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타이거즈. 어디서 들어본 듯한 이들의 기원은 199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한민국의 태권도를 세계에 알리겠다는 취지로 창단된 K타이거즈는 지난 26년간 북미, 남미, 아프리카, 아시아, 유럽 등 전 세계를 돌며 공연을 펼친, 존재 자체로 한국의 자랑이다.
이들은 노래, 퍼포먼스, 춤, 연기 등을 통해 태권도가 다양한 장르의 문화와 콜라보레이션을 보여주고 있다. 유튜브에서 태양 '링가링가', 엑소 '중독' 등을 검색하다 보면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게 바로 이들의 고난이도 커버 퍼포먼스 영상이다.
아이돌 히트곡에 맞춘 퍼포먼스를 주로 선보이다 보니 일각에서는 K타이거즈를 커버 댄스팀으로 오해하는 일도 있지만 이들은 뼛속부터 태권도인(人)이라는 자긍심으로 가득하다.
그랬던 이들이 최근 직접 노래와 퍼포먼스를 소화하는 그 자신들만의 곡을 내놓으며 본격적으로 '문화' 면 아닌 '연예' 면으로 야심차게 뛰어들었다.
“처음엔 퍼포먼스로 유명해지기 시작했는데 계속 하다 보니 백댄서로 바라보시거나 커버댄스 팀 정도로 보시는 분들도 많아졌어요. 그렇다 보니 다른 가수들의 노래로 하는 것보다 우리 노래로 하는 건 어떨까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생각하게 됐죠. 전에는 생각만 있었다면, 갈수록 확신이 들었어요. 자신도 있었고.”(오형균)
그렇게 K타이거즈는 전쟁터 같은 가요계에 출사표를 던졌다. 눈길을 끄는 건 5인조, 7인조 등 틀에 정해진 그룹의 형태가 아닌 곡마다 다른 멤버들이 참여하는 자유롭고 무한한 형태의 플렉시블 혼성그룹을 표방한다는 점이다. 각 곡의 특성에 맞는 멤버들로 이뤄지는 가요계 전무후무한 그룹의 탄생이다.
보다 많은 이들에게 영상을 소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아쉬움은 있지만 이들은 “수많은 사랑 노래 속에서 케이타이거즈만의 색을 보여주기 위해 이왕 지켜줄 것 진짜 지켜주자는 생각으로 시도하게 됐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달콤한 사랑노래는 그 분위기에 맞게 뮤직비디오가 전개되는 게 일반적이잖아요. 하지만 우린 그런 방향은 생각하진 않았어요. 역시 케이타이거즈는 다르다는 느낌이 들게, 정해놓은 콘셉트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가자고 마음먹고 촬영했습니다.”
액션신 촬영 도중엔 아찔한 NG도 있었다. 멤버 류현식이 박이슬의 얼굴을 주먹으로 가격하는 장면에서 사인이 안 맞은 것. “힘 조절을 한다고 했는데 이슬이 얼굴이 다음날까지 부어있었어요. 이틀 내내 미안하다고 한 기억이 있네요.”(류현식)
아홉 멤버가 뭉친 곡 타이틀곡 ‘영웅’은 세상에 대한 고(告)함 혹은 외침이다. 삼포, 오포를 넘어 칠포세대로까지 불리는 이 시대 청년들에게 공감을 주고자 하는 마음을 담았다.
“대한민국 사회가 정해놓은 이 사회의 고정관념이랄까요. 지금은 중고등학생부터 대학생, 취준생 할 것 없이 모두의 삶이 전쟁터잖아요. 그 속에서 목표가 없고 꿈이 없는데-없는 건지 혹은 어려서부터 갖고 자란 안 좋은 상황으로 인해 불이익 받는 건데, 그런 것들을 조금 위로한다고 힘이 날까 싶었죠. ‘거기서 뭐 해, 전쟁터 한가운데서, 너희도 할 수 있어 해봐’라는 강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이외에도 앨범에는 여성 5인조로 구성된 ‘손날치기’를 포함 총 다섯 곡이 수록됐다. K타이거즈는 다섯 곡의 뮤직비디오를 모두 제작할 정도로 열의를 보였다. 노래는 물론, 태권도와 댄스가 버무려진 안무 역시 K타이거즈의 몫이다.
“기대치가 올라가고 가면 갈수록 그 이상의 것들을 계속 생각하고 만들어내는 작업이 정말 만만치 않더라고요. 스케줄을 다 소화하면서 영상 촬영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 즐기면서도 속으론 신경 쓰이는 점이 더 많아요. 요샌 모니터링도 더 길게 하는 편이에요.”
안무는 태권도 품새를 베이스로 손, 발을 이용한 다양한 동작이 담겨 있다. 여기에 댄스 동작도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있다. 실제론 안무의 70~80% 이상이 태권도지만 움직임 자체가 빨라지고 잔동작이 많아지다 보니 춤과 겹쳐 보여 오해를 받고 있기도 하다. 이에 대한 멤버들의 생각은 어떨까.
“앞으로도 계속해서 K팝이든 해외 팝곡이든 커버를 하겠지만 저희가 끝까지 가지고 갈 개연성, 지켜야 할 것은 태권도예요. 태권도는 절대 놓지 않을 것이고요, 앞으로 더 부각시키면서 좀 더 다양하고 기억에 남을 수 있는 동작을 선보이고 싶습니다.”
다만 상대적으로 댄스의 비중이 높은 커버 영상에 대한 반응에도 가끔은 속상하다고. 이들은 “노래 속 태권도 안무가 괜찮았단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때까지 많이 고민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모든 사람들의 욕구를 다 충족시킬 수는 없겠지만 저는 기획한대로 생각한대로 나와야 해요. 태권도가 많이 들어갔으면 하는 곡이 있는 반면, 즐기고 싶은 곡은 댄스적인 부분을 가미하기도 하죠. 하지만 어디까지나 우리는 케이타이거즈고, 우리의 주 무기는 태권도입니다.”(오형균)
기성 태권도 시범단과 K타이거즈의 차별화된 지점은 재미다. 음악, 그것도 K팝과 태권도의 만남이 이토록 짜릿할 줄은 미처 몰랐지만 결과적으로 K타이거즈가 보여주는 성과는 뜻밖에도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분명히 말씀드리는 건, 우리는 재미없으면 안 해요. 재미있거나 혹은 감동을 줘아죠. 눈으로 아니면 마음으로 즐겁게 해줘야 하는데, 예를 들어 노래가 지루하면 그에 맞게 눈을 즐겁게 해줘야 하고. 눈이 즐겁지 않으면 마음을 즐겁게 해줘야 해요. 감독님의 신조예요.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그렇게 배워왔기 때문에 K타이거즈 역시 그 추세를 따르고 있고요.” (나태주)
“요즘은 어린이들도 휴대폰으로 많은 것을 보고 자라잖아요. 감수성이나 희노애락 자체가, 예전엔 맥스치 4나 5에서 감동했다면 요즘은 그 이상이 돼야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 수치 이상에 도달하려면 기승전결, 그리고 타이밍에서도 공중에서 몸 띄워서 임팩트 있게 발차기 하는 동작이 필요하더군요.”
그렇게 K타이거즈는 그 스스로와의 싸움에서 계속 성장해가고 있다. 대중의 시선, 관심도, 수백 명에 달하는 내부원들도 성장의 원동력이다.
“기대를 늘 꺾고 싶어요. 지고 싶지 않죠. 저 뿐만 아니라 벌써부터 동생들도 그렇게 해요. 형들에게도 ‘형 지루해요 재미없어요’ 이렇게 솔직하게 이야기하죠. 안무 짠 입장에서 처음엔 기분 안 좋지만 배울 점도 있다고 생각해요. 매너리즘에 빠져있는 건 아닐까 되돌아보게도 되고요. 동생들이 꾸준히 이야기해주니 절대 식는 타이밍은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오형균)
이들에게 태권도란 스포츠와 예술 그 어디쯤일까. K타이거즈는 “어느 하나에 포커스를 맞추지 어렵다”며 “우리에겐 스포츠이자 예술”이라 힘 줘 말했다.
“우리나라 전통 무예이지만 시대 흐름이 바뀌고 세계가 달라진다면 거기에 맞게 진보하는 게 나은 것이라 생각해요. 예전부터 선배님들이 시작을 해주셨다면 지금은 후대인 저희가 좀 더 고결하게 높은 퀄리티로 만들어가는 게 맞겠죠. 21세기를 맞이한 지금 이 시점에 전통 무예냐 하나의 예술이냐 문화냐 라는 질문 많이 받는데, 우리는 세 가지 다라고 생각합니다.”
전통과 예술, 문화가 혼재된 존재가 바로 K타이거즈인 것. 이드은 “전통을 보여드릴 부분에서는 전통을 보여드리고 예술로 승화한 부분에서는 예술을 보여드리고 또 문화적으로는 문화적인 부분을 가미해서 보여드리는 것”이라며 “대중과 호흡하는 케이타이거즈가 될 것”이라 다짐했다.
최근에는 신한류 아이콘으로 급부상, 중국 후난위성 TV의 인기 예능 토크쇼 '천천향상'(天天向上)에 출연하는 등 해외에서도 높은 인지도를 얻고 있다. 국내에서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단독 공연을 열 정도로 폭발력 있는 K타이거즈지만 엄밀히 봤을 때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주목받는 게 사실. 당사자들로서도 속상한 현실이다.
“도장에서 가르치고 있는 제자 중 어린 아이가 국내와 해외 공연 중 어느 때가 더 재미있느냐 물었죠. 해외 공연이 반응이 더 좋기 때문에 더 재미있다고 답했는데, ‘왜 해외에서 반응이 더 좋아요?’라고 되묻는 거예요. ‘한국 사람은 같은 한국 사람인데, 해외 사람보다 왜 호응해주지 않는 거죠?’라고 묻는데, 대답하기 어려웠어요. K타이거즈뿐 아니라 태권도로 무언가를 하는 분들이 해외에서 각광받는데, 한국에선 팔짱 끼고 보시는 분위기가 있거든요. 반면 해외는 오픈 마인드죠. 호응을 보냄으로써 사람의 능력을 바닥부터 끝까지 올려주는 거죠.”
이들의 바람은 K타이거즈의 활동을 온전히 있는 그대로, 오픈 마인드로 지켜봐주는 것이다.
“저희를 틀에 갇혀있지 않은 팀이라고 생각하시면 좋겠어요.”(류현식)
“엑소, 빅뱅은 각각 SM, YG 소속 그룹이잖아요. 우린 회사가 케이타이거즈고, 멤버는 굉장히 많은데 곡마다 다른 멤버 구성으로 출동하는 방식이라고 보시면 되요. 어떤 틀을 정하려고 하지 않
psyon@mk.co.kr/사진 유용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