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상윤 "극단의 연기한 강예원, 부럽지 않으냐고요?"

영화 '날, 보러와요' 진실을 추적하는 PD 役
"관객들 시선 분산시키는 내 캐릭터도 만족"
"'태양의 후예' 성공, 고맙죠"
"악한 역도 맞춤옷 입은 듯 잘할 수 있어요"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예원씨가 연기한 극단의 감정 표현도 매력적이었지만 제가 맡은 나남수 PD도 관객의 시선을 분산시키는 캐릭터라 좋았죠. 관객들을 속이는 게 특히 재미있어요."
배우 이상윤(35)은 7일 개봉한 영화 '날, 보러와요'(감독 이철하)에서 감정의 극단을 연기하며 '스릴러퀸' 별명을 붙을지 모를 연기를 펼친 강예원이 혹시 부럽지 않으냐는 말에 이같이 답했다. 코믹한 이미지로 정체된 강예원은 이번에 제대로 변신했다. 깜짝 놀랄 정도다. 멋지고 착한 이미지의 이상윤도 변화를 원할 것 같은데, 이번에는 아니다. 충분히 자신의 캐릭터와 영화에 만족한 듯했다.
이상윤은 "내가 좋아하는 스릴러 장르 작품이라서 특히 만족했다"며 "내가 관객이 된다는 생각으로 만들어 신이 났다. '어떻게 하면 관객을 속일 수 있지?'를 고민하면서 감독님과 의견 교환도 많이 해 만들었다"고 웃었다.
'날, 보러와요'는 이유도 모른 채 정신병원에 납치 감금된 강수아(강예원)와 시사프로그램 소재를 위해 그의 사연에 관심을 갖게 된 PD(이상윤)가 밝혀낸 믿을 수 없는 진실에 관한 이야기다. 강수아의 이야기는 나 PD의 프로그램을 통해 재연되고, 영화는 실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진실을 찾는 쪽으로 향한다. 이야기를 찾아가는 나 PD와 자신의 이야기를 해주는 강수아의 시선이 교차하면서, 관객의 몰입도와 궁금증은 높아져 간다. 강수아가 중요하지만 나 PD 없어서는 안 될 인물이다.

특히 클라이맥스 부분에서 나 PD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잘못된 걸 알면서도 인터뷰를 조작한다. 언론인으로서의 갈림길에 선다. 이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은 누구에게나 있다. 이상윤에게도 비슷한 경험이 있진 않을까?
"맞는 비유인지 모르겠지만, 드라마 촬영 때가 생각나네요. 드라마가 사랑받지 못하면 내용이 이상한 쪽으로 흘러가요. 저는 그럴 때 '찌그러진다'는 표현을 하는데, 그런 순간이 PD도 힘들고, 연기자도 힘든 상황이죠. 마지막까지 마무리해야 하니깐 견디면서 가긴 하지만 스트레스죠. 시청률이 안 나오는 건 견딜 수 있는데 어떠한 설득도 적용이 안 되는 순간이라 힘들어요. 아닌 걸 알면서도 약속이니까 달려가야죠."
그러면서 이상윤은 사전 제작 드라마로 흥행 대박을 터트린 KBS2 수목극 '태양의 후예'를 언급했다. "고맙다고 해야 할 것 같아요. 사전 제작이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 잡으면 연기자는 물론, 스태프 등등 모두가 행복하지 않을까요. 아, 작가님은 전체 얘기를 다 고려해서 집필해야 하니 가장 힘들긴 하겠네요. 배우들도 심판대에서 오롯이 연기로 역량을 테스트받는 걸 테니 힘든 순간이 찾아오기도 할 것 같긴도 하고요.(웃음)"

이상윤은 악역에 대한 욕심도 드러냈다. 과거 드라마 '맨땅의 헤딩'에서 유노윤호를 괴롭히는 인물이었지만 대중의 뇌리에 깊게 박히진 않았다. 드라마 '라이어 게임'에서도 강렬한 모습을 보이려 노력했으나 케이블채널 드라마가 시청률이 높진 않았다.
"진짜 제가 아닌데 따뜻한 척 매일 연기하는 건 재미없거든요. 요즘 다른 면이 있다는 것을 봐주시는 분이 생긴다는 게 좋아요. 다른 역할을 할 기회가 오면 잡고 싶어요. 싸가지 없는 역할도 제 옷을 입은 듯 딱 맞게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하하하. 물론 여성 시청자분들은 싫어할지도 모르겠지만요."
그는 '엄친아 이미지'로만 국한되는 것도 그렇게 좋지만은 않은 듯하다. "운동하는 모임에 갔다가 만난 분이 '이상윤은 아침에 카디건을 입고 큰 강아지를 산책시킬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우리 집은 나 하나 정리도 못 하는데 어떻게 생명을 책임지겠어요. 전 주로 트레이닝 바지에 후드티를 입고 편하게 다녀요. 일이 없을 때는 면도도 잘 안 하고요. 그런 얘길 하니 실망했다고 하시더라고요. 이렇게 얘기하면 여성 팬들의 환상이 깨질까요?(웃음)"
jeigun@mk.co.kr/사진 유용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