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6개 구단의 전훈지인 미국 애리조나를 오기 전에 LA에 들렀다. 야탑고 김성용 감독의 청으로 잠시 고교 선수들의 전훈캠프에 함께 하기 위해서였다.
어린 선수들을 보면 우리들의 그 시절이 떠오른다. 우리도 한때는 ‘꿈 많던’ 고교 선수였으니까. 그때의 우리가 자라 프로 선수가 되고 또 지도자가 된 것처럼 언젠간 이 소년들이 우리 KBO 리그의 주역이 되고 그 다음 미래를 준비하는 선배들이 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어린 선수들을 보살피고 가르치는 일은 결코 가볍지 않다.
↑ 최원호-이종열 해설위원이 지난주 미국 LA 근교의 야탑고 전훈캠프에서 고교 선수들의 훈련을 도와주는 재능기부를 했다. 사진=이종열 위원 제공 |
예전의 우리는 주로 ‘경험’이 가장 큰 재산인 스승들에게서 그저 따르고 믿어야 하는 ‘절대적’인 가르침을 받았다. 그러나 보는 것 많고 듣는 것 많은 요즘의 고교 선수들은 가르침에 반문하고 정보를 검증한다. 가끔은 ‘정보과잉’ 상태가 아닌지 걱정스러울 때도 있다. 어느 정도는 자기 기술이 될 때까지 맷집 있게 밀어붙이는 노력이 필요한데 지나치게 이 방법, 저 방법을 갈아타다가 제 때에 결론을 내지 못하는 경우도 더러 있으니.
유소년 야구팀의 지도자들은 예전보다 코칭이 더 어려워졌을 것 같다. 막연한 정보 주입이 힘든 요즘 소년들에게는 탄탄하게 이론적으로 무장이 된 기술을 소통과 교감의 방식으로 전달해야 한다. 이런 저런 기회로 만나보는 아마 지도자들 중에는 가끔 프로 지도자들보다 훨씬 어려운 공부를 더 많이 하는듯한 분들이 적지 않다. 굳이 그렇게까지 깊이 들어가야 하는지 의아했는데, 막상 어린 선수들을 만나보면 이해가 된다. 호기심 많고 모든 가르침에 납득이 필요한 이들과의 맞상대는 ‘선배의 이름값’만으론 버티기 힘든 일이다.
모두가 알고있듯이 교육과 육성은 각 학교와 각 구단, 각자의 문제가 아니다. 야구판을 이끌고 야구판의 미래를 꿈꾸는 모든 야구인들이 함께 고민하고 살펴야 하는 과제다. 잘 배우고 잘 자란 선수들이 건강한 리그를 만들고 성장시킬 수 있도록 코칭의 노하우를 나누고 연구하는 기회가 더 늘어나면 좋겠다.
프로 지도자들의 데이터와 기술정보가 선진적이고 실용적인 만큼 아마 지도자들의 경험, 고민 역시 고유한 가치가 있다. 프로-아마 지도자들이 서로 마음과 귀를 열고 함께 새로운 기술과 효과적인 ‘육성’의 노하우에 머리를 맞대보는 세미나 같은 장을 꿈꿔본다.
많이 묻고 궁금해 하다가도 깨달음에는 순수하게 기뻐하던 고교 선수 후배들과의 만남으로 얻은 게 많다. 어렵지 않을까 싶었던 정보와 기술에 의외로 쉽게 적응한 선수들은 몇 가지 방법들에 확신을 줬고, 잘 적응하지 못했던
어딘지 치열하고 자주 절박하게 운동했던 우리 또래들보다 그저 ‘좋아서 야구하는’ 듯한 후배들이 훨씬 더 많아진 것은 참 보기 좋다. 그만큼 지금은 ‘자발적인 의욕’을 끌어낼 수 있는 코치들이 필요할 것이다. (SBS스포츠 프로야구 해설위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