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륜차가 확실히 운전하는 재미가 있네. 후륜이라서 좀 걱정했는데 큰 맘 먹고 질러도 될 것 같아.”
지난 1일 영종도 BMW 드라이빙센터에서 BMW 차량을 몰고 트랙을 스무 바퀴 이상 돌고 온 30대 중반의 두 청년은 흥분이 채 가시지 않는 듯 했다. 외국계 회사에 다니는 두 친구는 평일 휴가를 내고 드라이빙센터를 찾았다. 워낙 차를 좋아하는데다, 처음으로 고가의 수입차를 사려고 보니 제대로 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방문했다.
운전자들에게 자동차를 직접 운전해보고 차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지난 2014년 8월 문을 연 BMW 드라이빙센터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프로그램 이용료가 6만원 이상으로 결코 싸지 않지만 개장 2년도 채 되지 않아 방문객수 22만명을 돌파했다. 이런 증가속도라면 올해 9월경에는 내방객수 30만명 돌파도 무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24만㎡(7만3000평) 대지 위에 들어선 드라이빙센터에는 총길이 2.6㎞의 드라이빙 트랙과 오프로드 체험장, 헤리티지 갤러리, 키즈 드라이빙 스쿨, 전시장·이벤트홀 등이 자리잡고 있다. 드라이빙 트랙과 문화시설을 동시에 갖춘 드라이빙센터는 영종도 센터가 BMW 그룹에서도 최초 사례다. 현대차 그룹도 BMW 드라이빙센터의 성공에 자극받아 영종도에 드라이빙센터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장성택 BMW 드라이빙센터장(상무)은 “마트에서 냉동만두 하나를 살 때도 먹어보고 결정을 하는데 수천만원 짜리 차는 당연히 극한의 환경에서 꼼꼼히 따져봐야 하지 않겠냐”며 “드라이빙센터가 한국에 운전하는 즐거움과 자동차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고, 장기적으로는 BMW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 제고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효준 BMW코리아 사장의 명을 받아 2006년부터 드라이빙센터 프로젝트에 매달린 장 상무는 처음 독일 본사에서 프리젠테이션 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한국에 드라이빙센터를 짓겠다고 하자, 본사 임원들은 허허허 웃어버리거나 ‘미친 짓’이라며 화를 냈다고 한다. 중국이나 일본도 아닌 작은 나라에서 당시 BMW 차가 연간 1만대도 팔리지 않던 시절 얘기다.
하지만 BMW코리아는 ‘수입차 브랜드가 현지에서 뿌리내리려면 그에 맞는 사회적 기여를 해야하고, 운전하는 즐거움을 많은 사람이 체험할 수 있어야 한다’는 논리를 집요하고도 끈질지게 들이댔다. 결국 2014년 8월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바로 옆에 BMW 드라이빙센터가 문을 열었다. 평일에는 300여명, 주말에는 100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매일 찾아오는 명소로 자리잡았다.
장 상무는 “우리의 철칙은 여기 오신 분들을 절대 간섭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전시된 차에 들어가서 낮잠을 자도 좋고, 아무데서나 도시락을 펼쳐놓고 삼삼오오 떠들어도 좋다.”고 말했다. 지난해엔 영종도 지역주민의 칠순잔치를 이곳 이벤트 홀에서 열기도 했다. 또 어떤 방문객은 여기서 여자친구에게 프로포즈를 했고 결혼식까지 치렀다고 한다. BMW가 ’Be My Wife(내 부인이 돼주세요)’의 역할을 한 셈이다.
드라이빙 센터는 BMW 브랜드 이미지와 실질적인 구매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지난해 BMW를 실제 구입한 5800여명의 고객들에게 설문조사를 한 결과, 드라이빙센터를 방문한 고객의 90%가 매우 만족했다고 답변했다. 드라이빙센터 방문이 차량구매에 영향을 줄 것 같냐는 질문에 응답자 75%가 ‘강력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답했다.
BMW코리아가 초기 투자비용 770억원을 들였고,
[영종도 = 전범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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