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천 서울대공원에서 우경미 사육사가 아기 원숭이에게 우유를 먹이고 있다. <이승환 기자> |
지난달 31일 방문한 경기 과천시 서울대공원. 이곳에는 밀림의 왕 사자조차도 한 수 접어야 하는 영물이 있다. 사자만큼 용맹하면서 영리한 지능까지 겸비한 ‘문무겸전(文武兼全)’의 동물, 바로 2016년 병신년(丙申年)의 주인공인 ‘원숭이’다.
새해의 기운을 벌써부터 받은 것인지 이날 대공원에서 만난 원숭이들은 온 세상이 자신들의 것인 듯 시종일관 활기찬 모습으로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귀가 먹먹할 정도로 소리를 질러대는가 하면, 20마리의 원숭이들이 갑자기 떼를 지어 철창 앞으로 몰려가 구경꾼들을 놀래키며 즐거워하기도 했다.
신기하게도 1980년 ‘경신년(庚申年)’ 원숭이띠로 태어나 15년 간 ‘원숭이 엄마’로 살아온 사육사 우경미 씨(36·여)는 “아직까지도 원숭이 앞에서는 긴장을 놓을 수 없다”며 생기발랄한 표정으로 원숭이 이야기에 열을 올렸다.
그는 “사자 만큼 공격성이 강해 쉽게 접근하기도 힘든데다 철창의 잠금장치를 손으로 쉽게 풀어버릴 정도로 영리하다”며 “개인적으로도 사자 우리보다 원숭이 우리에 들어가게 더 떨릴 정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원숭이의 다양한 모습들이 상당 부분 한국인의 장점과 닮았있다고 귀띔했다.
아침 여섯시면 일어나 활동을 개시하는 부지런함이 그렇고, 독자적 행동보다는 집단을 우선시하는 성향은 더욱 쏙 빼닮았다는 것.
우 씨는 특히 지난해 겨울 동물원 보일러가 고장났을 때 원숭이들이 보여준 뭉클한 ‘공동체’ 의식이 여운에 남는다고 했다. 당시 혹한의 추위를 견디기 위해 우리 안 원숭이 20마리는 밤새도록 서로를 꼭 껴안아 체온을 나누며 버텼다고 한다. 그는 “1997년 IMF 사태, 2008년 세계금융위기 등 각종 위기가 닥칠 때마다 하나로 똘똘 뭉쳐 극복했던 한국인의 모습”이라며 “원숭이와 함께 한 15년 동안 가장 감명받았던 순간”이라고 말했다.
웃어른을 공경하는 모양새도 영락없이 한국인이라고 한다. 우씨는 “원숭이들을 어딘가로 데려가려면 제일 어른 뻘인 암컷 원숭이 한 마리만 우리 밖으로 꺼내면 된다”며 “어른이 나오면 다른 어린 원숭이들은 알아서 줄지어 따라나오기 마련”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질투심이나 장난기가 많은 원숭이들이 평소 자주 다투는데 어른 뻘 원숭이가 말리면 조용히 물러서곤 한다”며 “웃어른 앞에서 예의를 갖추는 모습이 딱 한국사람들 같다”고 덧붙였다.
우씨는 양의 해였던 을미년(乙未年)보다 한층 역동적인 원숭이의 기운으로 2016년 대한민국이 활력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무엇보다 울타리 안에만 있을 때보다 바깥에 나갔을 때 더 강해지는 원숭이의 성질이 한국 사회에 퍼졌으면 싶다는 소망이다.
그는 “동물원 안 원숭이도 사납기 그지없지만, 야생에서 뛰노는 원숭이는 맹수 재규어와의 혈전도 서슴지 않는 전사 중의 전사”라며 “우리나라가 내수 시장보다 해외 시장에서 기술력을 더욱 인정받고 성장하고 있는 모습이 원숭이 기질과 판박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울타리 밖에서 더 강해지는 원숭이처럼 우리 나라도 세계 무대에서 더 힘을 냈으면 한다”고 거듭 목소리를 높였다.
개인적으로 우씨가 새해에 바라는 소원을 들어봤다. 그는 “제가 원숭이들을 사랑하게
[백상경 기자 / 강영운 기자 / 사진 =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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