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2015년은 무척 만족스러운 한 해로 기억 한 편에 남았어요. 다른 이들은 어떻게 받아드릴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하고 싶었던 공부도 하고, 보컬 레슨도 받았고, 무엇보다 그동안 노력했던 것들을 보여주는 기회가 주어졌기 때문이죠. 결과가 어떻든 저는 즐겁습니다.”
그룹 비스트의 막내 손동운이 다시 한 번 뮤지컬 무대에 출사표를 던졌다. 뮤지컬 ‘캐치 미 이프 유 캔’ 이후 약 3년 만에 뮤지컬 도전이다. 다시 뮤지컬 무대 위로 올라온 손동운은 이전보다 작품에 대하는 태도가 진지해 보였다. 전보다 공연장에 오르는 회차가 늘어났으며, 동료들 또한 연습실에서의 손동운을 칭찬할 만큼 성실하게 자신에게 주어진 일정을 소화해 나가고 있다.
비스트의 해외공연이 이어지면서 일정이 바쁘게 흘러가는 와중에서도 ‘위대한 캣츠미’ 무대를 소화함에 소홀함이 없다. 피곤해 보이는 일정 속에서도 미소를 잃지 않는 손동운의 모습은 그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보낼 수 없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9월 초부터 11월까지 뮤지컬 연습에 매진했던 것 같아요. 뮤지컬을 시작하기 전만해도 일본 일정이 이렇게 많이 있는 줄 몰랐어요. 다행히 연습에는 차질이 없었는데 막상 공연이 시작되니 해외 일정과 함께 있더라고요. 처음에는 모르고 시작했어요. 몰랐기에 도전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웃음)”
손동운의 ‘위대한 캣츠비’ 출연은 의외였다. 뮤지컬 출연이 잦은 가수도 아닐뿐더러, ‘위대한 캣츠비’는 ‘캐치 미 이프 유 캔’과 같은 대극장 뮤지컬이 아닌 소극장 뮤지컬이기 때문이다. 다수의 아이돌 멤버들과 함께 했던 ‘캐치 미 이프 유 캔’과 달리 ‘위대한 캣츠비’에서 현재 활동 중인 아이돌은 손동운이 유일하다. 여러모로 ‘위대한 캣츠비’와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손동운이 극에 참여하게 된 배경에는 극의 연출을 맡은 변정주 연출가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뮤지컬 출연 제의가 왔을 때 연출님을 한 번 만났어요. 워낙 잘하신다고 이야기를 들었던 터였는데, 막상 만나보니 사람을 끌어들이는 카리스마가 있으시더라고요. 그 카리스마에 설득당해 ‘위대한 캣츠비’와 만나게 됐죠.”
‘위대한 캣츠비’는 쉽지 않은 작품이다. 고음을 요구하는 넘버가 많을뿐더러, 감정을 폭발시키는 장면도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실력이 뒷받침해 주지 않는다면 극의 몰입을 깨뜨릴 수 있는 여지가 높다는 것이다. 같은 배역을 연기하는 뮤지컬 배우 강기둥이나 정동화와 비교하면 아직 서툴 수 있으나, 손동운은 자기 나름의 캣츠비를 만들며 관객들을 극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물론 잘생긴 외모 탓에 극 중 이별을 통보하는 페르수를 향한 캣츠비 손동운의 “내가 못생겨서 그래?”라는 절규가 쉽게 이해되지는 않지만. 나름의 잘생기면서도 지질한 캣츠비를 보는 매력이 있다.
“가수다 보니 처음에는 오히려 노래가 연기하는 것보다 나을 것 같아서 편하게 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그런데 막상 시작하니 그게 아니더라고요. 단순히 노래만 잘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감정도 실어야 하고, 또 표현을 해야 하다 보니 정말 힘들었어요. 노래도 대사처럼 들릴 수 있도록, 이를 통해 감정 전달이 될 수 있도록 노력을 많이 했어요.”
그동안 손동운은 연기와 거리가 멀었다. 앞서도 언급한 것처럼 ‘위대한 캣츠비’ 이전에 출연했던 작품은 ‘캐치 미 이프 유 캔’ 뿐이며, 영화는 물론이고 드라마에 도전한 적도 없다. 아이돌들의 연기 입문이라고 불리는 웹드라마에 출연한 적도 없다. 송스루(Song Through) 뮤지컬이지만 극중 인물들의 감정변화가 급격한 ‘위대한 캣츠비’는 노래 뿐 아니라 대사 발성과 연기력 또한 필요로 하는 작품이다. 연기경험이 거의 없었던 손동운에게 ‘위대한 캣츠비’는 어려운 작품일 수밖에 없었다.
“감정변화가 빠르게 진행되다 보니 그 부분이 힘들더라고요. 연기를 마치고 나면 진이 빠질 때가 있어요. 신과 신이 연결되는 부분에 있어서 때로는 퇴장했다가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무대 위에서 다른 상황과 장면이 연결되는 부분이 많아요. 이 같이 연극적인 부분을 연기하는 것 또한 쉽지 않았죠. 극의 내용이 때로는 공감되지 않아 정신적으로 힘들 때도 있었죠.”
작품에 대한 손동운의 진지한 자세는 무대에서 잘 드러나 있다. 다시 뮤지컬 무대에 오른 손동운은 3년 전과 비교했을 때 조금 더 적극적이고, 실력 역시 한층 더 탄탄해져 있었다. MBC 예능프로그램 ‘복면가왕’에서 인정받았던 가창력 또한 무대 위에서 살아나면서 극의 몰입도를 높이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예전에는 중간중간에도 손동운이 많이 보이고 제 생각이 많이 들어갔다면, 이번에는 집중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어요. 사실 노래는 워낙에 잘하시는 분들이 모인 작품이고, 그러다 보니 다른 배우들에 비해 성량 면이나 연기가 부족하다는 것은 저도 잘 알고 있어요. 그렇기에 매일매일 작품을 통해 배우고 있고, 조금은 한발 더 나아갈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실제로 배우 중에서 막내라 형 누나들이 많이 예뻐해 주시고 조언도 많이 해 주셔서 즐겁게 작품에 임하고 있습니다.”
‘위대한 캣츠비’에서 캣츠비는 이른바 평균 이하의 청년이다. 결혼정보회사에서 매긴 캣츠비의 등급은 C급, 면접에서도 번번이 낙방하는 씁쓸한 청춘이다. 인기 아이돌 그룹의 막내로 사랑받은 손동운과 닮은 점을 찾아보기 힘든 캐릭터이지만, 정작 배우들 사이 ‘착한 캣츠비’의 매력이 살아난 배우로 꼽히기도 했다.
“사실 저와 캣츠비는 닮은 점이 없어요. 제 성격이 조곤조곤한 편이다 보니 캣츠비처럼 말을 한 적도 없고, 급격한 감정변화를 경험해 본 적도 없어요. 연습생을 어릴 때부터 했었고, 고맙게도 사람들에게 사랑도 많이 받으며 살아왔었죠. 취업난으로 고민한 적도 없었고, 캣츠비처럼 치열하게 사랑을 한 경험도 없었죠. 공감대가 적어 처음에는 캣츠비와 친해지기가 어려웠어요. 하지만 그래서 연기를 하는 것이 더 재밌고 신기해요. 제가 본 캣츠비는 일단 정말 착해요. 착한데 이기적인면도 있어요. 제 연기에서 그게 보일지는 모르겠는데 저는 이런 부분을 염두에 두고 연기하고는 있어요.”
손동운 본인이 말한 것처럼 캣츠비와 손동운은 외모 뿐 아니라 살아온 삶이라든지, 성격 그 어느 하나 닮은 것이 없다. 늘 다른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살아왔던 손동운이었기에 처음 캣츠비의 옷을 입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비스트 내에서 뮤지컬에 도전한 이는 손동운뿐만이 아니다. 같은 그룹의 멤버 양요섭 역시 뮤지컬 ‘요셉 어메이징’ ‘로빈훗’ ‘신데렐라’ 등 유수의 작품에 출연하며 필모그래피를 차곡차곡 쌓아나가며 실력을 인정받아나가고 있다. 특히 손동운과 양요섭은 같은 시기 각각 ‘위대한 캣츠비’와 ‘신데렐라’로 출연해 뮤지컬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특별히 응원이라거나 이야기를 나눈 건 없어요. 그런 것보다는 그쪽 분위기와 연출님, 그리고 작품의 이야기를 나눴죠. 그것만으로도 힘이 되더라고요.”
20대의 절반인 스물다섯, 2015년을 충실하게 보낸 손동운은 자신의 결과에 잘했다 못했다 왈가왈부할 수 없지만, 노력한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고 평가했다.
“2016년뿐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바라는 것이 있다면 가수로서 인정받고, 더 나아가 좋은 작품을 통해 배우로서도 인정받고 싶어요. 앞으로 뮤지컬 도전이요? 찾아주신다면 얼마든지. 좋은 기회가 있다면, 좋은 작품으로 무대에 오르고자 하는 의욕이 있어요.”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