던 승호는 처음으로 환한 미소를 지으며 잔잔한 감동을 안겼다.
‘기억’의 또 다른 핵심 사건인 희망슈퍼 살인 사건의 진실도 세상에 공개됐다. 그동안 성공만을 위해 달렸던 태석은 자신이 알츠하이머라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 처음으로 주변을 돌아보며 자신이 놓쳐왔던 진실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그 중 하나가 바로 희망슈퍼 살인 사건이었다. 법 앞에 평등하지 못 했던 권명수를 보며 잘못됐음을 직감하게 된 태석은 알츠하이머로 고통 받는 중에서도 재수사를 위해 노력했고, 마침내 재판까지 열게 됐다. 변호사로서 마지막 재판을 하게 된 태석은 중간 중간 위기도 있었지만, 사람들의 도움과 응원을 받으며 마지막까지 재판을 이어나갔다.
이를 통해 희망슈퍼 살인 사건의 진범이 밝혀졌다. 진범은 바로 재벌 2세 영진(이기우 분)이었다. 과거 한 슈퍼에서 주인이 자기에게 반말을 한다는 이유로 충동적인 살인을 저질렀던 영진은 돈과 각종 뒷거래로 자신의 범행을 감췄지만, 진실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동우의 뺑소니 사고와 희망슈퍼 살인사건은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진실을 묻고 있다는 것이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 새로운 잘못들을 끊임없이 저지른 다는 것이었다. 뺑소니 사고의 진범인 승호를 통해 죄책감의 무게에 대해 말을 했다면, 희망 슈퍼 살인사건을 통해서는 사라졌던 희망과 진실의 힘에 대해 말했다. 희망슈퍼의 주인이 권력자에 의해 살해됨으로서 ‘희망’은 사라진 듯 보였지만, 결국 언젠가는 진실이 세상에 드러나고 승리한다는 것을 알리면서 짠한 감동을 선사했다.
자극적인 사건보다는 묵직한 진실에 집중을 하며 감동을 선사한 ‘기억’이지만, 아쉬운 점은 있었다. 사건의 진행보다 주인공인 태석이 알츠하이머라는 사실을 깨닫고 이에 혼란을 느끼고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이 다소 느리게 전개된 것이다. 태석의 감정변화를 볼 수 있다는 것은 좋았으나, 이는 일부 시청자들에게 있어 ‘지루함’으로 다가가기도 했다. 이후 자신이 가야할 길을 명확하게 안 태석과 이를 방해하는 영진의 극적인 대립이 흥미롭게 전개되기는 했지만 이 때는 이미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을 때였다.
그러다 보니 ‘기억’은 시청률적인 면에 있어 이렇다 할 재미를 보기 어려웠다. 하지만 시청률이 높지 않다고 ‘기억’이 부족한 드라마는 아니었다. 대본은 전반적으로 짜임새가 탄탄했으며, 감각적인 영상미와 연출은 보는 맛을 더하며 ‘기억’이 웰메이드 드라마임을 증명했다. 여기에 주인공인 이성민을 비롯해, 여주인공인 김지수와 박진희, 그리고 전노민과 이기우의 악역연기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했다. 여기에 젊은 배우인 윤소희와 이준호는 물론이고, 신인배우인 여회연 또한 단 한 번의 연기력 논란 없이 자신이 맡은 역할을 소화하며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제작진은 마지막 자막을 통해 “끝은 곧 희망입니다. 있는 힘껏 행복하세요”라는 말을 남기며 ‘기억’이 전해주고자 했던 진짜 메시지를 다시 한 번 전하며 안방극장에 진한 여운을 남겼다.
한편 ‘기억’의 후속으로 노희경 작가의 신작으로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외치는 ‘꼰대’들과 꼰대라면 질색하는 버르장머리 없는 청춘의 유쾌한 인생 찬가를 그린 ‘디어 마이 프렌즈’가 방송된다. 오는 13일 첫 방송.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