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서프라이즈) 이상철 기자]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는 ‘4번타자’를 잃었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추진했던 박병호(30)는 미네소타 트윈스로 이적했다. 지난 4년간 173홈런 492타점을 올린 박병호의 존재감은 컸다. 새로운 4번타자를 찾아야 했다. 그 큰 빈자리를 메울 적임자를.
오래 걸리진 않았다. 새롭게 타순을 짜는데 있어, 가장 빨리 결정된 자리이기도 했다. 넥센이 스피드 야구로 탈바꿈하면서 외국인타자 대니 돈을 4번 타순에 ‘고정’시킨다. 포지션도 우익수로 결정. 염경엽 감독은 “4번타자는 대니 돈이 맡는다. 국내 선수들 가운데 그 같은 커리어를 가진 이가 없다”라고 했다.
대니 돈은 메이저리그 통산 23경기를 뛰었으나 마이너리그에서 잔뼈가 굵다. 마이너리그 통산 1010경기에 출전해 타율 0.285(3503타수 1000안타) 156홈런 592타점을 기록했다. 맞춤형 옷이기도 하다. 마이너리그에서 뛸 당시 그는 주로 4번타자를 맡았다. 19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서프라이즈 스타디움에서 만난 대니 돈은 “오랫동안 뛰었던 위치라 익숙하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 넥센 히어로즈의 새 외국인타자 대니 돈은 4번타자를 맡을 예정이다. 사진(美 서프라이즈)=옥영화 기자 |
전임자는 위대했다. 후임자로서 그만큼 잘 해야 한다. 대니 돈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는 넥센에 오기 전 과거 팀 동료였던 브렛 필(32·KIA 타이거즈), 에릭 테임즈(30·NC 다이노스)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대니 돈은 “팀에서 4번타자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걸 아주 잘 알고 있다. 지난해 박병호가 4번타자로서 53홈런을 쳤다는 것도 안다. 내가 박병호와 똑같이 메울 수는 없다. 그러나 타점도 많이 올리며 최대한 메우도록 노력하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대니 돈은 새로운 팀에 적응 중이다. 대니 돈은 해외 생활 경험이 많지 않다. 한국야구를 익히 들었으나 몸소 체험하는 것과는 다를 터. 그래도 신이 난다는 대니 돈이다. 그는 “새로운 동료를 알아가고 있다. 새로운 훈련도 그렇고, 모든 게 재미있다”라고 말했다.
대니 돈이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건 ‘넥센의 1년 선배’ 라이언 피어밴드(31) 외 또 있다. 바로 넥센의 전 4번타자 박병호다. 넥센의 스프링캠프에 합류해 훈련 중인 박병호는 대니 돈과 수시로 대화를 나눴다. KBO리그와 넥센에 대한 이야기로 일종의 팁이다. 대니 돈은 “박병호가 넥센에서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넥센에 관한 많은 걸 알려줬다”라고 했다.
넥센에 대한 대니 돈의 인상이 호의적이듯, 대니 돈에 대한 넥센의 인상도 나쁘지 않다. 뚜껑을 열어봐야겠지만, 타격 훈련을 지켜봤던 심재학 타격코치는 고개를 끄덕였다. 타구의 질이 괜찮다는 평.
대니 돈도 “내 소개를 하면, 수비가 좋은 데다 인플레이 타구가 많다. 홈런도 많이 칠 수 있으며 장타 생산도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고척돔이라는 환경 변화까지 더해지며 새로운 색깔을 칠하는 넥센에게 대니 돈의 ‘콤팩트’는 도움이 될 만하다.
대니 돈에게 목표를 묻자, 재미없는 답변을 했다. 그러나 그게 현실적이면서 알맞은 대답이기도 했다. 대니 돈은 “미국야구와 한국야구는 다르다. 미국야구에서는 타율 0.290만 기록해도 잘 치는 걸로 생각한다. 그러나 한국야구는 다르지 않나. (그 차이를 체감하기 전에)내가 무작정 기록을 수치화하긴 그렇다”라고 전했다.
↑ 넥센 히어로즈의 새 외국인타자 대니 돈은 4번타자를 맡을 예정이다. 사진(美 서프라이즈)=옥영화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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