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우리 선수들의 ‘겨울방학’이 끝났다. 15일 출발하는 8개 팀을 시작으로 KBO 10개 구단이 잇달아 전지훈련지로 떠난다.
앞으로 근 두 달의 전훈 캠프에서 각 구단은 2016시즌에 선보일 새로운 전력의 퍼즐을 완성할 참이다. 그 중 눈길이 가는 퍼즐 조각 중 하나가 특급 불펜 조상우(22·넥센)의 선발 변신이다.
↑ 입단 후 3년동안 불펜에서 리그 정상의 릴리프로 자리잡았던 넥센 조상우가 올시즌 선발 변신에 도전한다. 불펜 데뷔→대형 선발투수로 성공하는 ‘한국형’ 에이스 성장모델이 되어줄지 기대를 모은다. 사진=MK스포츠 DB |
‘탈고교급’의 수식어를 달았던 자원들은 꾸준히 있었는데도 우리 리그에서 대형 투수로 성장한 케이스가 희박한 것은 KBO의 투수 기용 현실과도 관련이 있다. 한정된 저변과 선수층에서 전력을 구성, 최선의 시즌 성적을 압박받는 국내 사령탑들은 싱싱하고 빠른 공의 젊은 투수들을 일단 불펜으로 기용, 회복이 빠르고 상대적으로 연투가 용이한 장점을 최대한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대신 선발은 경험이 많고 운영이 가능한 베테랑 투수들 위주로 선택하는 편이다.
이런 트렌드 속에서 신생팀이 아닌 다음에야 젊은 투수 자원들은 공이 ‘즉시전력감’일수록 차근차근 선발 투수로 육성되기 보다는 우선 불펜으로 데뷔하는 게 일반적이다. 상대적으로 대형 스타선발로 성장하기에는 쉽지 않은 길로 들어서는 셈이다.
빠른 공과 묵직한 구위의 조상우 역시 불펜에서 데뷔, 입단 3년차인 지난해 리그를 대표하는 정상의 구원투수로 성장했다. 당분간 ‘뒷문지기’로 고착되는가 싶었지만, 주축 투수들의 잇단 이탈을 겪은 넥센의 팀 사정과 맞물려 예상보다 빨리 선발 전환의 기회가 왔다.
염경엽 감독의 ‘고육지책’이기도 한 이 도전을 나는 내 나름의 의미로 응원하고 있다. 어쩌면 (체계적이고 인내심 있는 육성 시스템을 아직 갖지 못한) 우리 리그의 현실 속에서도 대형 선발 투수들을 키워낼 수 있는 ‘한국적 모델’을 제시해 줄 것인가에 대한 기대다.
조상우는 아직 싱싱한 어깨와 묵직한 공을 가진 스물 두 살의 젊은 투수지만, 1군 무대에서 충분한 경기 경험과 마운드 적응을 마쳤다. 이제 그가 품은 가능성이 어떻게 발현될지에 이 트랙의 성공 여부가 달렸다.
앞으로 두 달 동안 선발 투수로 변신할 조상우에게는 투구수를 늘리는 작업과 주무기 구종을 추가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투구수는 훈련에서 피칭 개수를 늘리는 방법보다 게임과 회복을 반복하는 스케줄을 통해 실전에서 투구수 경험을 늘려가는 방법이 좋을 것 같다.
그동안 속구와 슬라이더를 주로 던지면서 짧고 굵게 구위로 상대를 찍어 누르는 역할이었지만, 이제 상당한 빈도와 안정된 제구로 구사할 수 있는 변화구 주무기도 한개 이상 다듬어야 한다. 기존 슬라이더와는 궤적이 다르거나 구속이 꽤 차이가 나는 구질을 기대한다.
석 달 뒤, 우리가 마주할 가능성은 어떤 모습일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혹시 ‘그동안 없던 그라운드’, 한국 최초의 돔구장 고척스카이돔에서 ‘한국형 에이스’의 당당한 성장을 목격하게 될지도.
모두의 꿈과 소망을 싣고 15일, 그는 전훈캠프행 비행기에 오른다. (SBS스포츠 프로야구 해설위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