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안녕하세요, 배우 이현욱입니다. 그동안 브라운관보다는 공연에서 저를 더 많이 보셨을 거예요. 2015년에는 더욱 브라운관보다 공연 활동을 더욱 열심히 했거든요. 좋은 작품들을 만나서 정말 좋았어요. 경험에 중심을 두는 편이라 가리지 않고 이것저것 해보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이제 더 ‘가리지 않고’ 나서야지요.(웃음)
◇ 실험적인 작품을 많이한 이유요?
지난 2015년에는 ‘트루웨스트’라는 공연을 했어요. 무대에서 ‘살아 움직이고’ 싶었고 ‘갈증’도 채우고 싶어서 결정했어요. 제게는 얻은 게 정말 많았던 작품이죠. 앞으로 도움이 될 만한 영양분들을 많이 받은 거 같아요.
그동안에는 공연도 상업 공연보다는 실험극 같은 걸 많이 했고요, 영화도 독립영화에서 주로 활동을 했어요. 이유요? 글쎄요.(웃음) ‘전형성’에서 나름 자유로웠던 것 같아요. 형식적인 표현들보다 다른 것들에 더 많이 시도를 했거든요. 안 그랬으면 많이 갇혀있었을 것 같아요.
드라마나 영화, 공연 모두 뿌리는 같은 것 같아요. 본질적인 건 같고 표현 방식이 다를 뿐이죠. 공연은 멀리까지 에너지를 전달해야 하는 게 있다면 카메라는 눈떨림까지 신경써야 하는 세심한 분야죠. 유준상 선배님처럼 공연, 영화, 드라마를 왔다 갔다 하는 분들을 동경해요. 쉽지 않은 일인데 각 배경에 맞게 연기할 수 있을 만큼 넓은 스펙트럼을 가지고 계시잖아요. 저도 그렇게 되고 싶어요.
↑ 사진=이현지 기자 |
◇ ‘잘 된다’는 것, 그게 뭘까요?
공연을 주로 하는데 브라운관에 도전하는 이유를 물으신다면, 솔직히 신인이니 스스로를 알려야 쳐다봐주시잖아요. 아무도 안 봐주면 뭐하겠어요.(웃음) ‘무대에 서는 게 행복하다’는 표현은 사실 당연한 거 아닐까요. 하지만 그게 ‘제가 연기하는 이유’라고 말하기엔, 전 거짓말 같단 생각이 들어요.
저는 감독님들께서 왜 연기하냐고 물으시면 솔직하게 ‘유명해지고 싶은 것도 있고, 경제적이 것도 있고, 가장 중요한 건 좋고 재밌으니까 열심히 하는 것’이라고 솔직하게 말해요. 마치 연기를 하는 게 ‘꿈’처럼 말하는 건 못 하겠더라고요.
그렇게 말하면 ‘잘 되고 싶냐’고들 물어보세요. 솔직히 말하면 ‘잘 된다’는 게 뭔지 잘 모르겠어요.(웃음) 사람들이 알아보는 게 잘 된 걸까요? 성장하는 게 느껴지는 연기자가 성공한 걸까요? 잘 모르겠어요. 주변의 잘 된 선후배들을 보면서 때로는 스스로도 불완전하다고 느끼는데 연기 이외의 불안감을 느끼면 어떡할까 상상도 해봐요. 연기는 제가 정말 좋아하는 일인데 다른 요인들로 이 일을 싫어하게 되지는 않을까 겁이 나죠.
↑ 사진=이현지 기자 |
사실 얼마 전까지 방황 아닌 방황을 했어요. 빨리 잘 돼야지 하는 조급함이 아니라 제 색깔을 못 찾은 것 같고, 스스로의 생각이 확립되지 않은 것 같은 초조함, 조급함 때문에요. 잘 된 친구들을 보면 그들은 자신만의 색깔이 있는데 전 뭘까 싶어요. 왜 내 색깔을 찾는 것에 집중하지 못했을까 싶기도 했고요.
가만히 있으면 도태되는 것 같고 할 수 있는 것마저도 지워질 것 같은 불안감이 조급함으로 비춰질 수도 있었을 것 같아요. 회사 분들도 제가 조급해한다고 오해하고 계시더라고요.(웃음) 지금은 그런 ‘나만의 것’에 대한 불확실성, 불안함이 좀 있었는데 제게 맞는 건 뭘까 고민하면서 여러 실험을 해보는 게 맞단 생각을 해요.
◇ 잘된 친구들이 부럽냐고 물으신다면…
주변엔 잘 된 친구들이 많죠. 동기 중에는 영화 ‘그놈이다’에 나온 서현우 형이 있는데 저와 룸메이트고요. ‘극적인 하룻밤’에 나온 정수영도 그렇고요. 변요한은 같은 학교 출신인데 친해서 인스타그램에 사진도 많이 올리더라고요.(웃음) 운동하다 만난 사인데 예전엔 둘이서 커피 한 잔도 못 사 마셨어요. 이젠 요한이가 잘 돼서 메뉴를 자주 바꿔먹을 수 있게 됐죠.(웃음)
요한이는 저랑 똑같이 운동장을 배회하는 사람이었어요. 둘 다 생각이 많아서 운동장에서 걷는데 만나게 된 거죠. 1000원짜리 커피 편의점에서 사서 밤새 연기 얘기하고 학교 가기도 했어요. 그 친구가 잘 돼서 부럽지 않냐고 많이 물어보시죠. 부럽지 않다면 거짓말이지만 그 부러운 게 다른 게 아니라 작품 선택 하는 폭이 넓어졌다는 게 부러워요. 그 친구의 노력과 고생을 아니까 보상 아닌 보상을 받았다고 생각하고요.
↑ 사진=이현지 기자 |
◇ 연기에 정답이 있나요
연기에 정답이 없잖아요. 배우로서의 저는 나이도 어린 것 같고 더 경험해야 할 것들이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수용’하는 게 우선인 것 같아요. 그래야 할 수 잇는 영역이 많아지는 것 같고요. 전엔 나만의 연기에 정답을 찾으려고 단정을 지으려고 했던 것 같아요. 그게 많이 위험한 생각이었다는 걸 알았죠. 지금은 다양한 시각을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러다보면 나름대로 쌓이는 것 같아요.
마음가짐이 좀 달라졌달까요. 연기엔 정답이 없으니까요. 연기하는 사람들은 확신을 가지고 하는 직업이니 정답을 갈구하죠. 하지만 정답은 없더라고요. 그만큼 다양한 생각을 받아들이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전 많이 갇혀있었죠. 안 갇히려고 노력했던 타입인데도 갇혀있었던 것 같아요. 멘탈의 문제였을까요. 틈을 많이 안 보이려고 했는데 틈이 많이 보였고, 전에 작품 중 나의 표현에 대한 후회로 제자신을 괴롭혔어요.
하지만 생각해보면 누가 처음부터 잘하나 싶더라고요. 아직 경험도 많지 않은 제가 해봤자 얼마나 완벽하게 하겠어요. 잘된 선배들도 비슷한 과정을 거치지 않았을까요? 이런 생각을 하니 마음이 좀 정리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아요. 진지하고 무겁고 깊게 생각만 할 게 아니라 움직이다 보면 생기는 것도 있을 거고, 현장 가서 베우고 벗겨지는 게 계속 있을 것 같아요.
↑ 사진=이현지 기자 |
◇ 포기 안 한 나, 정말 대견해요
사실 지금의 저는 참 애매한 나이에요. 28~34세까지가 남자는 뚱뚱하거나 대머리 같은 특징적인 이미지가 없다면 애매하거든요. 사람들은 쌓이고 경쟁률은 높아지고. 하지만 그러면서도 한 번은 제게 기회가 올 거라고 생각해요. 그 기회를 못 알아보면 그 땐 끝나겠죠. 성실하게 사람들에 신뢰를 주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지만 주변 친구들도 기회가 왔을 때 정신 똑바로 차리고 그걸 잡았기 때문에 빛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저도 그 기회가 곧 올거란 믿음이 있어요. 걷고 있다보면 어떤 기회이든 올 테니까요. 천천히 걸어서 멈춰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과 안 걷는 거랑은 천지차이죠. 제가 촌에서 올라와서 15년 이상을 엄청난 경쟁을 견디면서 아직도 연기를 공부하고 있다는 것도 그런 것들 때문이 아닐까 해요. 저 스스로에 정말 칭찬해주고 싶어요. 포기 안 한 것만으로도요. 정말 많은 분들게 포기하지 말라고 위로할 수 있는 배우가 되는 게 제 꿈입니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디자인=이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