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tvN ‘꽃보다 청춘-아프리카’(이하 ‘꽃청춘’)이 논란에 휩싸였다. 그간 별 탈 없이 진행됐던 ‘꽃청춘’ 시리즈 중에서 이렇게 뜨거운 논란에 휩싸인 적, 처음인 듯하다.
최근 ‘꽃청춘’은 호텔에서 가운을 입고 조식을 먹거나 공동 수영장에 속옷까지 벗은 채로 노는 출연진의 모습이 그대로 전파를 타 논란의 대상이 됐다. 당연한 에티켓이지만 이를 어긴 출연자들도, 이를 재미있다고 생각해 자막까지 띄워 방송에 내보낸 제작진도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해당 장면이 논란이 되자 ‘꽃청춘’ 제작진은 “잘못된 행동으로 비춰질 수 있는 모습들을 편집에서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지 못한 것 같아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서둘러 사과를 했다. 문제가 된 장면들은 모두 다시보기 서비스에서 삭제됐다.
↑ 사진=꽃보다청춘 아프리카 방송 캡처 |
제작진의 공식 사과와 대처로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한국의 배우들이 해외에서 한국인 이미지를 낮출 수 있는 행동들을 했다는 점과 이를 재미의 요소로 여긴 제작진의 안일한 생각은 지금까지도 질타를 받고 있다.
백 번 사과해야 할 일이다. ‘치기 어린’ 행동들로 치부하기엔 도가 넘은 행동을 한 배우들도, ‘어글리 코리안’의 전형을 자막까지 친절해 첨부해 달았던 제작진도 말이다. 하지만 그간의 ‘꽃청춘’ 시리즈와 아프리카에서 신인 배우들의 열정과 고민을 고스란히 보였던 네 배우들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지켜본 시청자들 또한 씁쓸하기는 마찬가지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편집 과정에서 좀처럼 논란에 휩싸이지 않는 나영석 PD가 화두의 대상이 됐다는 점이다. 나영석 PD는 조심스럽기로 유명하다. 특히 tvN으로 이직한 후부터는 작은 논란도 피해가기 위해 세심한 노력을 기울였던 차였다. 나영석 PD가 인터뷰에서 종종 “(이직)전보다 더 자체검열을 심하게 하고 있다”고 말한 것만 봐도 그렇다.
하지만 이번 논란은 그야말로 ‘뼈아픈 실수’였다. 안전상 혹은 도의상 무리라 판단한 행동들은 아무리 리얼리티 프로그램일지라도 제작진이 나서서 제재했던 그간의 ‘꽃청춘’과 비교해보면 논란이 된 장면들이 더욱 거칠게만 느껴진다.
↑ 사진=꽃보다청춘 아프리카 방송 캡처 |
‘꽃청춘’은 적은 예산으로 배낭여행을 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담고자 하는 프로그램이지만, 극한에 몰리고 미션을 해결해야 하는 타 프로그램과는 다른 가치를 추구해왔다. ‘편안함’이 ‘꽃청춘’을 다른 여행 프로그램과 차별화시켜준 중요한 지점이었고, 많은 시청자는 스펙타클함은 없어도 소소하게, 편안하게 그려지는 여행에 힐링과 만족을 얻곤 했다.
‘비매너 논란’에 휩싸인 장면들은 그런 ‘꽃청춘’ 시리즈의 기조에는 역행하는 연출이었다. 기본적인 에티켓조차 지킬 생각을 안 한 제작진, 출연진을 향한 도덕적 잣대를 차치하고라도, ‘꽃청춘’ 특유의 분위기를 사랑했던 애청자들에게는 분명 거슬릴 만한 장면이었다.
너무나 날 것이 담겼다는 점에서 언뜻 ‘신서유기’가 연상됐다. 물론 해당 장면과 같은 일이 ‘신서유기’에서 벌어진다고 용납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출연진의 발언이나 행동들이 자극적일지라도 여과 없이 내보낸 ‘신서유기’ 연출법이 겹쳐 보인단 거다. 이런 거친 연출법은 ‘꽃청춘’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방식이었다.
나영석 PD가 왜 이런 ‘위험한 도박’을 했는지는 모르겠다. 해당 장면들을 그저 젊은이들의 치기 어린 행동이나 자유분방함을 보여주는 예시라고 생각했을까. 다행히 시청자들의 지적에 빠른 사과와 대처를 한 덕분에 제작진은 더 큰 화를 면할 수 있었다. 제작진에겐 이번 논란이 다시금 ‘꽃청춘’이란 프로그램의 정의, 이를 지켜본 시청자들의 시선과 ‘어디까지가 선인지’를 확인한 시간이 됐을 것이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