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6년 3월 3일, 대한민국 증권시장이 처음 문을 열던 날부터 지금까지 60년간 상장법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대한민국 '상장기업 1호' 경방 주식회사 철학이다. 경성방직이 모태인 방직회사 경방은 올해로 창립 97주년을 맞은 자본시장 터줏대감이다. 김준 경방 대표(53)는 4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매일경제와 단독 인터뷰하면서 자본시장 60주년 역사를 함께한 비결을 묻는 질문에 "주주에게 정직하고 투명한 회사가 되겠다는 원칙을 지켰을 뿐"이라고 답했다.
그의 '모범답안'을 한 귀로 흘려들을 수 없는 이유는 숱한 상장사들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동안 굳건히 버텨온 경방의 저력 때문이다. 60년 전 함께 상장했던 12개사 가운데 지금까지 생존한 기업은 경성방직(경방), 조선운수(CJ대한통운), 조선공사(한진중공업홀딩스), 해운공사(유수홀딩스) 단 4곳 뿐이다. 주인이 바뀌지 않은 채 원형 그대로 남아 있는 기업은 그마저 경방이 유일하다.
김 대표는 주식회사의 핵심가치로 '투명한 지배구조'를 꼽았다. 그는 "투명해지는 데 돈이 든다느니, 투명성 덫에 걸려 성장이 안 된다느니 말이 많다"며 "그러나 과(過)가 탄로나면 공(功)도 정당한 평가를 못 받고 맞바람이 거세다"고 말했다.
특히 "형제끼리 싸우면 망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그와 공동 대표이사로 있는 동생 김담 대표 지분이 20.98%로 형 소유인 13.44%보다 많은 것에 대해서도 "경영에 더 많이 기여했으므로 당연한 결과"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한국 최초 국민주 형식 주식회사 경방인 만큼 '주주'에 대한 의미는 유난히 남다르다. 1919년 3·1운동 직후 인촌 김성수 선생이 전국을 돌면서 각 지방 유지들을 대상으로 1인 1주 공모 방식으로 자본금을 마련해 세운 회사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주주 수로만 따지면 소액주주 비율이 97.24%에 달한다. 김 대표는 "무조건 소액주주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는 게 아니다"며 "대주주가 기업 주인처럼 행세하며 횡령·배임 등 전횡을 일삼으면 오히려 보호받아야 할 대주주 권한이 축소된다는 경고"라고 말했다.
기업이 대주주 소유가 아닌데 언제 어떻게 경방 대주주 일가 지분율이 55.95%까지 늘어났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경영을 위해 일정 지분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아버지가 우리 형제에게 지분을 각각 6%밖에 물려주지 않았는데, 시가총액 400억원인 상장사에서 각각 24억원의 지분 가치만으로는 경영하기가 어려워 추가로 인수했다"고 말했다.
대신 개인·기관투자가와 직접 면담하면서 소액주주 요구에 귀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소액주주를 만나보면 아직까지는 세금이 부과되는 배당소득보다 자본소득에 더 관심이 많다"면서 "배당을 통한 주주 환원보다는 본업에서 이익을 확대하고 적극적인 기업설명회(IR)를 통한 주가 부양에 더 힘쓰고 있다"고 해명했다.
기업 생애주기가 점점 짧아지는 상황에서 생존을 위한 덕목으로는 '유연성(flexibility)'을 지목했다. 경방은 방직산업이 하향세로 접어든 1990년부터 유통으로 빠르
[김윤진 기자 / 사진 = 이승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