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야구통계사이트인 팬그래프닷컴에 의하면 2002년 89.9마일(144.68km)이었던 메이저리그의 패스트볼 평균구속은 2007년 이후 치솟기 시작해 2015년 현재 92.1마일(148.22km)까지 올랐다. 13년 사이 약 2.2마일(3.54km)이나 빨라졌다.
이번 ‘프리미어12’에서 우리 국가대표팀은 감격의 초대 우승컵을 들어 올렸지만, 개막전과 준결승에서 일본 에이스 오오타니(닛폰햄)의 시속 150km대 후반 빠른 볼에는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강정호(피츠버그)가 개척한 KBO 출신 야수의 ‘빅리그 도전기’. ‘홈런킹’ 박병호(미네소타)와 ‘타격기계’ 김현수(볼티모어)의 성공담으로 이어지길 응원하면서 그들의 적응에 가장 중요할 빠른 볼 대처법을 생각해본다.
↑ 지난 11월8일 삿포로(일본)에서 열린 일본과의 ‘프리미어12’ 개막전에서 한국팀의 선발 3번으로 출전했던 김현수는 4회 일본 선발 오오타니의 빠른 볼을 맞혀내며 한국의 대회 첫 안타를 기록했다. 사진=천정환 기자 |
간단하게 말할 수 있다.
타격은 타자가 가지고 있는 힘을 공에 가장 크게 전달할 수 있는 지점(포인트)에서 공과의 컨택트가 이루어질 때 강한 타구를 만들 수 있을 확률이 극대화된다.
좀 어렵게 말하는 분들은 그 포인트가 어디일지를 숫자로 계산했다.
‘뛰어난 타자의 부드러운 스윙 동작은 몸에 저장된 운동에너지를 배트에 효율적으로 전달하는데, 이때 (배트의) 속도는 시속 약 30km에서 약 180km까지 증가한다. 에너지 전달률은 스윙이 시작된 후 0.14초 만에 8마력을 넘어선다.’
‘배트를 풀스윙 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 0.18초다. 만약에 오른손 타자의 스윙이 0.007초만 늦어도 잘 맞힌 공은 1루 라인을 벗어나는 파울이 될 것이고 반대로 빠르다면 3루 라인을 벗어나는 파울 볼이 될 것이다.”(로버트 어데어-야구의 물리학)
이 난해한 이야기들의 요점을 다시 쉽게 풀어본다면, 타자가 스윙을 시작해 배트스피드가 최고치를 찍는 지점은 대충 홈플레이트 앞쪽이 된다. 이때의 배트스피드는 뛰어난 타자의 경우 시속 180km까지 나올 수 있다.
‘빅리거’ 투수들이 시속 150km대의 강속구를 뿌릴 때, 타자가 이를 맞받아쳐 공을 외야로 날려 보내려면 공의 스피드를 이겨내는 충분한 배트스피드가 확보된 지점에서 히팅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는 홈플레이트 앞쪽의 ‘배트스피드가 최고치를 찍는 구간’이 이상적이라는 얘기다. 결국 공을 (홈플레이트 기준으로) 뒤쪽에서 맞히는 것보다 앞쪽에서 맞히는 것이 좋은 타구를 만들어낼 확률이 높고, 그 포인트는 대략 타자의 앞다리(오른손 타자의 왼다리)보다 앞쪽이 된다.
이는 우리가 예전에 흔히 듣던 ‘중심을 뒤에 놓고 치라’는 말과는 사뭇 다른 타격이다. 과거의 통념보다는 컨택트 포인트가 앞쪽에서 형성되기 때문이다.
↑ 박병호는 (국내 타자들의 평균적인 위치보다) 컨택트포인트를 앞에서 만들어내는 유형이다. 빠른볼에 대처하는 기본기를 갖춘 타자로 기대할 만 하다. 사진=MK스포츠 DB |
히팅포인트를 앞쪽에 형성시키기 위해서는 빠른 준비동작이 필요하다. 신체의 무게 중심을 앞쪽으로 이동함과 동시에 발바닥에서부터 시작
‘빠른 공을 앞쪽에서 쳐내라.’ 힘들지만, 최고의 무대에 도전하는 타자들이라면 성공해야 할 미션. 그들에겐 빠른 공과 맞서 싸울 빠른 배트스피드가 필요하다. (SBS스포츠 프로야구 해설위원)