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배우라는 수식어가 아직 낯설다는 도희, 그를 향한 ‘색안경’을 벗으니 비로소 ‘배우’ 도희가 보였다.
도희는 지난 달 종영한 MBC 주말드라마 ‘엄마’에서 작지만 야무진 손길로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콩순이 역할을 맡았다. 50부작이라는 긴 호흡을 무사히 마쳤고, 이 작품을 통해 도희는 극중 인물들의 ‘동생’, ‘언니’, ‘아내’, ‘엄마’가 됐다. 배우로서 한꺼번에 참 많은 연기를 한 셈이다.
도희는 “아직 배우라는 말이 안 믿기고, 좀 부끄럽다”며 웃음을 지었다. 특히 ‘엄마’는 주말드라마였기 때문에 부모님뿐 아니라 친척 어른들께도 예쁨을 한 몸에 받았다고. 가족들이 좋아하니 뿌듯하고 기분이 좋았다고 회상한 도희는 ‘엄마’의 출연을 ‘배움의 시간’으로 정의했다.
“어떤 분께는 제게 ‘엄마’의 출연이 터닝포인트가 아니냐 물어보신다. 대중의 시선으로 본다면 터닝포인트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제가 드라마에 출연하는 걸 못 보신 분들도 많으니 ‘얘가 지상파 주말극을?’이란 생각도 하셨을 수 있다. 하지만 전 다른 것보다 이렇게 많이 연구하고 생각하며 연기한 작품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노력했고 배운 게 많다. 그동안 안 것보다 한 걸음 더 연기에 대해 알게 된 계기다.”
그는 “자신 있게 말하지는 못해도 ‘연기가 뭔지 아주 조금은 알게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며 부끄러워했다. 한창 ‘응답하라 1994’로 이름값을 올리고 각종 예능에도 출연했던 도희에게 ‘엄마’는 실로 오랜만의 방송 출연이기도 하다. 도희의 출발점이었던 그룹 타이니지가 해체하고, 그가 배우로 전향하면서 많은 이야기들이 오고간 이후였다.
“저도 엄청 부담스러웠다. 타이니지 해체도 시기적으로 딱 맞았다. 저에 대한 기사들이 많이 나왔고, 오해도 있었다. 운이 좋아 ‘엄마’에 합류해 연기를 하게 됐지만, 시청자 입장에서는 색안경을 낄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건 당연한 거라 생각했다. 대신 ‘내가 더 잘해야겠구나’하는 압박감이 정말 많았다.”
도희는 “제가 부족한 것에 대해 말씀하신다면 할 말이 없는데, 자꾸 없는 말들이 나오니 힘들었다”고 솔직한 속내를 드러냈다. 루머라는 것 자체가 굉장히 힘들고 속상한 일이라는 걸 알았단다. 거기에 더해 ‘엄마’ 속 콩순이는 전에 ‘응답하라 1994’에서 도희가 했던 연기와 많이 다르지 않은 것처럼 보이기 쉬웠다.
“사투리를 하니 ‘쟤 또?’라는 것도 있었다. 그런 부정적인 시선들에 부담을 많이 느꼈다. 제가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그냥 콩순이로 살자’였다. 신경이 안 쓰이지는 않았지만 애써 ‘콩순이만 해’였다. 그래서 더 역할에 집중하고 작품에만 몰입했던 것도 있다. 단순함에서 답을 찾았다.”
신변의 변화도, 심적인 변화도 클 때 다행히 도희는 ‘엄마’를 만났다. 그는 “‘엄마’를 하면서 생각 정리도 하고, 작품에 몰두하면서 오히려 견뎌냈다”고 회상했다. 혼재 ‘꿍’하고 생각을 꼬리에 꼬리를 물고 하는 ‘집순이’ 스타일인데, 그럴수록 드라마 촬영을 하면서 이겨낼 수 있다는 게 너무나 감사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애정을 쏟았지만 사실 ‘엄마’는 ‘내 딸 금사월’에 밀려 조금은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다.
“시청률이 아쉽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제가 나오는 걸 떠나서 정말 재밌고 따뜻한 드라마라는 생각이 더 많은 분들이 봐주시면 좋겠단 생각을 했다. 하지만 감독님이나 작가님께서 늘‘우리는 우리끼리 착한 드라마를 만들자’고 잡아주셨다. 배우 선배님들도, 스태프들도 그 말을 떠올리며 자부심 있게 만들었고, 저도 거기에 잘 따라가면서 자연스럽게 작품 이외의 것들에는 신경쓰지 않게 됐다.”
그래도 이 작품을 통해 아주머니 팬들이 많이 늘어났다는 도희는 “어머니들께서 제게 ‘어머, 콩순아’라고 부르시면 너무나 신기하다”고 웃음을 터뜨렸다. 과거에는 초조한 것도, 불안한 것도 많았지만 이런 시청자들의 응원과 주변 사람들의 위로에 도희는 조금씩 초조함을 벗어냈다. 표정도 전보다 한결 편안해보였다.
“‘응사’ 이후 초조하고 불안함이 있었다. 극단적인 생각을 했을 때에는 ‘나는 못하나 보다’란 생각을 했다. 하지만 어쨌든 전 제가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고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게 참 어렵지 않나. 그것에 만족하기로 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이겨낼 힘이 생긴 것 같다.”
배우로서, 조금씩 자신의 길을 다져나가고 있는 도희. 전보다 한 뼘 성장한 게 눈에 보였다. 역할에 대한 책임감, 작품에 대한 깊은 이해, 캐릭터와 교감하는 방법 같은 것들을 배워가고 있는 중이었다. 도희를 위한, 도희에 의한 캐릭터가 곧 도희를 찾아갈 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은 왜일까.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