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경기 부양 발언으로 반짝 반등했던 아시아 증시가 이틀 만에 하락 반전했다. 코스피가 1% 넘게 하락했을 뿐 아니라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무려 전일 대비 6.42% 하락해 2014년 12월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번주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대한 경계심에 글로벌 증시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26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1.15% 하락한 1871.69에 장을 마쳤다. 지난 이틀간 상승세를 타고 1900선을 내다봤던 코스피는 다시 1% 넘게 빠지면서 1870선에 머물렀다. 국내 시간으로 22일 새벽 ECB 통화정책회의를 마친 드라기 총재가 경기 부양 가능성을 시사한 후 반등했던 주가가 그전으로 되돌아갔다.
이날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전일(827억원)보다 2배나 많은 1952억원 어치를 순매도했다. 지난주 급등한 유가가 하락세로 돌아선데다 현지 시간으로 26일부터 이틀간 열릴 FOMC 회의에 대한 경계감 때문에 글로벌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됐다.
대기업들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어닝 쇼크’를 기록한 것도 증시에 부담이 되고 있다. 전날 시장 예상치를 크게 밑돈 실적을 내놓은 삼성SDI는 이날 전일 대비 14.73% 하락한 8만 7400원을 기록했다. 이날 5년래 최저치 영업이익을 발표한 현대차도 전일 대비 1.09% 하락했다. LG화학도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전일 대비 7.78% 하락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글로벌마켓전략실 팀장은 “이번주 FOMC와 일본중앙은행(BOJ)의 통화정책회의를 앞두고 글로벌하게 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있다”며 “본격적인 실적 시즌이 돌입하면서 경계 심리가 더 강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나마 한국은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 비하면 선방한 편이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지난 2거래일간 나란히 상승했던 아시아 증시는 이날 큰 폭으로 하락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전일 대비 6.42% 하락한 2749.79로 마감해 2014년 12월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홍콩 H지수도 전일 대비 3.94% 폭락한 7851.04로 장을 마쳐 7900선이 붕괴됐다. 같은 날 일본 닛케이 지수도 전일 대비 2.35% 하락했다.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중국 정부가 달러 강세로 인한 위안화 절하를 용인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면서 자본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 투자자들이 위안화 절하에 따라 같이 하락하는 홍콩 주가지수까지 매도하면서 신흥국 증시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증시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전세계 시장의 관심은 미국의 FOMC 결과에 쏠려있다. 미국이 금리 인상을 늦춰 달러 강세 속도가 늦춰지면 추가적인 유가 하락이나 중국 위안화 절하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29일 일본중앙은행이 추가 경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도 “작년 말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글로벌 정책 공조가 깨지면서 신흥국의 주가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며 “올해 계속해서 미국의 움직임에 따라 신흥국 주식을 포함한 위험 자산에 대한 변동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배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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