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오피스 분석은 막상 쓸모없을 때가 더 많다. 어쩔 수 없다.
통합전산망 데이터를 보다보면 보정하느라 언제나 예상보다 시간이 더 걸린다. 그러다 보면 때를 놓치고, 그러면 필요가 없어진다. 반대로 타이밍만 맞으면 빤한 수치들을 나열만 해도 박스오피스의 의미를 환기시켜주곤 한다.
애니메이션 <굿 다이노>가 지난 1월 8일부터 10일까지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애니메이션이 <인사이드 아웃>(2015) 이후 25주 만에 다시 1위에 올랐다. 픽사 작품이 연이어 1위를 한 점도 이례적이다. 배급사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이하 디즈니)는 <겨울왕국>(2014)부터 4회 연속, <빅히어로>(2015)부터 약 6개월 간격으로 애니메이션을 1위에 올렸다.
1월 28일 개봉예정인 <쿵푸팬더3>가 주말 1위를 한다면 최초로 한 달에 애니메이션 2편이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게 된다. 그렇게 된다면 <하울의 움직이는 성>(2004) <샤크>(2005)처럼 2주 만에 애니메이션이 1위에 다시 오르며 최단 기간 타이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이번에는 지난 2004년 1주차부터 2016년 1주차까지 628주간의 주말 1위 애니메이션을 비롯해 연간 애니메이션 시장을 분석했다.
요약하면, 역대 주말 1위 애니메이션은 총 15편 24회다. 한 편당 주말 관객 71만 1337명을 동원하며 점유율 34%로 1위를 차지했다. 2012년까지 드림웍스 제작-CJ엔터테인먼트 배급 애니메이션, 2014년 이후 디즈니/픽사 제작-디즈니 애니메이션이 독주하고 있다. 여성관객, 30대와 40대가 주관객층이며 여름보다 겨울에 더 집중했다. 소재에 따라 성비가, 제작-배급사에 따라 연령비가 갈리는 경향을 보였다. 애니메이션 시장은 전체 성장률보다 더 빠르게 성장했다. 특히 애니메이션 관객수는 실사영화에 비해 스크린수보다 상영횟수가 더 영향을 줬다. 한편, 한국 애니메이션 1위는 어떤 작품일까? 맞다, 그 작품이다. 아직까지도 말이다.
역대 주말 1위 애니메이션은 <슈렉2>(2004)부터 시작해 이번 <굿 다이노>(2016)까지 628주 중에서 15편 24회다.
<굿 다이노>(2016)까지 역대 주말 1위 애니메이션은 총 15편이다. <슈렉2>가 2004년 6월 18일부터 20일에 세운 주말 박스오피스 1위가 공인된 최초의 기록이다. 애니메이션이 2주 연속 1위를 차지했으니 당시로서는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역대 1위 최다 애니메이션은 4회를 차지한 <쿵푸팬더2>(2011)와 <겨울왕국>(2014)이다. <쿵푸팬더2>는 개봉주말 이후 연속 4주 1위를 기록했다. <겨울왕국>은 2주+2주 연속이다. <겨울왕국>은 3주차에 <수상한 그녀>에 밀렸다가 4주차에 역주행하며 5주차까지 유지했다.
<슈렉2>를 비롯해 <슈렉3>(2007) <쿵푸팬더>(2008)는 2주간 1위에 올랐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2004) <샤크>(2005) <꿀벌 대소동>(2008) <드래곤 길들이기>(2010) <슈렉 포에버>(2010) <메가마인드>(2011) <장화신은 고양이>(2012) <빅 히어로>(2015) <인사이드 아웃>(2015)가 1주 천하를 누렸다.
■ 역대 주말 1위 애니메이션의 티켓파워는?
<굿 다이노>는 개봉 주말 동안 관객 45만8774명을 동원했으며 매출점유율은 19.6%, 평균관람료 7583원이었다. 스크린 당 582명, 회당 73명을 동원한 셈이다. 역대 주말 1위 애니메이션들과 비교하면 어느 정도일까?
1위 애니메이션들은 한 편당 주말 관객 71만 1337명을 동원했다. 주말 최다 관객수와 최저 관객수의 애니메이션은 모두 <쿵푸팬더2>였다. <쿵푸팬더2>의 개봉주말(2011/5/27~5/29) 154만3564명이 최다 관객수, 4주차(2011/6/17~6/19) 27만9729명이 최저 관객수였다.
최다 스크린당 관객수와 회당 관객수의 애니메이션은 개봉주말(2004/12/24~12/26)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었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스크린당 2938명, 회당 165명을 기록했다. 스크린당 평균 좌석수가 165석이니까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전회 매진이나 마찬가지였다.
최저 스크린당 관객수 애니메이션은 개봉주말의 <굿 다이노>로 582명이었다. 회당 최저 관객수 애니메이션은 2주차(2007/6/15~6/17)의 <슈렉3>로 50명이었다.
평균 매출 유율은 34%였다. 최다 점유율은 <쿵푸팬더2>의 개봉주말(2011/5/27~5/29) 60.3%였다. 최저 유율은 <꿀벌 대소동>의 개봉주말(2008/1/4~1/6) 19.3%였다.
1인당 최대 평균관람료는 <슈렉 포에버>의 개봉주말(2010/7/2~7/4) 1만300원, 최소 평균관람료는 <꿀벌 대소동>의 개봉주말 6078원이었다.
■ 역대 주말 1위 애니메이션의 배급 상황은?
제작-배급별로는 드림웍스 제작-CJ엔터테인먼트 배급이 10편, 디즈니/픽사 제작-디즈니가 4편, 지브리스튜디오 제작-시네마서비스 배급이 1편이었다.
드림웍스와 디즈니로 양분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시기별로 독주하고 있다. 2012년까지 드림웍스 제작-CJ엔터테인먼트, 2014년부터는 최초의 천만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이후 디즈니/픽사 제작-디즈니가 독주하고 있다. 2006년 1월 <굿 다이노>와 <쿵푸팬더3>가 두 회사의 작품이기도 하다.
드림웍스 제작-CJ엔터테인먼트 배급 작품은 시리즈 브랜드가 강력했다. 브랜드로 묶으면 주말 1위 횟수는 <쿵푸팬더> 시리즈가 6회, <슈렉> 시리즈가 5회였다. 디즈니/픽사 제작-디즈니 배급 작품은 뒷심을 보였다. <겨울왕국>처럼 <빅히어로>, <인사이드 아웃>도 역주행작인데 개봉 2주차에 1위에 올랐다.
1위 애니메이션들은 주말 3일간 한 편당 스크린 597개에서 8196회를 상영했다. 최다스크린 수는 <겨울왕국>의 개봉주말(2014/1/17~1/19) 1010개관, 최저스크린 수는 <슈렉2>의 2주차(2004/6/25~6/27) 163개관이었다.
최다상영횟수는 <쿵푸팬더2>의 개봉주말 16만261회, 최저 상영횟수는 <슈렉2>의 2주차 2911회였다. 하루 평균 최다 상영횟수는 <샤크>의 개봉주(2005/1/7~1/9) 6.9회, 하루 평균 최저 상영횟수는 <굿 다이노>의 개봉주(2016/1/8~1/10) 2.6회였다.
■ 주말 1위 애니메이션, 어떤 관객이 관람했나?
15편의 여성비율은 평균 56.4%였다(이하 관객 구성비는 맥스무비 데이터). 평균 연령비는 10대 1%, 20대 16%, 30대 47%, 40대 이상 36%였다. 15편 모두 관람등급이 전체관람가라는 점까지 감안하면, ‘30대 엄마’의 구매력이 애니메이션에서는 가장 강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영진위의 설문보고서 영화소비자분석(2015)에서도 애니메이션 선호도는 30대 여성이 가장 높았고, 기혼 여부에서는 기혼자들이 더 높았다.
영화 시장 전반적으로 관객 성비가 남성비가 올라가는 추세인데 반해 애니메이션은 그렇지 않았다. 소재나 장르에 따라 관객 성비가 결정되는 경향을 보였다. <쿵푸팬더> 시리즈를 필두로 <드래곤 길들이기><메가마인드><빅히어로> 등은 평균보다 남성비율이 높았다. <슈렉> 시리즈를 비롯해 <샤크><하울의 움직이는 성><인사이드 아웃><굿 다이노><겨울왕국> 등은 평균보다 여성비율이 높았다.
연령비는 제작-배급사에 따라 갈렸다. 디즈니/픽사의 애니메이션은 40대 이상 관객 비율이 평균 50%로, 초등학생 이상 자녀층의 비중이 높았다. 반면 드림웍스 애니메이션들은 20대 관객과 유초등 자녀층의 30대가 비교적 높은 편이었다. 디즈니/픽사의 애니메이션은 부모관객도 만족시켰다면, 드림웍스의 애니메이션은 취향이 전혀 다를 것 같은 20대 관객과 유초등 자녀층을 동시에 공략한 것으로 보인다.
애니메이션이 1위를 차지한 주말을 시기별로 살펴보면 관객은 여름보다 겨울에 애니메이션에 더 관심을 가졌다.
애니메이션이 1위를 차지한 월별로 보면, 6월이 9회, 1월이 8회였다. 2월-5월-7월이 각 2회씩, 12월이 1회였다. 계절로 구별하면 여름(6월~8월)과 겨울(12월~2월)은 11회로 동일했다. 여름은 휴가 떠나기 전인 6월에 집중되었는데 <슈렉><쿵푸팬더> 시리즈만 1위를 차지했고, 8월은 한 편도 없었다. 겨울은 <겨울왕국>을 비롯해 여러 편이 방학 중인 1월에 1위를 차지했으며, 12월과 2월까지 월별로 분산되어 있다.
■ 애니메이션 시장 성장, 더 빠를 수 있다
연간 애니메이션 관객수는 2004년 359만6987명에서 2015년 2024만7514명으로 성장했다. 2004년 대비 2015년 관객수는 5.6배로 전체 연간관객수 증가율 3.1배를 뛰어넘는다.
애니메이션 성장의 분기점은 2011년이다. 애니메이션의 장르별 점유율은 2004년부터 2010년까지 평균 3.7%, 2011년 이후 9.3%로 2.5배가 커졌다. 상영횟수 점유율은 3.6%에서 8.4%로 2.3배가 커졌다. 특히 스크린 점유율은 4.7%에서 16.3%로 3.5배가 커졌다.
애니메이션 성장 속도는 굉장히 빨라 보인다. 그런데 수요에 비해 환경이 받쳐주지 않아 성장세가 오히려 덜 가파를 수도 있다.
<굿 다이노>가 주말 박스오피스 1위지만 2.6회에 불과했다. 다시 말하면, 한정된 상영횟수에 유초등 자녀의 가족들이 시간을 맞춰 관람한 영화가 주말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그러니 애니메이션 관객들은 이미 충분히 부지런하다.
2004년부터 2015년까지 관객수, 스크린수, 상영횟수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애니메이션의 흥행은 상영횟수가 스크린수보다 더 영향을 미쳤다. 애니메이션의 성장 흐름도 상영횟수와 관객수의 점유율이 거의 비례한다. 1위 애니메이션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이는 실사영화도 마찬가지지만 애니메이션에서 두 지표의 상관관계가 더욱 크다. 즉 배급사가 스크린을 많이 확보하는 것보다 영화관이 상영횟수를 보장해야 애니메이션 시장이 커진다.
상영 횟수는 관람시간대의 다른 말이다. 애니메이션은 자녀 동반층이 주력인 만큼 관람시간대가 실사영화보다 더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애니메이션 상영횟수의 보장은 더 많은 가족들이 영화관 나들이를 즐길 수 있는 환경에 대한 이야기가 된다. 애니메이션 시장의 성장은 미래의 주관객은 영화관에서 가장 처음으로 본 영화가 애니메이션일 것이라는 뜻이다. 그러니 잠재 관객을 더 늘리는 환경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분기점인 2011년에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주요 애니메이션을 보자. <쿵푸팬더2>가 누적관객 506만2720명으로 1위다. 2위가 <마당을 나온 암탉>으로 누적관객 220만1273명이다. 3위 <개구쟁이 스머프> 102만7436명, 4위 <라푼젤> 101만1163명, 5위 <메가마인드> 87만5631명이다.
그렇다. 다른 해보다 100만명 이상 애니메이션이 많은 것도 아니다. 한국 애니메이션 역사상 최다 관객 동원작이 이 해에 나왔다. 한국영화 점유율이 커지면 시장도 커지는 추세는 애니메이션에도 그대로 적용된 셈이다.
문제는 <마당을 나온 암탉>은 2004년부터 2016년 현재까지 한국 애니메이션 역대 1위라는 점이다. 이후 한국 애니메이션은 <점박이:한반도의 공룡3D>(2012) 100만명, <뽀로로 극장판 슈퍼썰매 대모험>(2013) 93만명, <넛잡: 땅콩 도둑들>(2014)이 47만명, <뽀로로 극장판 컴퓨터 왕국 대모험>이 39만명이다. 이런 상황이니 한국 애니메이션의 박스오피스를 분석하고 말 것도 없다. 2015년 한국 애니메이션 점유율은 4.9%였다. 영화제 상영작까지 싹 긁어모아서. 참고로 <꾸러기 발명왕>을 보고 자란 당시 꼬마관객들이 지금 한국영화 충성도가 가장 높은 40대 초반 관객이다. 지금 꼬마관객
■ 애니메이션 시장 분석 방법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통합전산망의 2016년 1월 11일에 집계된 주말 및 기간별 박스오피스 데이터로 분석했다. 영진위의 주말 집계는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3일간이다. 애니메이션 장르 구분은 영진위 등록 정보를 기본으로 하되 일반 장르로만 등록된 작품들을 애니메이션으로 추가하였다. 관객 구성비는 예매사이트 맥스무비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유일하게 맥스무비는 집계 기간 데이터가 모두 공개되어 있었다.[ⓒ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