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현지시간) 뉴햄프셔에서 압승한 버니 샌더스 민주당 후보는 대선 출마를 선언한 지난해 여름만 하더라도 이름조차 낯선 비주류였다. 75세 고령의 무소속 출신 사회주의자 버몬트 상원의원을 주목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힐러리 대세론을 의심하는 사람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하지만 8개월여가 지난뒤 샌더스는 각종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힐러리와 대등한 수준으로 올라섰고 마침내 뉴햄프셔 경선에서 압승을 거두며 힐러리를 밀어내고 민주당 대선후보가 될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엿보였다.
부동산 재벌 출신 도널드 트럼프도 마찬가지다. 그가 공화당 후보로 대권 도전을 선언했을 때만해도 ‘반짝’ 주목을 받고 사라질 것으로 대다수 사람들은 예상했다. 광대 같은 트럼프의 잇따른 막말과 선동질로 대통령 자질까지 의심받으면서 대중적 인기가 곧 사그러들 것으로 생각했다. 실제로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테드 크루즈에 밀려 2위로 내려 앉으면서 거품이 꺼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런데 이번에 뉴햄프셔에서 승리를 거머쥐자 유권자들이 다시 트럼프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샌더스와 트럼프의 뉴햄프셔 프라이머리 승리는 기성 정치권에 대한 유권자들의 실망과 정치 개혁 열망이 표출된 결과물이라는 분석이다. 대세론으로 무장한 후보들이 기대 이하 성적을 내고 있는 반면 아웃사이더로 분류됐던 샌더스와 트럼프 두후보의 선전은 변화에 대한 유권자들의 욕구가 얼마나 큰지 잘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경선 승리 확정후 자축 연설에 나선 샌더스는 “이번 승리는 유권자들이 진짜 변화를 갈망함을 보여주었다”며 “지금 미국이 직면한 엄청난 위기를 고려할 때 낡고 낡은 기성정치권과 기성 경제계에 국정을 맡길 수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샌더스 유세 과정에서 드러난 젊은층 결집과 강력한 지지 그리고 기성 정치권에 대한 유권자들의 변화 요구 등은 경선 판도를 쥐락펴락하는 거대한 힘이 되고 있다. 젊은층의 샌더스에 대한 지지가 뉴햄프셔 뿐만 아니라 미 전역의 공통된 현상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평가다.
샌더스는 유세 내내 ‘정치 혁명’과 ‘변화’를 외치며 유권자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샌더스가 주장하는 월가와 대기업 개혁, 대학 등록금 인하, 무상 복지 등은 실현 가능성 측면에서 회의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양극화 해소에 대한 미국 국민들의 열망을 대변하는 것들이다.
트럼프는 백인 보수층 결집이 승리의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오바마 행정부 이민정책, 의료개혁 등에 대한 백인 보수층의 불만을 기존 공화당 주류가 속시원히 해결해 주지 못하면서 트럼프에게로 지지가 집중된 것이다. 중국과 멕시코 이민자들에게 일자리를 빼앗겼다고 생각하는 백인 근로자 계층의 상대적 박탈감과 분노를 트럼프는 직접적이고 과격한 발언을 통해 자신에 대한 지지로 연결시켰다. 백인 보수층의 속내를 트럼프가 대신 표출하면서 대리 만족을 시켜줬다는 설명이다.
물론 샌더스와 트럼프가 뉴햄프셔에서 압승할 수 있었던 배경에 뉴햄프셔가 두 후보의 ‘텃밭’이라는 지역적 강점이 있었다는 점을 배제하기 어렵다. 뉴햄프셔는 샌더스의 상원의원 지역구인 버몬트와 인접해 있어 뉴햄프셔 주민들은 정서적으로 샌더스에 호감을 갖고 있다. 또 트럼프 핵심 지지층이 백인인데 뉴햄프셔 주민 95%가 백인으로 구성돼 있다. 이제 정치권의 관심은 앞으로의 경선결과다. 민주당의 경우 오는 20일 경선이 실시될 네바다와 27일 경선이 예정된 사우스캐롤라이나 등에서는 힐러리 우세가 예상되고 있다. 네바다와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힐러리가 압승한다면 대세론을 재점화할 수 있을 것이고, 만약 패배하거나 불안한 승리에 그친다면 힘겨운 싸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힐러리 발목을 잡고 있는 이메일 스캔들이 대선 레이스 내내 지속될 것으로 보여 힐러리는 마지막까지 힘든 경선을 치르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화당에서는 아이오와에서 깜짝 1위를 했던 크루즈나 3위로 부상했던 루비오 등이 뉴햄프셔에서 지지부진한 득표율을 보였고 젭 부시, 존 케이식 등 여타 후보들이 ‘도토리 키재기’ 경쟁 양상을 보이면서 공공의 적 트럼프를 꺾는데 한계를 보였다. 남은 경선에서 특정 후보에
[맨체스터(뉴햄프셔) = 이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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