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정현 중앙대 교수 |
‘G러닝(Game based Learning)’의 전도사로 불리는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게임을 애들 장난으로만 보는 기성시대에 대해 “답답해 속이 타들어갈 지경”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게임을 제품이 아니라 융합사업의 근간이 되는 ‘플랫폼’으로 봐야 시너지를 낼 수 있다”며 “게임을 부정적으로만 보고 규제 칼날을 들이대는 것은 올바른 문제 해법이 아니다”고 일갈했다.
“G러닝이 사실 별게 아니에요. 비행기 조종사들이 훈련할 때 쓰는 ‘비행 시뮬레이션’도 일종의 게임으로 볼 수 있죠. 재미있게 배우기 위해 교육에 게임 요소를 결합하는 모든게 G러닝입니다.”
위 교수는 10여년 전부터 한국식 G러닝 발전방안에 대해 연구해왔다. 일선 초등학교에 RPG(역할수행게임)와 영어 공부를 합친 G러닝 세트를 시범 도입해 학생들 반응을 지켜봤다. 2010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컬버시티 라발로나 초등학교를 시작으로 매년 한차례 미국에서 G러닝 시범 교육도 하고 있다. 게임으로 된 수학 문제를 풀면 아이템이 나오거나, 게임 속 공간을 돌아다니며 영어 단어를 채집해 문장을 완성하는 식이다.
“아이들 반응이 폭발적입니다. 산만하기 그지없던 학생들이 삼삼오오 머리를 맞대고 함께 문제를 푸는 걸 보면 선생님들이 깜짝 놀라 입을 다물지 못해요.‘수업 시간에 게임이 웬말이냐’며 고개를 흔들던 학부모 인식도 확 바뀌지요. 수학포기자로 불리던 애들이 머리를 싸매고 게임 속 수학문제를 푸니까요.”
하지만 게임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이 G러닝이 확산되는데 걸림돌이 된다고 위 교수는 우려한다. “세계를 돌아다니며 무역 활동을 하고, 신대륙을 탐험하는 ‘대항해시대’라는 게임이 있습니다. 세계지리를 익히는데는 이만한 게 없지요. 전세계 구석구석 안가는 도시가 없으니까요. 이걸 수업시간 교재로 채택하려 했는데 결국 실패했습니다. 게임에 나오는 해적이 상선에게 돈을 뺏는게 비교육적이라는 판정이 나왔거든요.”
보다 못한 한 교사가 “내가 책임지고 아이들을 해적이 안나오는 곳에서만 활동하게 하겠다”고 목소리를 냈지만 무위에 그쳤다고 한다. “TV에 난무하는 폭력은 버젓히 놔두면서, 게임에 해적이 나온다고 규제하는게 말이 됩니까.”
보다 못한 위 교수는 지난 학기부터 학부 학생들을 상대로 G러닝 앱 개발을 과제로 내는 ‘특단의 대책’을 세웠다고 했다. 학생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G러닝의 무한한 가능성을 널리 알리고 싶다는 복안이다.
“프로그램 개발 문외한인 경영학과 학생들도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 냅니다. 기획, 개발, 마케팅, 사용자 테스트까지 끝내고 게임 앱을 기증한 학생도 있어요. 불꽃처럼 터질 수 있는 잠재력을 놔두고, 초중고에서는 여전히 국영수만 하
그는 ‘게임중독’ 운운하며 게임을 죽이려고 혈안이 된 사람들에게 꼭 할 말이 있다고 했다. “제발 생각을 좀 봐꿔봐요. 무슨 수를 내도 애들 게임하는거 못 막습니다. 게임을 없애지 못할거라면 제대로 좋은 쪽으로 쓰는게 낫지 않겠어요.”
[홍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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