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캐시카우'였던 반도체 실적 부진이 가장 뼈아팠다. 작년 3분기 3조6610억원에 달했던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은 4분기에는 3조원에 턱걸이한 것으로 추산된다. 일각에서는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이 3조원에 못 미쳤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원인은 복합적이다. 우선 D램 가격이 예상보다 많이 하락했다. 전 분기 대비 10% 초반 하락을 예상했으나 실제로는 15%까지 하락했다. 2014년 말과 비교하면 D램 가격은 50%나 급락했다. PC 수요가 부진한 가운데 공급과잉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은 탓이다. 낸드 플래시 가격도 전 분기 대비 14% 떨어졌다. 출하량도 애초 기대에 못 미쳤다. 작년 3분기 실적 발표 당시 각각 5%와 20% 이상으로 제시됐던 D램과 낸드 플래시 출하량 증가 폭은 실제로는 D램 2%, 낸드 플래시 15%에 그친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 고객사에 납품하는 파운드리 수주가 고객사 매출 부진으로 당초 예상보다 줄었다.
이재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전방산업 수요 부진으로 D램 가격 하락 폭이 예상보다 컸고 애플이 올해 1분기 수요 부진에 대비해 부품 재고를 빠듯하게 가져간 점도 메모리 반도체와 시스템LSI 사업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소비자가전 부문은 유일하게 전 분기 대비 실적이 꽤 개선된 것으로 추정된다. 김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4분기 북미를 중심으로 고해상도 제품인 UHD TV와 퀀텀닷(양자점) 기술로 색재현성까지 개선된 SUHD TV가 견조하게 판매됐다"며 "영업이익은 전 분기 3600억원보다 대폭 늘어난 6100억원을 올렸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실적 부진에는 부정적인 환율 효과 영향도 컸다. 작년 3분기에는 달러 등 주요 통화 대비 원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8000억원대 긍정적 영향이 발생했지만 4분기에는 원화값이 강세로 돌아섰다.
실적 부진은 올해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미래에셋증권이 올해 삼성전자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를 24조8600억원에서 23조6570억원으로 4.8% 낮추고, 대신증권은 27조770억원이던 추정치를 24조4810억원으로 9.6% 낮추는 등 증권사들은 올해 삼성전자 실적 전망치를 잇따라 하향 조정하고 있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올해 실적을 낙관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우선 부품 부문에서 연내 18나노미터(10억분의 1m) D램, 4세대 V낸드(셀을 64단 수직으로 쌓아올린 낸드 플래시) 등을 양산할 계획이다. 하지만 반도체 가격 약세로 최소 올 1분기까지는 고전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노현 기자 / 이기창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