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남우정 기자]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구도심이 번성해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이 몰리면서,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을 이르는 말이다.
이런 현상은 길거리만 돌아다니더라도 피부로 와 닿는다. 한국적 미가 돋보이고 아기자기한 가게들이 즐비했던 삼청동, 북촌, 서촌은 이제 프랜차이즈 업체가 장악했다. 신진 디자이너들의 가게들이 모여 있어 새로운 패션 메카로 떠올랐던 가로수길에서 이제 디자인적 요소를 찾아보기 힘들다. 이미 대형 카페들과 화장품 가게들이 서로 얼굴을 내밀며 경쟁하기에 이르렀다.
그 중 대표적인 곳은 바로 대학가의 대표였던 신촌과 대학로다. 연세대, 이화여대, 서강대 세 학교와 인접해 있으면서 젊음의 표상이었던 신촌은 이제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졌다. 주말엔 차 없는 도로까지 운행되며 이용객들의 편의를 고려했음에도 신촌 상권은 예전만 못하다. 공연의 중심이었던 대학로도 마찬가지다. 힘들게 운영을 이어가고 있는 공연장이 있고 길거리 공연도 간간히 진행되고 있지만 그 정취를 잃었다.
서울만의 문제일까. 젠트리피케이션은 서울이 아닌 전국적인 문제로 퍼졌다. 대표적인 곳이 바로 전주의 한옥마을이다. 젊은층을 통해서 한옥마을 붐이 일어났고 주말이면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쏠린다. 그렇게 되면서 전통을 지켜왔던 한옥마을은 맛집들만 즐비한 상업가가 됐다. 한옥마을만의 특색이 사라지면서 볼멘 소리가 나오고 있다.
홍대도 젠트리피케이션과 떼놓을 수 없는 장소이다. 다만 다른 지역과 달리 상권만 무너지는 게 아니라 홍대 특유의 문화까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는 게 다르다. 홍대는 라이브 클럽들과 젊은 예술인들이 만들었던 인디 문화의 중심이었다. 하지만 이런 문화는 임대료가 오르면서 점차 자리를 잃었다.
공연 중심으로 이어졌던 라이브 클럽이 댄스 클럽에 위치를 빼앗기고 많은 술집들이 등장했다. 홍대 클럽의 인기를 증명해줬던 클럽 데이도 사라졌다가 이제서야 부활했다. 높은 임대료로 클럽들이 문을 닫으면서 클럽을 통해 성장할 밴드들의 자리를 잃게 될 위기를 겪었다.
남우정 기자 ujungnam@mkculture.com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