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은 지난 3일 정진석 새 원내대표를 선출하면서 흐트러진 체제를 정비하기 위한 첫단추를 뀄다.
다음 단계는 당 쇄신책을 마련할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이다. 마지막 단추는 전당대회를 통해 새로운 당 지도부를 선출하는 일이다.
새누리당이 총선에서 참패하지 않았다면 7월께 전당대회가 열릴 예정이었고, 가장 유력한 주자로 친박 핵심인 최경환 의원이 꼽혔다. 하지만 총선 패배로 ‘당권 함수’가 매우 복잡해진 상태다.
현재 당내에서 거론되는 후보로는 20대 국회에서 5선이 된 이주영, 정병국, 원유철 의원 등이 있다. 4선 중에는 최경환, 홍문종, 정우택, 김정훈 의원 등이 있다. 3선 중에는 이정현 의원이 이미 출마 의지를 나타냈고 비박계 쪽에서도 추가로 ‘세대교체론’을 내세우는 도전자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향후 당권 경쟁에서 핵심 변수는 최경환 의원의 출마 여부, 전당대회 개최 시기, 그리고 여론 흐름이다.
당내에선 무계파인 정진석 원내대표 체제가 사실상 최 의원이 주도한 친박계의 단합을 통해 탄생됐다는 점을 주목하는 시각이 많다.
친박계가 언제든 세를 규합할 수 있다는 점이 재확인된 동시에 친박 원내대표 배출을 저지했다는 점에서 ‘친박 당대표’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얘기다. 당이 비대위를 거치며 안정을 되찾고 친박계의 총선 책임론도 잦아들면 최 의원이 전면에 나설 가능성이 여전히 제기된다. 당 대표는 국민여론조사(30%)와 당원(70%) 투표로 결정되기 때문에 여론 향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만약 최 의원이 직접 출마하지 않고 막후에 남기로 결정할 경우 색채가 상대적으로 덜한 이주영 의원이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이 의원의 강점은 당내 주류인 친박에 속하지만 ‘온건 성향’이라는 점이다. 비박계에서도 거부감이 덜하고 대중적 인지도도 높은 편이다. 다만 당 쇄신과 내년 대선을 준비하기 위해 강한 카리스마가 필요하다는 관점에서는 약점도 있다.
이정현 의원은 친박이지만 여당내 지역주의 타파의 아이콘이다. ‘주류(친박) 속의 비주류(호남)’라는 점이 강점이자 약점인 셈이다.
비박계로 분류되는 정병국 의원은 수도권에서 5선을 달성한 경쟁력이 있지만 친박계의 거부감이 약점이 될 수 있다.
원유철 의원의 경우 수도권에다 5선이지만 곧바로 당 대표에 도전하기에 다소 피로감이 있고, 원내대표 시절 친박 색채가 짙어진 점이 부담이다.
전당대회 시기도 변수다. 당내에선 비대위 체제를 건너 뛰고 바로 조기 전당대회를 실시하자는 시각이 있는 반면 비대위 체제를 조기 구성하되 전당대회는 당 쇄신안이 마련된 뒤로 시기를 늦추자는 의견도 있다.
이에 대해 이정현 의원은 5일 전화통화에서 “비대위를 만들지 않고 의원총회 중심으로 당분간 당을 꾸려갈 수 있지만 원내대표의 업무부담이 과도해진다는 문제가 있다”며 “현실적으로는 비대위 체제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전당대회 시기에 대해서는 “비대위를 해보고 성과가 낮으면 조기에 전당대회를 열고, 반대의 경우 천천히 해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병국 의원은 통화에서 “(전당대회 시기는)7월을 넘기면 안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새로 임명되는 비대위원장이 재창당 수준까지 생각하면서 당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며 “(위원장은)외부에서 모셔오는 게 낫다”고 했다.
다만 비대위 역할에 대해 “방향제시만 하고 전당대회로 넘길 것인지, 근본적으로 (개혁을)할지는 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당권 도전에 대해선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면서 “내가 되는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무엇을 해야하고, 할 수 있으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86그룹 대표주자’중 한 명인 우상호 의원을 원내대표로 선출하면서 당권 구도도 더 복잡해 지게 됐다.
현재 잠재적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인사는 김진표·박영선·송영길·이인영·추미애 의원(가나다순) 등이다. 이밖에 19대 정청래 의원도 후보군으로 꼽힌다. 계파별로 보면 김진표·이인영·추미애 의원과 정청래 의원이 범주류, 박영선·송영길 의원이 범 비주류로 분류된다. 세부적으로보면 김진표 의원은 정세균계로, 이인영 의원은 고 김근태 의원과 가까운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를 등에 업고 있다. 추미애 의원은 지난해 문재인 전 대표가 지명해 최고위원을 지냈다는 점에서, 정청래 의원은 지난해 당 내홍의 과정에서 문재인 전 대표를 엄호하는 역할을 한 점에서 범주류로 분류된다. 박영선·송영길 의원은 통합행동 소속으로 20대 원내 구도상 비주류로 분류된다.
이중 이인영·송영길 의원과 정청래 의원 등 ‘86그룹’은 같은 ‘86그룹’인 우상호 의원이 원내대표로 당선되면서 타격이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다. 86그룹이 원내대표를 맡았는데 당대표도 86그룹이 맡을 수는 없다는 경쟁 진영의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이인영 의원은 지난해 2·8 전당대회에서 문재인·박지원 후보와 함께 당권 경쟁에 나서 10% 넘게 득표하며 차세대 주자로서의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20대 국회에 민평련 출신이 20명 가까이 입성하면서 조직력을 바탕으로 당권에 도전할 수 있는 기반을 닦았지만 우상호 원내대표 당선이라는 복병을 만났다. 우상호 원내대표가 1기 전대협 부의장을 맡을 당시 전대협 의장을 맡아 그가 당권 도전에 나설 경우 ‘더민주가 전대협당’이냐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비주류로 분류되는 송영길 의원도 비슷한 상황이다. 인천시장 출신인 송 의원은 20대 총선 과정에서 당권 도전을 내걸면서 인천 지역 13석중 더민주가 7석을 차지하며 총선 승리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송 의원은 1984년 연세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1987년 연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우상호 원내대표와 유사한 경력을 지녔다. 일각에서는 우상호 원내대표 당선으로 확인된 ‘세대교체 바람’을 등에 업고 경선에 나서면 된다는 분석도 나오지만 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모두 연대 총학생회장 출신이라는 구도는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작년말부터 올해 초까지 가입한 온라인 10만 당원에 기대를 걸고 있는 정청래 의원도 건국대 조국통일위원장 출신이라는 경력이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소장파 당권주자들이 이처럼 주춤하면서 김진표·박영선·추미애 의원 등 다른 당권주자들의 존재감이 부각되고 있다. 김진표 의원은 경제·교육 부총리를 지낸 경력을 바탕으로 경제통 이미지가 강해 수권능력을 보여주는 데 적합하다는 평가다. 김종인 비대위 대표의 ‘경제민주화’이슈를 계승·발전 시키기에도 적합하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점은 아킬레스 건이다.
박영선 의원도 평소 의정활동을 통해 ‘경제민주화’이슈를 지속적으로 제기해 온데다 김종인 비대위 대표와도 비교적 가까운 관계여서 원만한 당권 이양이 가능하다는 점이 강점이다. 다만, 원내대표 경선에서 보듯 당내 구도상 비주류 세력이 열세인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 지가 변수다.
추미애 의원은 범주류에 속하면서도 2003년 열린우리당 분당 시기에 새천년민주당에 잔류함을써 주류 측 가운데 호남 민심의 거부감이 가장 적다는 강점을 지니고 있다. 또 헌정 사항 최초의 지역구 5선 여성 의원이라는 상징성도 돋보인다. 그러나 범주류 이면서도 당내에 확실한
[신헌철 기자 / 박승철 기자 / 김명환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